-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SY 하얼빈에 오다(1)

Lesley 2010. 7. 19. 08:48

 

 

  여행기 올리기에 앞서, 하얼빈 생활 막바지에 있었던 일부터 올립니다.

  하얼빈 떠나기 전 약 2주간 컴퓨터 없이 지냈기 때문에, 밀린 이야기들이 좀 있어서...^^;;

 

 


 

 

◎ SY의 도착

 

  내가 하얼빈 있는 동안, 여러 친구들이 '너 거기 있는 동안 시간 내서 한 번 갈게.'라고 했다.

  물론 대부분은 공수표... -.-;;  정말로 올 계획 세우다가 시간이 안 맞거나 무슨 일이 생겨 못 오는 친구도 있었고, 처음에는 내 얼굴 볼 생각에 온다고 했다가 막상 구체적으로 따져보니 '하얼빈? 거기 볼 게 있나?' 하며 여행지를 다른 곳으로 바꾸는 친구도 있었고... ㅠ.ㅠ

 

  그러다가 고등학교 시절 친구인 SY이 정.말.로. 왔다...! ^0^

  원래 지난 겨울 빙등제(정확히 말하면 빙설대세계,  ☞ '하얼빈 빙설대세계(氷雪大世界) : 일명 빙등제 (上)(http://blog.daum.net/jha7791/15790641)' 참조) 보러 온다고 했다가, 회사에 바쁜 일이 생겨 무산되었다.  그러다가 내가 하얼빈에 머무는 막바지 시간에 어떻게 짬을 내어, 남편과 함께 오게 된 것이다.

  일단 처음으로 외국에서 친구의 얼굴을 보게 된 것 자체가 무척 기쁜 일이었다.  그리고 마침 내가 귀국 전에 잠깐 다른 지역을 여행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노트북 컴퓨터와 외장하드 등 택배로 한국에 보낼 수 없는 각종 전자제품 문제로 골치 아프던 중이라 그런 물건을 맡길 수 있는 것도 좋았다.

  그래서 역사적(?)인 6월 18일 저녁, 미리 수배해 둔 A취 기숙사 푸우위앤 아줌마의 남편이신 조우(左) 선생이 끄는 빵차(봉고차)를 타고 SY 부부를 마중나갔다.

 

  SY이가 탄 남방항공 비행기가 드디어 도착하고, SY이가 나오는 걸 기다리는 동안, 좀 난감했던 상황이 있었으니...

  운전기사인 조우 선생 말고도 그 부인 되시는 푸우위앤 아줌마까지 동행했는데, 이 분이 차 안에서 기다리는 게 지루하셨나 내 옆으로 오셨다.  SY이가 나오기 전 인천공항에서 오는 중국인 승객들이 먼저 입국장으로 들어왔는데, 그 중 몇 명이 청각 장애인이었다. 입국하는 사람들도 장애인, 마중나온 가족이나 친구들도 장애인...

  그들이 수화로 서로 반갑게 인사하며 이야기 하는 걸 보고서, SY이가 이제나 나오나 저제나 나오나 문 쪽으로 다시 얼굴을 돌렸는데...  옆에서 아줌마는 계속 내 옆구리 찔러가며 '저것 좀 봐, 저렇게 예쁘게 생겼는데 말을 못 하네~~'를 무한반복 하시는 것이다. -.-;;  내가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입국장 문쪽으로 시선 돌리면, 또 반복하시고... (아줌마, 다른 사람을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는 건 실례거든요??? ㅠ.ㅠ)

 

  하여튼 그러다가 SY 부부가 도착해서 반갑게 인사하며 공항을 나섰다.

  아, 두 사람 맞으며 조금 놀랐던 일 하나...  물론 내가 먼저 SY이에게 겨우 며칠 머물거니 짐은 간단히 챙겨오라 이르기는 했지만, 정말 엄청 간단하게 가져왔다.  이미 장기여행 몇 번 해보고도, 여행 한 번 떠날 때마다 산더미 같은 짐 끌고 다니는 내가 마땅히 본받아야 할 일이었다. ^^

 

 

 

◎ SY의 문화충격 체험담

 

  흑룡강대학 A취 기숙사로 곧장 가서 예약해놓은 방에 짐만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이미 늦은 시간이지만, 모처럼 왔는데 도착하자 마자 잠이나 자는 건 너무 아쉬우니 말이다.  그런데 학교 바로 옆 쉐푸쓰따오제(學府四道街)에서 가볍게 꼬치구이에 맥주 한 잔 하고 돌아오는 길이, SY이에게는 문화충격의 길이었다.

