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여행기라는 것은 여행의 여운이 짙게 남아있을 때 써야 ‘무슨 내용을 어떻게 써야 하나...’ 하는 걱정할 필요 없이 한 번에 쫘악~~~ 쓰게 된다.
5월 초에 만저우리를 다녀왔으니 이미 2주일이 지났고, 그 망할 놈의 HSK 접수 문제로 하도 애를 먹었더니 마치 2달은 지난 듯한 느낌이라, 그만 맥이 끊겼다. ㅠ.ㅠ 어찌되었거나 사람이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 하는 법...! 멀리 떠나가고 있는 여행 감상의 목덜미를 확 잡아채 끌어다가, HSK 치르기 전에 올렸던 여행 관련 포스트(‘궈먼(國門 : 국문), 타오와(套娃 : 마뜨료쉬까) 광장 (http://blog.daum.net/jha7791/15790710)’ 참조) 이후의 이야기를 이어가보겠다. 쓰다보면 다시 여행의 감상이 새록새록 떠오를 것이라 믿으며... ^^
‘후룬(呼倫 : 호륜)호’는 만저우리에서 택시 타고 1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이 지역의 유명한 호수다.
말이 호수지, 지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대전에서 청주까지의 거리보다 이 호수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의 거리가 더 멀어, 아주 작은 바다라고 해도 될 정도다. -.-;;
우리가 묵은 숙소의 아줌마는 ‘7월에 후론호에 가야 온통 파란 초원을 볼 수 있는데 너희가 너무 빨리 왔다, 지금 가봤자 호수만 있고 아무 것도 없다’ 며 조금 안타까워하셨다. 하지만 우리가 만저우리 여행 계획 짤 때부터 양이 후룬호 노래를 불러대다시피 할 정도로 너무 가고 싶어 했고, 내가 여행 자료 찾느라 들린 한국 유학생의 블로그를 보니 후룬호의 하늘이 새파란 것이 너무 예뻐서, 파란 풀이 나있거나 말거나 가기로 했다. ^^
후룬호에 갈 때에는 두 명의 중국 아저씨와 동행하게 되었다.
이 두 아저씨는 우리와 같은 숙소에 묵은 여행객들이다. 그런데 주인 아줌마에게 후룬호 가는 교통편을 묻다가, 다른 여행객(우리)도 거기 가려는 계획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4명이서 택시를 타면 1인당 요금이 줄어드니 함께 가자고 하여, 그러기로 했다.
아저씨들이 우리방에서 나간 뒤 양이 조금 걱정스런 표정으로 ‘저 사람들이 너한테 말을 걸면 뭐라고 하지? 외국인이라고 할까, 아니면 소수민족이라고 할까?’ 하고 물었다. 내가 만저우리 여행 내내 외국인티 안내려고 나름 애쓴 걸 알기에 하는 말이었다. ‘내가 몇 마디 하면 외국인인 것을 다 알게 될테니 어쩔 수 없다.’ 라고 했더니, ‘아니야, 중국 소수민족 중에서도 중국어 못 하는 사람 많아. 네가 외국인인 것 알리고 싶지 않으면, 조선족이라고 하면 돼.’ 란다. 내가 웃으면서 ‘조선족이 소수민족이지만, 중국에서 태어나 공부한 사람들이라 중국어 잘 해. 조선족 노인은 중국어 실력 안 좋을 수도 있지만, 조선족 젊은이가 나처럼 중국어 못 하는 건 불가능해!’ 했더니, 듣고보니 자신이 생각해도 그런지 나를 따라 웃었다. ^^
만저우리 여행의 마지막 날인 5월 3일 아침, 숙소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그 아저씨들과 택시를 타고 후룬호로 갔다.
택시 안에서 나는 한 마디도 안 했고, 거의 양과 두 아저씨 중 좀 더 젊은 아저씨가 말을 했다. 그 아저씨는 처음에는 ‘어디에서 왔냐?’, ‘어디 학교 다니냐?’ 정도만 묻더니, 나중에는 온갖 이야기를 다 했다. 눈치를 보아하니, 양이 대답은 하고 있지만 별로 내켜하지 않는 게 역력한데, 그러거나 말거나 열심히 자기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아저씨... ^^;; 아저씨는 양에게 졸업 후 어떤 직장에서 일하고 싶은지 묻더니, 대학원 진학 준비할 거라는 대답에 ‘취직이 어려우니 대학생들이 전부 대학원 가거나 유학 간다.’ 라고 했다. 그러고는 그 뒤에 덧붙인 말이 정말 명언이었으니, 다름 아닌 '畢業是失業(졸업이 실업이다)'라는 말...! (이 나라 저 나라 할 것 없이 이렇게 취업난이 심해서 어쩌나... ㅠ.ㅠ) 그렇잖아도 마지못해 말대답 해주던 양의 표정이 더욱 안 좋아졌다. ^^;;
그러나 눈치를 못 챈 건지, 아니면 원래 남의 기분 신경 안 쓰는 성격인지, 내몽고 지역 몽고족들과 외몽고(우리가 ‘몽골’이라고 부르는 국가를 중국인들은 외몽고라고 부르곤 함.)의 몽고족의 언어 차이부터 시작하여, 당나라와 송나라를 넘나들며 온갖 황제와 미녀와 시인에 대해 떠들던 아저씨... -.-;;
1. 후룬(呼倫 : 호륜)호
처음에는 중국어 듣기 연습하는 셈 치고 듣던 아저씨의 왕수다에 점차 질려갈 무렵, 드디어 호수에 닿았다...!
