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SY 하얼빈에 오다(3) / 731부대 희생자들의 위패

Lesley 2010. 7. 20. 13:36

 

 

  내가 보기에, SY 부부의 여행 원칙 중 하나가 '어렵게 시간 냈으니, 최대한 시간 낭비하지 말고 많은 것을 보고 즐기자.' 인 듯 하다.

  나 같이 소심한 사람은 비행기 탈려면 2시간 반~3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서 수속을 밟아야 안심이 된다.  설사 공항에서 하는 일 없이 멍하게 있게 되더라도 일단 그렇게 미리 가야지, 안 그러면 불안하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느긋하다 못 해 대담하기까지...! ^^

 

  두 사람이 하얼빈 떠나던 6월 22일...

  빵차 운전사인 조우(左) 선생은 두 사람이 정한 시간인 2시 반까지 C취 기숙사 앞으로 왔다.  두 사람이 탈 비행기의 이륙시간이 4시 반인데, 2시 반에 흑룡강대학에서 출발이라니...  그럼 이륙 시간 1시간 전에 겨우 공항 도착하게 된다는 건데, 나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런데 그나마 2시 반에 딱 맞춰 빵차를 탄 것도 아니다.  하얼빈 맥주에 반한 나머지 하얼빈 맥주 24캔들이 2박스를 중양홍에 가서 사느라고, 조우 선생을 기다리게 했다. -.-;; 

 

  그리고 원칙적으로 주류는 2병 이상 반입이 안 되니, 숨기는 척이라도 해야겠기에 급하게 포장을 했다.

  시간이 워낙 촉박해서 내 방까지 맥주를 들고 가서 포장할 여유도 없었다.  기숙사 1층 로비에서 급하게 포장 테이프 이용해서 정신없이 포장을 했다.  포장 테이프 뜯기는 쫘악~~~~ 하는 요란한 소리가 로비 전체에 메아리 치고... ㅠ.ㅠ  프론트 데스크의 중국인 직원들과 로비에 있던 몇몇 유학생들, 중국학생들이 '저게 뭔 일이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ㅠ.ㅠ

 

  하여튼 그렇게 정신없이 포장한 맥주 상자와 내 노트북과 각종 전자제품 및 DVD 등 잡화 등을 빵차에 싣고,공항으로 갔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비행기 이륙 전까지 수속 밟을 시간이 촉박했다.  그래서 제대로 인사 나눌 틈도 없이 대강 작별하고, 두 사람은 출국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내 인생 최초로 해외에서 친구와 보낸 시간이 끝이 났다. ^^

 

 


 

 

731부대의 희생자(마루타) 중 실명이 확인된 이들의 위패 중 한국인들의 위패.(가운데 다섯 분)

 

  731부대의 만행에 희생된 이들의 명단을 벽에 붙여 전시한 위패를 이 자리에 소개하고자 한다. 

  위의 내용과 동떨어진 내용이라 조금 뜬금없다는 느낌도 들기는 하지만, 별도의 포스트로 소개하자니 양이 얼마 안 된다.  어차피 SY 부부와 함께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니 이 포스트에 소개해도 무방하다 생각한다.

  SY 부부가 하얼빈에 도착한 다음날 731 부대를 갔을 때 촬영했다.  대부분의 희생자는 중국인이지만, 일부 한국인도 포함되어 있다.

 

  죽어서도 고국에 돌아가지 못 하셨던 분들이다.  삼가 그 분들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