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10년 만저우리(만주리)

만저우리(滿洲里 : 만주리)의 먹거리

Lesley 2010. 5. 21. 00:08

 

 

 1. 솬양로우(羊肉)

 

  5월 2일 궈먼(國門) 다녀오자마자, 만저우리 시내의 식당에서 먹은 솬양로우(涮羊肉).
  원래는 몽고족이 북방의 매서운 추위를 이기기 위해 겨울철마다 먹던 것이었는데, 나중에 한족에게도 전해졌다는 솬양로우...  4월 중순 베이징 여행 때 처음 먹었는데(‘베이징의 먹거리(4) - 티에반차오뉴로우(鐵板炒牛肉), 솬양로우(羊肉) 등 (http://blog.daum.net/jha7791/15790696)’ 참조), 이번에 본고장에서 다시 먹게 되었다. ^^

  어째서인지 베이징에서 먹던 솬양로우에 비해 유난히 기름이 많이 나와, 국물 위에 기름이 하얗게 둥둥 떠서 ‘이거 참 난감하게 되었군.’ 했는데, 다행히 식당 종업원이 오며가며 국자로 기름을 건져냈다. ^^


 

보글보글 끓는 솬양로우 ^^

 

 

 

 2. 양로우촬(羊肉串 : 양고기꼬치), 빵, 양갈비, 물고기


  5월 2일 저녁, 야경 사진 찍으려고 나갔다가 비가 내리는 통에 일찌감치 들어가려다가 아쉬워, 양로우촬(羊肉串 : 양고기꼬치)과 맥주 한 잔 간단히 하기로 했다. ^^

 

맥주랑 함께 먹으면 딱인 양로우촬 ^^  

 

   내몽고에서 먹는 양로우촬은 뭔가 특이할 줄 알았는데, 솔직히 흑룡강대학 옆 쉐푸쓰다오제(學府四道街)에 있는 꼬치 전문점 ‘알리바바’의 양로우촬하고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더라. ^^;;
  그런데 뜬금없이 생마늘을 작은 접시에 담아 가져다 주기에, 양에게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양로우촬 먹으며 함께 먹는 거란다.  하지만 생마늘은 매워서 안 먹는 사람도 많으니, 먹기 싫으면 먹지 말란다.  하지만 고기집에서 상추에 고기랑 마늘 함께 싸먹는 한국인인 내가 못 먹을 리가... ^^  내가 마늘 먹으면서 양에게 마늘을 21일 동안 먹고 사람이 된 곰 이야기(단군 신화)를 해줬더니, 너무 재미있단다.  그래서 내가 J군과 같이 고기 먹을 때에 별명이 슝마오(熊描 : 팬더)인 J군에게 ‘너 마늘 많이 먹어, 그래야 사람이 되지.’라고 한 적이 있다고 했더니, 폭소를 터뜨렸다. ^^

 

 

따끈하게 구워 버터 듬뿍 바른 빵

 

  양이 배고프다며 빵도 주문하자고 하기에, 나는 슈퍼마켓에서 파는 그런 평범한 빵을 생각하며 그러자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서울에서 대딩시절 친구 HJ과 종종 갔던 술집에서 시켜먹던 버터 브레드 비슷한 녀석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0^  따끈한 빵 위에 버터를 얹어, 버터가 천천히 빵 속으로 스며들게 한 것이다.  다만, 서울에서 먹던 것과 다른 점이라면, 몽고 분위기 나게 빵도 꼬치로 나온다는 점... ^^

 

 

(위) 양 갈비 고기 ^^;;
(아래) 꿩 대신 닭으로 등장한 물고기 구이

 

  원래 우리가 주문하려던 건 바이위(白魚 : 백어)라는 후룬호에서 잡힌다는, 이 지역 특산인 물고기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바이위가 다 떨어졌다고 하여 이 물고기를 시켰는데, 꿩 대신 닭으로 등장한 이 물고기의 이름이 뭔지 잊어버렸다. ^^;;

 

 

 

 3. 몽고족 식당에서 한, 만저우리 최후의 오찬

 

  5월 3일 만저우리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몽고식 파오(천막)가 있는 식당에서 했다.

