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 휴가 첫날인 지난 목요일(5월 27일) 오전부터 점심 때까지 리위엔( ☞ '운동회 휴가 동안 생긴 일(1) - 대단한 중국 여학생(http://blog.daum.net/jha7791/15790722)' 참조 )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느라, 주뺘오(朱彪)와의 점심약속 시간이 지난 것을 몰랐다.
약속시간이 15분이나 지난 후에야 겨우 그 사실을 알아채고, 리위엔에게 사정 설명한 후 허겁지겁 약속장소로 갔다. 다행히도 내가 도착할 무렵에야 주뺘오도 도착했다. ^^;;
주뺘오는 흑룡강대학에서 첫 학기를 보낼 때 나와 친하게 지내다가 귀국한 B와 학생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쳐 친해진 아이다.
B의 소개로 나도 주뺘오와 알게 되어, 지난 학기 내가 이사할 때 와서 도와주기도 했고, 가끔 만나 밥 먹으며 이야기를 하곤 한다. 다만, 주뺘오를 만나 조금 놀랐던 사실은, 복장학과(우리로 치면 의상학과) 다니는 주뺘오를 보면서 ‘남학생이 의상학과라니 좀 의외군.’ 싶었는데, 주뺘오 말로는 자기네 학과 학생 중 절반이 남학생이란다...! @.@
어쨌든 이 날 주뺘오와 쉐푸쓰따오제(學府四道街)에 있는 샹바라에 가서 함께 늦은 점심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B의 최근 소식, 내가 귀국 전에 어디를 어떻게 여행할지, 다음 학기에 4학년이 될 주뺘오의 졸업 후 계획 등등... 그러면서 주뺘오가 시킨 돼지 창자 요리를 먹었다. (원래 비위가 약해서 한국에서는 조금만 이상하게 생긴 음식 - 굴, 해삼, 멍게, 곱창, 선지, 낙지 등등 - 은 절대로 안 먹는데, 중국에 와서 별 걸 다 먹는다... ㅠ.ㅠ)
식사 후 학교로 돌아와 유학생 기숙사 쪽으로 걷는데, 갑자기 주뺘오가 우리가 하던 이야기랑 상관없이 ‘정말 대담하군.’이라고 했다.
의아해하며 주뺘오의 시선을 쫓았는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두리번거리며 영문을 몰라하자, 주뺘오가 손가락으로 한 쪽을 가리켰다. 그제서야 주뺘오가 뭘 두고 그런 말을 했는지 알아채고 ‘허걱~~’ 했다. 한 2주일 전부터 갑자기 하얼빈의 기온이 크게 올라 이 날도 한낮에는 30도를 육박했는데, 웬 러시아 언니야가 기숙사 앞 예술대학 광장에 비키니 차림으로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0-;;
러시아인이라고 이마에 써붙인 건 아니지만, 러시아인일 확률 95%...!
(주뺘오와 헤어져 기숙사 내 방으로 올라가 얼른 찍은 사진 ^^)
물론 서양쪽 학생들이 그런 쪽으로 많이 개방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또 술 마시고 한 밤중에 떠들거나 음악을 큰 소리로 틀어놓는 것에 비하면, 차라리 이런 행동은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건전한(?) 행동이랄 수도 있고... 하지만 그래도 어찌나 당황스럽던지...
그런데 오늘(6월 2일) 오전에 A취쪽으로 걷다가, 거기서도 이런 광경을 봤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오늘 본 쪽이 더 쇼킹했다. 7월 1일이 흑룡강대학 학부과정 졸업이라, 작년 이맘때와 마찬가지로 요즘 많은 4학년 학생들이 학교 떠나기 전에 쓸모없는 물건들을 처분하고 있다. (☞ '흑룡강대학 졸업반 학생들의 중고품 판매 (http://blog.daum.net/jha7791/15790501)' 참조) 덕분에 물건 파는 사람, 물건 사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들도 B취에서 A취로 가는 길목은 항상 사람이 바글거린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 틈바구니에서 두 명의 서양인 남학생(이쪽도 러시아인일 가능성 95%)이 수영팬티만 입은 차림새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걷고 있었다. -0-;; 흑룡강대학의 중국인 학생들은 물론이고, 졸업생들 물건을 사기도 하고 구경도 하려고 몰려든 학교 주변의 주민들까지 다 뚫어지게 쳐다보건만, 그런 시선을 즐기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당당하면서도 느긋하게 걸어가던 두 남학생...!
언제나 그렇듯이 내 가방 안에는 디카가 있었기 때문에, 마음 같아서는 그 남학생들의 사진을 찍고 싶었다. 하지만 주위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그런 사진 찍으면 정말로 변태로 몰리기 딱일 듯 싶어, 아쉽지만 포기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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