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열불나는 하얼빈의 인터넷 / 하얼빈을 떠날 준비하기

Lesley 2010. 6. 27. 14:47

 

 

  어찌어찌 하다 보니, 잠시 블로그에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랬다고, 잠시 블로그에 접속할 수 있게 된 이 황금 같은 기회에 열불나는 이 심사 좀 토로하고자 한다. ㅠ.ㅠ

 

 

 

 1. 인터넷... ㅠ.ㅠ 

 

  지난 주 여기에 와서 며칠 놀던 친구가 귀국하는 길에, 예정대로 내 컴퓨터를 들려 보냈다.

  7월 2일에 하얼빈을 떠나 깐수(甘肅 : 감숙)성으로 여행을 가는데, 이름이 좋아 노트북이지 거짓말 조금 보태면 데스크탑이나 다름없는 녀석을 끌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물론 컴퓨터가 없으면 불편하기야 하겠지만, 아쉬운대로 학교 근처 PC방 이용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컴퓨터를 먼저 떠나보낸 그 다음날 학교 앞 쓰따오제에 있는 PC방 갔더니 신분증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마침 갖고 있던 여권을 보였더니, 중국인 신분증만 된단다.  4군데나 갔는데, 모두 그 모양이라 결국 포기하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나중에 J군에게 들어보니, 28일까지 무슨 단속기간이라고 신분증 없이는 하얼빈시 전체에서 PC방 출입이 불가능하단다. -0-;;

 

  아, 정말 애증의 하얼빈...ㅠ.ㅠ

  난 하얼빈을 정말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박경리님의 토지의 배경 중 한 곳이기도 하고, 안중근 의사의 의거현장이기도 하고, 어학연수 중 좋은 친구들을 여러 명 만난 인연의 장소이기도 하고...

 그러나...!!  하얼빈에서는 이 놈의 인터넷 때문에 장기거주는 못 할 듯 하다.  평소에도 인터넷 속도 느려터져, 이제는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검문검색으로 PC방도 못 가... ㅠ.ㅠ

 

 

 

 2. D-day 5...! 

 

  1년 넘게 머물면서 애증이 뒤섞인 하얼빈을 떠날 날이 정해졌다.

  7월 2일 밤기차로 하얼빈을 떠나, 귀국 전 마지막 여행길에 오른다. 

 

  참 복잡한 기분이다.

  한편으로는 무척 서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뭔가 시원한 기분도 들고... (시원한 기분이 드는 이유 중 80%는 하얼빈의 속 터지는 인터넷과 이별한다는 것 때문... ^^;;)  이 곳에서 사귄 몇몇 친구들과 이미 이별을 했고, 앞으로도 줄줄이 이별할 일만 남았다.  회자정리라고 만나면 헤어지는 게 당연한 일인데, 왜 헤어지는 건 언제나 아쉽고 섭섭한지...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떠날 준비해야 한다.

  책, 옷 등 짐을 한국에 먼저 부치고, 중국은행에 가서 예금도 몽땅 찾고, 하얼빈에서 출발하는 걸로 구입한 비행기표도 여행지에서 출발하는 걸로 변경해야 하고, 여행지 정보도 좀 더 찾아봐야 하고, HSK 성적표와 어학연수 증명서도 받아 챙겨야 하고... (그런데 이 놈의 HSK 성적표는 왜 지금까지 안 오는 거지? 이러다가 내가 하얼빈 떠나고 나서야 날아오는 거 아냐? ㅠ.ㅠ)

  아, 떠나기 전에 기숙사 야진(押金 : 보증금)과 학교 야진도 돌려받아야 한다.  정말 이해하기 힘든 야진 문화...  그래도 기숙사 야진은 이해가 간다.  학생들이 방 안의 물건을 망가뜨릴 수도 있고, 정해진 날짜 초과해서 기숙사에 머물 경우도 대비해야 할테니까...  하지만 학교 등록할 때 왜 등록금 외에 굳이 야진을 따로 받는지 모르겠다.  혹시 학교측에서는 우리 학생들이 책상이나 의자를 때려부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가? -.-;; 

 

  그저 하얼빈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은 평탄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리고... 한 가지 소원을 더 덧붙이자면, 여행지에서도 간간히 블로그에 접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