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10년 베이징(북경)

베이징의 아침 / 남당(南堂) 또는 선무문천주당(宣武門天主堂)

Lesley 2010. 4. 26. 00:37

 

 

 1. 베이징의 아침

 

  4월 16일 아침, 언제나 그렇듯이 나보다 늦게 일어나는 진쥔은 그냥 자게 두고, 혼자서 디카와 약간의 비상금만 챙겨들고 숙소를 나섰다. 
  원래 계획은 숙소 주위를 산책 겸 한 바퀴 도는 것이었는데, 계속 걷다보니 그만 천안문 앞까지 걸어가게 되었다. ^^;;  전에 베이징 갔을 때는 한겨울이라 일부러 좀 늦은 아침에 숙소를 나서 돌아다녀 몰랐는데, 이번에 베이징 와서 보니 과연 듣던 대로 베이징의 아침은 스모그로 가득하다.  그 날 날씨가 좋고 나쁘고에 상관없이, 언제나 아침에는 스모그가 짙게 끼여 보기만 해도 답답하다. 

 

 

  

(왼쪽) 스모그 낀 하늘에 뜬 아침 해.
  이 사진 찍었던 때가 거의 오전 8시 다 된 때였다.  그런데 눈부셔서 똑바로 쳐다보기 힘들어야 할 아침 해가, 짙은 스모그 때문에 마치 달무리 진 달처럼 잘만 보였다. -.-;;

 

(오른쪽 위) 역시 스모그에 파묻힌 천안문.
  차라리 한낮에 천안문에 가서 사진 찍었더라면 근사한 모습을 잡을 수 있었을텐데, 스모그 덕분에 저렇게 뭔가 음침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

 

(오른쪽 아래) 아침부터 마오쩌둥(모택동) 기념관 앞에 바글바글 모여든 단체관광객.
  이번 베이징 여행 중, 군사박물관, 저 마오쩌둥 기념관 앞, 그리고 이 날 오후에 간 공왕푸에서 온갖 색깔의 모자 쓴 노인 단체여행객들을 정말 많이 봤다.  워낙 여행 온 사람들이 많다 보니, 각 여행사에서 누가 자기쪽 여행객인지 구분하려고 같은 색깔 모자를 씌운 모양인데, 빨간 모자, 파란 모자, 노란 모자, 주홍 모자 등등...  아~~ 정말이지 한 동안 모자는 보고 싶지 않을 것 같다. -.-;;

 

 

  아침 산책이 예상보다 길어진 통에 서둘러 돌아가려고 지하철을 탔다.

  마침 진쥔이 전화를 해서는 하는 첫 마디가 '지금 어디에 있냐?' 가 아니라 '왕빠(PC방)의 인터넷 속도가 빠르냐?' 이다.  자고 일어나서 내가 안 보이면, 아주 당연하게 인터넷 쓰러 간 줄로 생각한다. -.-;;

 

 

 

 

 2. 남당(南堂) 또는 선무문천주당(宣武門天主堂)

 

  그렇게 산책 끝내고 돌아왔더니 진쥔이 그 날 공왕푸 말고 또 어디를 갈까 묻기에, 남당(南堂)에 가자 했다.
  그러자 진쥔이 어리둥절해 하며 거기가 어떤 곳이냐고 물었다.  한국의 역사에 관련 있는 곳이라 꼭 가보고 싶다 했더니,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내 중국어 실력으로는 도무지 소현세자(昭顯世子)가 청나라에서 볼모 생활 하던 중 이 남당에 들려 신부들과 교류했다든지, 조선후기 치열한 정쟁(政爭)과 천주교, 실학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문제는 죽는 날까지 중국어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음. 어흐흑... OTL)  그냥 천주교가 금지되어 있던 시절에 중국인 신부 한 사람과 서양인 신부 세 사람이 이 남당에서 조선으로 파견되었고, 나중에 발각되어 모두 참수당했다고만 했다. (그나마 최근 정독 수업시간에 ‘손자(孫子)’에 대해 배우면서 ‘참수’라는 단어 배운 게, 이 때 아주 유용하게 쓰였음. -.-;;)
  하여튼 그렇게 간 남당은 눈에 확 띄는 볼거리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고즈넉하면서도 엄숙한 분위기 때문에, 이번 베이징 여행 중 기억에 남는 장소이다.  이 곳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내가 가자고 하는 통에 가게 된 진쥔도 이 곳을 마음에 들어했다.