호수라기 보다는 바다처럼 보이는 후룬호의 드넓은 모습...!
5월 초인데도 녹지 않은 후룬호의 얼음.
호수의 물과 육지가 닿는 부분에 기다랗게 보이는 하얀색 띠 같은 것이 얼음이다. 5월 초이건만, 올해는 기상이변으로 유별날 정도로 봄이 늦었기 때문에, 얼음이 다 녹지 못 했다.
그러고보니, 이번 겨울이 유독 눈이 많이 내리고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탓에, 내몽고 지역의 소떼와 양떼가 많이 죽어서, 목축업 하는 몽고족들의 손해가 컸다 한다.
육지에서 호수로 통하는 갯벌에 놓인 나무 다리.
워낙 큰 호수다 보니, 호수 주변의 땅이 우리나라 서해의 갯벌 같다. ^^ 썰물 때 미처 따라가지 못 하고 바닥에 박혀버린 커다란 조개 껍데기도 종종 눈에 띄고...
날씨 좋고 관광객 몰리는 7, 8월에는, 저 다리 끝에서 호수로 뛰어들기도 하고 모터보트도 탄다고 한다. ^^
디카의 세피아 기능 이용해서 찍어본 후룬호의 모습.
세피아로 찍으면 사진이 푸른색톤으로 찍히는데, 워낙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찍어 그런지 저런 독특한 색깔이 나왔다. ^^
2. 몽골 민속촌(?)
엄청나게 맑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바람이 불어, 낮 기온이 20도이건만 손이 빨갛게 변할 정도로 언 상태로 후론호 풍경 사진을 열심히 찍고서, 몽골 민속촌으로 갔다.
내가 민속촌이라고 쓰기는 했지만, 사실 여기의 정식 이름은 '테무진(칭기스칸의 이름) 대한(大汗: 몽고 황제의 칭호) 대행궁(大行宮)'이다. 물론 진짜 대행궁은 아니고, 이름만 그렇게 붙인 관광객 위한 작은 테마파크 비슷한 것이다. ^^;;
우리가 기차 타고 올 때, 만저우리에 거의 도착할 무렵 몽고 파오(천막)이 옹기종기 모인 것을 봤다. 나중에 만저우리에서 구입한 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하니, 만조우리 시내에서 후론호 가는 길 중간에 있기에, 들린 것이다.
아직 새 풀이 나지 않은 황량한 초원 한복판에 자리 잡은 민속촌(?)
관광객 끌어들이려고 급조한 티가 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드넓은 초원에 저렇게 몽고식 천막들이 모여있으니, 그럴 듯 해 보인다. ^^
(위) 입구의 간판
(아래) 낯선 이들을 보고 열심히 짖어댐으로써, 자신이 밥값 하고 있음을 증명한 검둥이. ^^
민속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돌무더기(!)
아마 몽골인들의 민속신앙 관련한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성황당과 조금 비슷하기도 하다. 다만, 크고 오래된 나무 대신 돌이... ^^
오, 이건 진짜 우리나라와 비슷한 돌무더기...!
주위를 둘러보고 적당한 돌을 두 개 골라, 어리둥절해 하는 양에게 돌을 저 돌무더기 위에 얹고 소원을 비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자 양은 내가 준 돌은 저리로 내던지고 엄청나게 큰 돌을 새로 골라 저 위에 조심스레 얹고, 아주 진지하게 소원을 빌었다. ^^
3. 교회(혹은 성당?)
몽골 민속촌 나와 조금 더 달리다가, 양이 저 교회인지 성당인지에도 가보고 싶다 하여 택시를 멈추게 했다.
아저씨들은 별 관심 없는지 차 안에 남아있고, 우리 둘만 밖으로 나와 20분 정도 교회 주위를 돌며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아무리 일요일이 아니라고 해도, 모든 문이 다 잠겨 있던데, 교회나 성당이 맞는지 모르겠다.
새파란 하늘 배경으로 서있는 붉은 벽돌의 교회 건물.
(위) 새파란 하늘 아래 새하얀 뭉게구름 하나가 걸려있는 모습이 재미있어 찍어봤음. ^^
(아래) 교회가 있는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만저우리시 외곽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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