  이미 어두워져서 인적이 드물어 조금 급한 마음에 앞장서서 종종걸음 쳤다.  그러다가 문득 뒤돌아보면, SY의 남편은 내 바로 뒤에 붙어서서 잘 쫓아오는데, SY은 저 멀리에서 혼자 두리번 거리며 서있는 것이다.  '너 뭐 해? 빨리 와~~' 하고 부르면 '너무 더러워서 어디를 디뎌야 할 지 모르겠어~~' 하고... ^^;;  사실 원래도 그다지 깨끗한 편이 아닌 하얼빈이다.  그런데 이번 학기 들어 더욱 확장된 지하철 공사에, 해가 길어지고 기온 오르면서 거리에 늘어난 노점상과 그들에게서 나온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중이었다.  나도 하얼빈 너무 지저분하다고 불평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1년 넘게 살며 나름 정도 들어 이왕이면 하얼빈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이럴 뿐이고... ㅠ.ㅠ

 

  다음 날은 6월 19일 오전에는 함께 731부대 유적지를 다녀왔다.

  이 날 기온이 34도까지 치솟고, 햇살은 타는 듯 뜨거웠기에, 택시를 이용해서 다녀왔다.  하지만 이 날 SY의 머리 속에 가장 깊은 인상 남긴 것은 731부대의 잔학상이 아니라, 하얼빈 택시의 잔학상(?)이었다. -.-;;  원래도 하얼빈 택시기사들의 난폭운전은 유명하다.  하얼빈에서 운전 제대로 할 수 있을 정도면, 중국 어디를 가서도 운전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까...  그런데 이날 731부대를 오며 가며 탄 택시는, 하얼빈 교통상황에 익숙해진 나도 '이거 좀 심하군.' 할 정도였다.

  그러니 중국을 몇 번 오가며 그런 거친 운전에 익숙해진 SY의 남편은 '원래 다 이렇지...' 하며 태연했지만, SY은 거짓말 좀 보태 말하면 얼굴이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 ^^;;  택시가 이 차선 저 차선 마구 넘나드는 건 기본이요, 심지어 지하철 공사 때문에 장애물이 많은 경우에는 차 바퀴 하나가 인도를 살짝 밟은 채 달리는 경우도 있었으니...  택시가 달리는 게 아니라, 껑충껑충 뛰는 수준이었다. ^^;; 

 

  그리고 원래 SY 부부를 내가 사는 C취 기숙사에 머물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일이 꼬여서 A취 기숙사에 머물게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얼빈 도착한 첫 날 밤을 보내고서, 만일 C취에 빈 방이 안 나면 차라리 학교 밖으로 숙소를 옮기겠다 했다.  첫 날 밤, SY이 머문 방 욕실에서 뜨거운 물만 펑펑 쏟아지고 차가운 물이 안 나와, 씻을 때 고생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황당 상황은 C취에서도 가끔씩 벌어지는 일인데, 물론 그런 일 생기면 나도 막 열내며 투덜댄다.  하지만 정작 SY이 불평할 때는 '어, 여기 원래 그래.' 하며 태연하게 답하게 되고, 그런 황당상황이 처음인 SY은 고개를 흔들 뿐이고...^^;; 

  나중에 어찌어찌하여 C취로 옮겼는데, 이쪽은 물 상태는 괜찮았지만, 욕조의 물 나오는 곳과 물 트는 수도꼭지가 멀찌감치 떨어져있는 독특한(?) 구조 때문에 또 골탕 먹고... ^^ (SY아, 하얼빈은 원래 그래~~ ^^)

 

  하여튼 하얼빈에서 지내는 내내 문화충격을 경험했던 SY은, 겨우 그 상황에 익숙해지나 했는데, 어느 덧 3박 4일이 지나 떠나야 하는 때가 되어 버렸다.  (세상일이라는 게 다 그렇지,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