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베이징 여행 정리
4월 13일 오후 5시 30분에 베이징역에 도착하며 시작했던 베이징에서의 일정은, 4월 17일 오전 7시 10분 다시 베이징역에서 하얼빈행 기차 타는 걸로 끝났다.
마지막 날인 17일 아침 일찍 베이징을 떠나야 했기에, 사실상 그 전날인 16일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인 셈이었다.
원래는 16일 공왕푸를 다녀온 후 숙소에서 조금 쉬었다가, 저녁에 다시 나가려고 했다. 아무래도 마지막 날인데, 조금이라도 더 구경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둘 다 온종일 걷느라 지쳐서 한 두 시간만 잔다는 게, 눈 떠보니 이미 10시가 다 되었다...! -0-;; 그 시간에 가기는 어디를 가나... 결국 씻고서 머리 말리며 일기도 쓰고, 진쥔이 들고 온 노트북 안의 동영상도 보고, TV에 나오는 칭하이(靑海)성 지진 관련 뉴스도 보고... 그런 식으로 이냥저냥 시간 때우다가 새벽 1시쯤 다시 잠자리 들었다. (명색이 여행 마지막 날인데 잠이나 퍼자다가 시간 다 보내다니, 참 허무했다... -.-;;)
6년만에 가 본 베이징은 올림픽을 치르면서 많이 깨끗해지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전에는 달랑 3개 노선 밖에 없었던 지하철이 이제는 7개 노선으로 대폭 늘어난 것이 정말 편리하고 좋았다. 흑룡강대학 근처 서점에서 여행 안내책을 사갈 때 아예 '지하철 타고 베이징에서 놀기'라는 제목으로 된 것을 샀다. 각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그 역 주변의 관광지나 식당을 설명해놨기 때문에, 이 책을 이용해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여행을 하니 교통비도 거의 안 들고 정말 좋았다. (베이징 가실 분 중 중국어 아시는 분들께 강추드림...! 초급반 수업 마친 수준의 중국어 실력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음...!)
☞ 塔地鐵玩北京(지하철 타고 베이징에서 놀기), 广西師范大学出版社
그리고 이번 베이징 여행은 생각보다 돈을 적게 썼다.
줄이는 게 거의 불가능한 왕복 기차비(562위안 : 한화 약 95,640원)와 숙박비(하룻밤 180위안인데 둘이 분담하여 90위안이고, 4일 머물렀으니 360위안 : 한화 약 61,200원)가 여행경비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뿐, 그 외의 비용은 정말 적게 썼다.
식비는 첫날 저녁 베이징 카오야 먹을 때나 좀 들었지, 그 후에 먹은 것들은 죄다 저렴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우리 둘 다 자금성, 이화원, 만리장성 등 엄청 유명하면서 동시에 입장료도 많이 드는 장소는 전에 이미 가봤다. 덕분에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면서 대신 입장료도 그다지 비싸지 않은 곳만 같다. ^^ 그리고 베이징 안에서는 공왕푸 가는 길에 인력거 탔던 거 빼고는, 내내 2위안짜리 지하철만 이용하고 다녔으니, 교통비도 정말 적게 들었고... 덕분에 왕복 기차비 및 숙박비 제외한 비용이 4일 동안 260위안(한화 약 44,200원) 정도 밖에 들지 않았다. ^^
그리고 우리 둘 다 기념품이라고는 아무 것도 안 샀다.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유리창에서 붓 한 자루 또는 작은 화첩 하나 정도는 사는 것도 좋았을 듯 한데, 왜 그 때는 그런 생각을 못 했나 모르겠다. 그 점이 지금에 와서는 조금 아쉽다. ^^;;
2. 하얼빈에서...
하얼빈으로 돌아올 때, 진쥔과 함께 왔다.