 

  이 몽고족이 운영하는 식당은 손님들이 몽고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식당 안에 저런 몽고식 파오를 여러 개 설치해놓은 곳인데, 그 전날(5월 2일) 미용실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
  우리가 묵은 숙소가 저렴하고 깔끔한 건 좋은데, 대신 뜨거운 물을 쓸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니 샤워는 둘째 치고, 머리를 감을 수도 없었다.  그러니 원조 황사 칼바람으로 모래먼지 잔뜩 낀 머리카락 때문에 찝찝해 혼났다. ㅠ.ㅠ  공중 목욕탕이라도 가야 하나 싶었는데, 다행히도 양이 미용실에 가면 감을 수 있다고 하여 그러기로 했다.
  중국 미용실에서는 머리는 안 하고 머리만 감는 것도 많이 한다는 말은 들었는데, 정작 중국 와서 한 번도 이용해 본 적이 없었다.  파마를 하거나 하면 머리에 약품이 묻었으니 어쩔 수 없이 미용실에서 감게 되지만, 그저 머리만 감기 위해 돈을 내고 미용실 간다는 게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 또 한 번 정도는 다른 문화 체험하는 셈치고 겪어보는 것도 좋을 성 싶기도 하고... ^^

 

 

우리가 식사한 몽고식 파오

 

  저 몽고식 파오 안에 들어가 식사를 하니, 어린 시절 비오는 날에 우산 여러 개 펴서 모아 텐트 비슷하게 만들어놓고 그 안에 들어가 놀던 추억이 떠올랐다. ^^


 

상다리 부러지게 한 상 가득 차려진 몽고식 음식 ^^

 

  주인 아줌마는 ‘우리는 항상 먹어 상관없지만, 한족인 너희 입맛에는 안 맞을 수 있다.’ 하며 조금 걱정스러워 하셨다. (주문은 양이 혼자서 다 했고, 나는 양이 '이거 괜찮아?', '이거 시킬까?' 할 때나 간단한 대답했을 뿐이라, 아줌마는 내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모르는 상황임.)  하지만 입맛에 안 맞기는 커녕, 나도 양도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식사 시작하고 1시간 쯤 지났을 때 식탁 위에 남은 것은 양고기에서 나온 뼈다귀들과 파란색 풀 종류 뿐이었다. ^^

 

 

 

(위 왼쪽) 양 허벅지 고기

 

(위 오른쪽) 양 갈비 고기

 

(아래 왼쪽) 몽고식 콘플레이크(?)

  이 음식은 이름은 생각이 안 나는데 요구르트(단, 시중에서 파는 요구르트가 아니고 생우유 가지고 이 식당에서 직접 만든 요구르트)에 좁쌀 비슷한 곡식을 볶은 것을 섞은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하얼빈에 잔뜩 싸가서, 매일 아침 수업 들어가기 전에 아침으로 먹으면 딱이겠다 싶었다. ^^

 

(아래 오른쪽) 라오후차이(老虎菜 : 로호채, 직역하자면 ‘호랑이 요리’라는 뜻.) -.-;;

  양이 메뉴판에서 이걸 주문하자고 이 음식 이름을 손으로 가르키는데, 나는 그만 어리둥절해졌다.  뜬금없이 ‘호랑이 요리’라니??? 
  호랑이가 먹는 음식이냐고 물었더니(-.-;;), 양이 웃으면서 그게 아니고 채소 요리라고 말했다.  우리가 시킨 음식이 고기 요리들이라 좀 느끼할 거라며 채소 요리도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해서, 그러자 했다.  양에게 왜 채소 요리 이름에 ‘호랑이’가 들어가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이유는 모른단다.  다만 동북지방 요리 중 하나이고, 양파, 대파, 오이 등을 섞은 요리란다.  내가 동북지방인 하얼빈에서 이런 요리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했더니, 정말이냐며 의아해했다.
  하여튼 처음 시키는 요리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내 눈 앞에 나타난 저 요리 보는 순간 그만 ‘허걱~~’ 했다.  한 접시 가득한 양파, 대파, 오이 사이로 빼꼼이 모습을 드러낸 샹차이(香菜)...! ㅠ.ㅠ  한국인은 95%가 못 먹는다는 샹차이를 보고 '샹...차...이...!' 하며 기겁하자, 양도 놀라서 '앗, 샹차이 넣지 말라는 말을 잊었다!' 하며 얼른 젓가락으로 눈에 보이는대로 샹차이를 한쪽으로 긁어모았다.  그러더니 '왜 한국사람들은 샹차이를 못 먹는거냐, 얼마나 맛이 좋은데...' 라고 했다.  '너희 중국인 입맛에는 잘 맞겠지만, 한국인들에게는 맛이나 냄새가 너무 이상해.  나는 저거 먹으면 빨래비누를 먹는 느낌이야.' 라고 했더니, 양의 표정이 딱 이렇게 → -0-;; 변했다. ^^;;

  양이 샹차이를 최대한 수거(?)해 준 덕분에 그럭저럭 먹기는 했는데, 그래도 약하게 샹차이 맛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