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10년 만저우리(만주리)

궈먼(國門 : 국문), 타오와(套娃 : 마뜨료쉬까) 광장

Lesley 2010. 5. 13. 00:28

 

 

 

 1. 궈먼(國門 : 국문)

 

  만저우리에 도착한 두 번째 날인 5월 2일, 궈먼(國門 : 국문)으로 갔다.

  궈먼은 러시아와의 국경 지역에 있는, 중국의 영토로 출입하는 문이다.  만저우리의 가장 큰 특징이 '국경도시'라는 점이니, 만저우리에 들리는 관광객은 이 곳에 꼭 들린다. 

 

 

 

(위)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이라는 국호가 빨간색으로 써진 중국의 궈문.  그 뒤편으로 파란색으로 보이는 또 다른 문은 러시아의 궈문임.

(아래) 러시아쪽에서 중국 궈문을 통과하여 중국 영토로 들어서고 있는 열차.

 

 

중국 궈문의 전망대에서 창문을 통해 본 러시아 궈문과 러시아 영토. (지평선 정말 대단하다...!)

 

  한국에서는 산악지역이 많아 저렇게 펼쳐진 들판을 본 적이 없는 듯 하다.

  정확히 말하면, 들판이 있기는 있지만, 그 너머로 얕으막한 산이라도 보여서 하늘과 땅이 맞닿은 풍경은 못 본 듯 하다.  저런 광경을 보니, '만주' 하면 내가 떠오르는 이미지인 '광활함', '황량함', '비장함'이 바짝 내 앞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그리고 내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박경리님의 토지(土地) 중 몇 장면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 

 

 

궈문 1층에 있는 기념품 상점의 러시아풍 물건들.

 

  러시아 분위기가 팍팍 풍기건만, 대부분이 중국에서 제조한 물건이라니...

  혹시 러시아 상인들이 중국에서 저 물건들을 사다가 자기 나라 가져가서는, 자기 나라로 오는 외국인들에게 되파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 

 

 

궈먼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러시아풍 마차. 

 

  '국경'이라는 특성상 뭔가 낭만적인 이 곳에, 러시아풍의 정자 분위기 풍기는 마차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너도 나도 저 마차에 들어가서 기념촬영을 했다.  물론 우리도 당연히 저 마차에 앉아 사진 한 장씩 찍었다. ^^

 

 

궈문으로 통하는 철로 옆에  따로 짧은 철로를 깔아놓고, 궈문 설치 초기의 기관차를 전시해놓았음. 

 

  내몽고가 황사의 발원지 아니랄까봐, 이 날 모래 섞인 바람이 정말 심하게 불었다.

  간간히 바람이 너무 심해서 얼굴을 들 수도, 앞으로 걸을 수도 없어, 바람을 막아줄만한 건물이나 기둥이 있는 곳 뒤편으로 가서 잠시 피해있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바람이 부는 건 부는 거고, 하늘은 너무 맑고 햇살도 밝아서, 저 기관차의 모습은 한 편의 그림 같았다. ^^

  그런데 좀 뜬금없는 얘기지만, 저 기관차를 보니....  우리나라 휴전선 근처에 있는 녹슨 기관차('철마는 달리고 싶다'라고 써진 팻말의 주인공)도 떠오르고, 만화 '은하철도 999'의 기관차도 떠올랐다. ^^;;

 

 

 

 2. 타오와(套娃 : 마뜨료쉬까) 광장

 

  타오와(套娃) 광장은 러시아 전통 인형인 '마뜨료쉬까(Матрёшка, matrioshka)'를 테마로 한 광장이다.

  마뜨료쉬까는 통통한 오뚜기 모양인데, 허리 부분을 돌리면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어 그 안에 같은 모양의 좀 작은 인형이 들어있다.  그 인형을 분리하면 역시 그 안에 또 다른 인형이 들어있고...  그런 식으로 적게는 3, 4개에서 많게는 10개 넘게 인형을 안에 넣은 러시아 인형 마뜨료쉬까를 중국에서는 '타오와(套娃)'라고 한다.  '타오(套)'라는 말이 세트(set)라는 뜻이고, 와(娃)는 인형이란 뜻이니, 정말 딱 어울리는 번역이다. ^^

 

 

 

(위) 타오와 광장 앞의 간판.

(아래) 타오와 광장은 저렇게 새파란 하늘 아래, 허허벌판 위에 자리잡고 있음. ^^

 

  사실 타오와 광장에 대해서는,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보기 전에는 그런게 있는지도 몰랐다.

  여행 전에 인터넷 뒤져 만저우리 정보를 알아낼 때도, 만저우리의 관광지도에서도 찾지 못 했기에,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궈문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본 내몽고대학 건물을 잠깐 보자고 걷다 보니, 뜻밖에 이런 장소가 나와 들리게 되었다.

  저 많은 타오와는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적인 인물, 각 나라의 전통 복장, 각 나라를 상징하는 문물 등을 테마로 잡고 만들었다.  대단할 볼거리는 아니지만, 궈문 오가는 길에 잠시 들려 둘러보기에 좋다. ^^

  

 

 

(위 왼쪽) 프랑스의 나폴레옹과 개선문 

(위 오른쪽) 구 유고슬라비아 태생으로, 인도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평생을 보낸 마더 테레사

(아래 왼쪽) 아르헨티나 태생의 유명한 중남미 좌익 혁명가 체 게바라

(아래 오른쪽) 중국의 QQ

 

  QQ에 대해 모르실 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하자면...

  QQ는 중국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네이트온에 해당하는, 중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메신저 프로그램이다.  중국에서 공부하는 외국 학생들 중에서도 중국 친구들과 교류하기 위해 QQ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내 컴퓨터에 QQ를 설치해놓고 가끔 중국친구들과 채팅을 하곤 하는데, 몇 번 써본 느낌으로는 오히려 네이트온보다 한 단계 위인 듯 하다.

  문제는 이 QQ를 한 번 작동시키면 가뜩이나 느린 내 컴퓨터가 더 느려터지게 된다는 점이다. -.-;;  누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QQ 자체가 하나의 스파이웨어 프로그램이라서, QQ 통해 컴퓨터에서 빠져나가는 패킷량이 엄청나기 때문에 컴퓨터가 느려지는 거란다. OTL  게다가 QQ 통해서 온갖 악성 코드나 바이러스 등이 줄줄이 들어온다. -0-;; 

  그리고 이 QQ가 우리나라의 네이트온이나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MSN과 결정적으로 다른 특징 하나...!  다른 메신저 프로그램은 가입할 때 자기가 원하는 ID를 선택할 수 있는데, QQ는 가입할 때 QQ쪽에서 ID를 정해준다.  그런데 그 ID라는 게 죄다 숫자로 되어 있는데다가, 자릿수도 많아서(사람마다 달라서 어떤 사람들은 7, 8 자릿수이고, 나 같은 경우는 무려 10자리나 됨. ㅠ.ㅠ), 그렇잖아도 숫자에 약한 나는 도무지 내 QQ ID를 기억할 수가 없다. -.-;; 

 

 

우리 한국의 전통 복장을 한 여인이 그려진 타오와. (역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

 

  많은 타오와 사이를 누비며 열심히 사진 찍고 있는데, 좀 떨어져서 사진 찍던 양이 큰 소리로 나를 불렀다.

  무슨 일인가 가봤더니 우리나라를 테마로 한 이 타오와를 가르키며 '너희 나라 거니까, 사진 찍어.' 라고 했다. ^^  오... 타향에 가면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더니만, 까마귀까지 갈 것도 없이 무생물인 인형 하나만 봐도 정말 반갑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