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10년 만저우리(만주리)

만저우리(滿洲里 : 만주리) 시내의 풍경

Lesley 2010. 5. 10. 00:09

 

 

 

 

 1. 만저우리(滿洲里 : 만주리)역

 

  5월 1일 오전 10시쯤 만저우리역에 도착했다.

  14시간만에 기차에서 내려 땅에 발을 딛으니, 어찌나 좋던지...  밤새 불편하고 좁은 자리에서 시달려 저릿저릿 할 정도인 엉덩이와 허리도 편해진 듯한 느낌이었다. ㅠ.ㅠ
  만저우리의 날씨를 미리 알아보고 가지 않아서, 여행하는 동안 날씨가 나쁘면 어쩌나 걱정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역에 내리쬐는 햇볕이 다소 따갑게 느껴질 정도로 날씨가 좋았다.

 

 

만저우리역 안의 철로를 건너는 육교 위에서 찍은 역 내부의 모습과 바깥의 주택들

 

  만저우리의 하늘은 말 그대로 새파랗다...!

  하얼빈으로 돌아온 지금 만저우리 하면 떠오르는 건, 눈이 부시다 못 해 시릴 정도로 새파란 하늘과 너무 세차고 차가운 모래바람이다.  그만큼 만저우리의 하늘은 인상이 깊었다.

 

 

만저우리역의 역사 : 만조우리가 러시아와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만큼, 러시아식 건물임.

 

  파란 하늘 아래 서있는 만저우리역은 산뜻한 느낌이다. 

  중국의 소도시 기차역은 좀 지저분한 경우가 많던데, 여기는 국경지역이라 외국인이 많다는 점 때문에 신경을 썼는지 아담한 규모이면서도 무척 깔끔했다.  하얼빈역에게는 정말 안 된 말이지만, 솔직히 하얼빈역보다 10배는 깨끗하고 예뻤다. ㅠ.ㅠ

 

 

역에서 좀 떨어진 다른 육교 위에서 찍은, 만저우리역 내에 쌓여있는 목재

 

  우리가 만저우리에 머무는 내내, 만저우리역에는 러시아에서 실려온 목재가 잔뜩 쌓여있었다.

  양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들었다는 이야기와 다음날 후룬호에 가느라 탔던 택시의 택시기사 설명으로는, 중국이 그 동안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건물을 많이 지어 중국 국내의 쓸만한 목재는 이미 동이 나버렸단다.  그래서 목재를 거의 러시아에서 수입해서 쓴다고 한다.

 

 


 2. 숙소 잡기

 

  일단 이틀밤을 지낼 숙소부터 잡기로 했는데, 마침 여관 주인 아줌마 한 분이 우리에게 접근(?)하셨다. 
  나는 시치미 뚝 떼고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하고(입을 연 순간 외국인이란 것이 드러날테니까...^^), 양이 아줌마에게 만저우리의 정보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  그리고 자신의 여관이 깔끔하니 한 번 보라는 아줌마를 따라 그 집 방을 보러 갔다.  그 여관은 일반 서민용 아파트 내부를 개조한, 우리식으로 생각하면 여관이라기 보다는 대학생들의 하숙집 비슷한 느낌의 여관이었다.  좀 좁기는 해도, 깔끔한데다가 하룻밤에 30위안(한화 약 5,100원) 밖에 안 해서 묵기로 했다.


  다만 체크인을 하려면 신분증을 보여야 하는데, 그러면 내가 외국인이라는 게 드러나서 못 묵게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중국에서는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3성급 이상의 숙소에서만 머물 수 있다.  다만, 원칙이 그렇다는 거지, 숙소 입장에서는 손님이 많을 수록 좋으니, 한국인이나 일본인처럼 중국인과 외모가 비슷한 외국인은 눈치껏 받아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즉, 외국인이 저렴한 숙소에 묵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순전히 엿장수(숙소 주인장) 마음대로다. ^^;;

  하지만 양은 아줌마에게 들리지 않게 작은 소리로, 자기 혼자 신분증 보이면 되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양 혼자 체크인 하는 걸로 그냥 넘어갔다.  다만 이후에 아줌마가 나에게 말을 걸 때마다, 최대한 입을 안 열면서 그 상황을 넘겨야 하는 게 조금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만저우리에서의 마지막 날, 숙소 떠나기 직전에 내가 외국인이라는 게 결국 들통났음. ^^;;)

 

 

 

 3. 이국적인 모습의 만저우리

 

  짐만 숙소에 놓고, 곧장 밖으로 나와 만저우리 시내를 돌아다녔다.
  작은 도시여서 시내 한 바퀴 도는데 그다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발길 닿는대로 이리저리 쏘다니며 구경하고 사진 찍느라 반나절은 걸렸지만, 마음 먹고 시내를 한 바퀴 돈다면 1시간 반이면 다 돌 수 있을 것이다.
 

 

중국어와 러시아어가 함께 표기된 간판이 즐비한 상점들과 상점 내부의 러시아풍 기념품.

  

  하얼빈도 러시아 색채가 짙은 곳이기는 하지만, 만저우리 정도는 아니다. 

