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운동회 휴가 동안 생긴 일(4) - 왕산산과의 작별

Lesley 2010. 6. 9. 00:04

 

 

  운동회 휴가 삼일째인 5월 29일, 왕산산(王姍姍)과 만나 한국 자장면집에 갔다.

 

  왕산산은 7월 졸업을 앞두고 있는 정치학과 4학년 학생이다. (중국은 서양처럼 9월 학기에 새 학년 시작하고, 여름에 졸업함.)
  내가 작년에 막 흑룡강대학에 왔을 때, 산산은 내가 사는 이 C취에 있는 슈퍼마켓 중 가장 큰 곳에서 알바 뛰는 중이었다.  C취가 학교 정문에서 워낙 멀어 학교 앞 중양홍 마트에 한번 가려면 큰마음(?) 먹고 나가야 할 정도라, 그 슈퍼마켓을 자주 이용했다.  그러면서 서로 안면 익히게 되었고, 또 마침 산산이 한국 드라마나 가수 등에 관심 많기도 해서 나에게 그런 것 물어보면서(물론 연예계쪽으로는 깜깜절벽인 나는 이 아이 질문에 거의 대답을 못 해줬음. ^^;;) 친분을 쌓았다.

 

  하지만 작년 가을 학기에는 한 번도 만나지 못 했다.
  신종플루니 뭐니 해서 학교 분위기가 엄청 어수선하기도 했고(☞ '결국 여기도 신종플루 발생...! (http://blog.daum.net/jha7791/15790587)' 및 '신종플루 때문에 다시 방학을 맞다. (http://blog.daum.net/jha7791/15790588)' 참조 ), 나에게도 이런저런 복잡한 일이 많았고, 많은 중국학생들이 그러하듯이 산산 역시 졸업반이 되면서 대학원 시험 준비하느라 시간이 없었다.  그저 서로 가끔씩 안부문자나 주고받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 학기 초에 중양홍 가느라 학교 정문을 나서다가, 산산과 딱 마주쳤다.
  자신은 4학년이라 수업이 거의 없어서, 개학한지 1주일이 지난 그 때서야 고향에서 돌아오는 길이라 했다.  제일 느려터진 보통열차의 제일 불편한 잉쭤에 앉아 30시간을 왔다는 산산은 지쳐보였지만, 그 와중에서도 무척 반가워했다.  그 후로 우리는 두어 차례 학교 식당에서 만나 밥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몇 번 만나면서 산산이 자기가 대학원 시험 합격하면 함께 학교 앞에 있는 한국식 자장면집에 가서 자장면을 먹자 했다.  전에 와이마이(外賣 : 음식을 배달하여 판매하는 것)로 먹은 한국식 자장면은 너무 맛이 없어서, 한국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자장면 맛이 정말로 그렇게 맛이 없을까 궁금하다고 했다.  ^^;;

 

 

같은 반 아이가 사는 A취 기숙사 방에 갔다가, 그 방에서 찍은 한국식 자장면집. ^^ 

 

  그리고 결국 산산이 대학원 합격 통보를 받아, 드디어 자장면집에 가게 된 것이다. ^^
  산산의 반응은 ‘달아서 맛있다’ 였다.  하지만 상당수의 중국학생들처럼 단무지에 대해서는 영~~~ ^^;;  단무지를 아무렇지 않게 먹는 중국학생들도 있지만, 한 번 먹고서는 표정이 확 구겨져서 두 번 다시 안 먹는 학생들도 제법 있다.  내가 ‘이건 원래 일본 음식인데 한국으로 건너왔고, 한국인은 자장면 먹을 때 꼭 이걸 먹는다.’라고 했더니 ‘한국인과 일본인은 이런 이상한 걸 왜 먹는 거냐?’ 란다. ^^

 

  산산은 집안형편도 넉넉해 뵈지 않는데, 형제까지 여러 명이다.

  그래서 대학원 합격 통지 받기 무섭게, 새로운 알바 자리 찾아 일하는 중이다.  이번에도 겨우 시간 내어 만났기 때문에, 아마 내가 하얼빈을 떠나기 전에 다시 만나기 힘들 듯 하다.  산산 스스로도 다시 만나게 될 수 있을지 모른다며 미리 이메일 주소 교환하자고 말했다.  내가 6월 말에 하얼빈을 떠나면 겨우 하루 이틀 뒤 산산도 졸업을 하게 되고, 곧 고향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가을에는 후베이(湖北)성의 우한(武漢)에서 새로이 대학원 생활을 하게 될테고...


  자주 만나지 못 해 깊게 사귀지는 못 했지만, 항상 성실하고 부지런히 사는 산산의 새 생활에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