진쥔이 이왕 베이징까지 올라온 거, 내친 김에 하얼빈까지 가서 흑룡강대학의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대학 시절 친구들을 만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얼빈역에 도착한 순간, 오~~~ 이건 마치 21세기에서 20세기로 타임워프한 느낌이었다. -.-;;
그 동안 하얼빈에서 1년 넘게 살면서 익숙해져서 몰랐는데, 베이징에서 며칠 지내다 돌아오니 하얼빈이 도시 규모나 인구에 비해 많이 낙후된 도시라는 게 팍팍 실감이 났다... ㅠ.ㅠ 두 달 반만에 하얼빈에 온 진쥔은, 하얼빈이 그 전보다 더 더러워졌다고 놀라워했다. (특히 최근 들어 지하철 공사장이 여기저기로 확장되어, 학교 주변은 인도, 차도 할 것 없이 완전히 난장판임. -.-;;) 내가 ‘하얼빈은 원래 내가 왔을 때부터 이렇게 더러웠어.’ 하니까, 진쥔이 웃었다.
원래 기숙사에는 밤 10시 이후로 외부인이 머물면 안 되는데, 다른 유학생들이 그러하듯이 나도 몰래 진쥔을 들였다. ^^;;
기차가 하얼빈역 도착하기 전에 미리 J군에게 전화해서, 그 날 기숙사 프론트 데스크에 엄격한 매니저가 당직을 서는지 확인했다. J군은 매니저가 쉬는 날인데다가, 마침 주말이라 일반 중국인 투숙객이 많아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눈에 안 띌테니 염려 말라고 했다. ^^ 먼저 내가 진쥔의 캐리어를 내 짐인 것 마냥 끌고 들어가고, 진쥔은 1분쯤 지나 다른 투숙객 또는 볼 일 있어서 온 사람인 것처럼 들어오게 했다. (중국어 공부를 이렇게 치밀하게 계획 세워가며 했으면, 지금쯤 동시통역사 수준이 되었을지도... ^^)
그렇게 기숙사 방에서 3박 4일을 함께 지내면서, 진쥔에게 기숙사 귀가 시간(밤 11시)을 단단히 숙지시켰다.
사실 그 동안 기숙사 규칙이라는 게 유명무실했는데, 지난 학기에 기숙사에 유독 말썽이 많이 생겨서 그런지 이번 학기부터 부쩍 엄격해졌다. 몰래 들어와 사는 상황에 행여나 걸리기라도 하면 일이 복잡해질테니, 밤 11시 전에는 반드시 들어오라고 일렀다.
그러자 오래간만에 대학 시절 친구들을 만나 하루 종일 노느라 바쁜 진쥔... 매일 밤 10시 45분~50분이 되어서야 허겁지겁 뛰어들어와서는, 온수 공급 마감시간도 기숙사 귀가시간처럼 밤 11시인 탓에 거의 빛의 속도로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 그러고는 잠자기 전까지 머리 말리는 두어 시간 동안 낮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기도 하고, 내가 컴퓨터에 정리해놓은 베이징 여행 사진이나 내 블로그의 여행기를 보기도 하고, 서로의 노트북에 저장해놓은 음악 파일을 교환하기도 했다. 또한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사 온 야토우(오리머리)를 맛있게 먹으면서, 나를 위해 덜 무서운 부분을 사왔다며 오리목을 권하기도 하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오리목이 더 무섭다...! 차라리 그냥 오리머리를 먹고 말지... ㅠ.ㅠ)
그러다가 지난 주 화요일(4월 20일)에 진쥔이 쓰촨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역시나 소심한 나... 진쥔이 떠나던 날, 공항으로 가는 차 타는 곳까지 배웅한다고 같이 나가다가, 아는 한국 여학생 두 명과 기숙사 엘리베이터 앞에서 딱 마주쳤다. 그런데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정작 그 쪽에서는 아무 것도 묻지 않았는데, 괜히 나 혼자 이러이러 해서 중국친구를 내 방에 들였다고 변명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놨다. ^^;;
지난 1월에 헤어질 때는 적어도 1, 2년은 못 만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뜻밖에도 석 달도 안 되어 다시 만났고, 1주일만에 또 헤어졌다. 이미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反)' 을 한 차례씩 겪었고, 이번에 두 번째 회자정리를 겪었으니, 남은 일은 두 번째 거자필반을 기다리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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