  여기는 어지간한 규모의 상점, 숙소, 음식점은 아예 간판에 러시아어를 쓴다.  만저우리가 네이멍구(內蒙古 : 내몽고) 자치구에 속하는 지역이다 보니, 한자로 된 간판 한쪽에는 몽골문자도 있다.  (※ 참고 : 현재 몽골은 러시아와 같이 키릴 문자로 자기 언어를 표기하지만, 중국 영토인 내몽고 지역에서는 예전에 쓰던 몽고 문자를 그대로 쓰고 있음.  덕분에 같은 몽고족인데도 몽골 국적의 사람들과 중국 국적의 사람들간에 문자가 안 통함.)   하지만 원래 이 땅의 주인이었던 몽고족의 몽골문자는 간판 한 구석에 작게 표기되어 있고, 오히려 러시아 문자가 큼직하게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이 만저우리라는 도시는, 러시아와의 교류가 활발하고, 러시아 관광객과 러시아 상인이 뿌리는 돈이 도시 수입에 큰 몫을 차지한다는 뜻일 게다.

 

  그리고 러시아풍의 기념품으로 말하자면...

  내가 보기에는 만저우리에서 러시아식 기념품을 판매한다는 건 조금 이상하다.  러시아 관광객이라면 당연히 중국에 와서 중국풍의 기념품을 사려 할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같은 중국인 관광객이 저 러시아 기념품을 산다고 생각하니, 자기 나라에서 남의 나라 기념품 산다는 것도 뭔가 좀... ^^;;

  그리고 우리가 묵은 숙소의 주인 아줌마가 미리 우리에게 충고하기를, 만저우리에서 판매하는 러시아 물건의 90%는 국산품(물론 여기서 말하는 국산품은 한국산이 아니라 중국산임. ^^)이니, 아무 것도 사지 말라 하셨다.  사실 내가 공부하며 지내는 하얼빈의 중앙대가도 러시아풍 거리로 유명하고, 많은 러시아풍 기념품을 판매하지만, 대부분 중국에서 중국인이 만든 것이라는 것을 하얼빈 사람들 모두가 안다.  그 물건들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외지인(외국인 또는 내국인이라도 그 지역 이외의 사람)이지, 하얼빈 사람들은 어지간해서는 그 물건 안 산다. ^^;;

 

하얼빈역, 소피아 성당, 중앙대가 (上) (http://blog.daum.net/jha7791/15790495)

    하얼빈역, 소피아 성당, 중앙대가 (下) (http://blog.daum.net/jha7791/15790496)

 

 

만저우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러시아인.

 

  만저우리 거리에서 본 사람들 중 3분의 1은 러시아 사람이 아닌가 싶다.

  카메라 들고 느긋하게 돌아다니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고, 보따리 무역이라도 하는지 두 손 가득 커다란 짐꾸러미 들고서 이 상점 저 상점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인접한 지역이다 보니, 아예 자동차 끌고 국경을 넘은 사람들도 많다.  덕분에 러시아 자동차 번호판을 단 승용차, 짚차, 봉고차도 제법 눈에 띈다.  한 번은 어떤 자동차가 갑자기 우리 앞으로 튀어나오는 통에 나와 양이 무척 놀랐는데, 그 차가 지나갈 때 보니 운전자가 러시아 남자였다.  그 운전사의 난폭운전에 놀라 화가 난 양이 '여기가 중국이야, 러시아야?' 하고 투덜대고...^^

 

 

시내 한복판에 있는 동상.

 

(위) 원래 이 땅의 주인이었던 몽골족의 형상을 한 동상이다.

      만저우리 여행의 마지막날(5월 3일) 후룬호(呼倫湖)에 갈 때 탔던 택시기사가 말하기를, 내몽고 지역의 몽고족과 몽골(몽골 공화국)의 몽고족의 언어가 기본적으로는 통하지만, 제법 다르다 했다.  마치 한국인인 우리와 중국 국적인 조선족이 수십년간 다른 지역에서 살면서 언어가 이질화 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아래 왼쪽) 아마도 러시아인 관광객 가족을 나타낸 동상이 아닌지... ^^

 

(아래 오른쪽) 신나게 브레이크 댄스 추는 녀석들과 일렉트릭 기타 치는 녀석이 어우러져, 만저우리 한복판에서 신명나는 놀이마당이 벌어졌다. ^^

 

 

러시아와의 무역 관련한 상가들.

 

  만저우리가 러시아와의 무역으로 사는 도시라는 것은, 어디에나 있는 ‘~~시장’ 이니 ‘~~무역’이니 하는 건물만 봐도 알 수 있다.

  위에도 썼다시피 1시간 반이면 한 바퀴 다 돌 수 있는 작은 도시이건만, 저런 무역 관련한 큰 상가들이 만저우리 시내에는 물론이고, 다음날(5월 2일)에 간 궈먼(國門 : 국문, 국경에 있는 출입국 하는 문)이나 궈먼 근처에도 몇 곳이나 있다. 

 

 

만저우리의 야경.

 

  만저우리의 아경은, 만저우리 도착한 두번째 날 저녁에 찍은 사진이다.

  만저우리 여행 중 야경은 반드시 보리라 마음 먹고 있었다.  여행 전에 만저우리 정보를 얻으려고 들린 블로그에 올라온 야경 사진들을 보니 정말 멋졌고, 숙소의 주인 아줌마도 만저우리의 야경은 볼만하다고 꼭 보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만 일이 꼬였다.  원래 만저우리 도착한 날 야경을 보려 했지만, 불편한 장거리 기차여행에 지쳐서 오후에 숙소에서 잠깐 누워 쉰다는 게 우리 두 사람 모두 아침까지 쿨쿨 자버렸다. -.-;;  그래서 다음날에야 야경을 보게 되었는데, 우리가 야경 보려고 나섰을 때 유난히 바람이 심하게 분다 했더니, 기어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진 서너장 겨우 찍고 서둘러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덕분에 내가 찍은 야경 사진이라는 게, 정확히 말하면 밤 사진이 아니라 저녁 사진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