 

  이 남당이라는 천주교 성당은 명나라 때인 1605년 세운 건축물인데, 선무문 근처에 있기 때문에 원래 이름은 선무문천주당(宣武門天主堂)이다.

  하지만 베이징 동서남북에 이 선무문천주당을 포함한 4개의 큰 천주교회가 들어섰기 때문에, 남쪽에 있는 이 성당을 보통 남당(南堂 : 남천주교당(南天主敎堂)의 약칭)이라고 부른다.
 

 

담 밖에서 본 남당의 모습.

 

 

마테오 리치(Matteo Ricci)의 동상.

 

  이탈리아 출신 예수회 선교사인 마테오 리치(Matteo Ricci)는 천주교의 교리을 유학(儒學)의 이론과 중국의 고전(古典)을 이용해서 한자로 요약, 정리한 ‘천주실의(天主實義)’ 의 저자로 유명하다. (아, 그러고보니 베이징 가기 직전에 한국어로 된 여행 안내책 빌리려고 J씨네 집에 갔다가, 그 집 책꽂이에 이 천주실의도 한 권 있는 것을 봤음. ^^)

  천주실의는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서양의 과학서적과 문물에 관심을 보이던 우리나라 학자들이 사신단 일행으로 베이징에 가서 가져온 이 천주실의 때문에, 선교사가 파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선땅에 천주교가 자생했고, 그 후 이 천주교 문제는 조선 정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데 마테오 리치 동상 옆으로 보이는 복사꽃, 저 꽃이 내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본 꽃이다...!

  4월 중순에야 겨우 봄꽃을 보게 되다니...  나중에 하얼빈으로 돌아와보니 여전히 하얼빈에는 꽃이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하얼빈에서는 단 한 송이의 꽃도 못봤다. ㅠ.ㅠ

 

 

 마리아상 앞에서 기도하는 할머니.
  

  저 사진 찍을 때는 최대한 조심했다.

  기도하는 할머니의 뒷모습이 너무 진지해 보여서,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당 내부 중앙의 모습.

 

  신자 아닌 일반인이 안으로 들어가도 되는지 어떤지 몰라서, 성당 건물 앞에서 기웃거리고만 있었다.

  그러자 성당 관리인으로 보이는 아줌마가 친절하게 웃으며 안에 들어가 구경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들어간 성당은 전등을 안 켰음에도, 많은 보통 창문과 스테인드 글라스 통해 들어오는 햇빛 덕분에 밝았다.

 

 


(위) 내부 왼쪽의 모습.
(아래) 내부 뒤편 이층(아마 성가대가 노래 부르는 곳인 듯)의 모습.

 

 

  그런데 성당에서 나오면서 벌어졌던 작은 사건...

  진쥔이 뭐를 하나 사겠다면서 성당 구내에 있는 종교물품 판매하는 작은 가게에 들어갔다.  예수 초상화가 들어간 작은 액자를 하나 고른 후 좀 더 실용적인 것이 없냐며 두리번 거리기에, '누구에게 선물하려 하냐?' 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하얼빈 가서 만날 대학시절 친구인 '자러' ('새로운 푸다오 선생을 구하다. (http://blog.daum.net/jha7791/15790669)' 참조)에게 줄 거란다.  그 친구가 교회 다니니 이런 물건 선물하면 좋아할 거란다.  내가 무심코 자러가 믿는 종교(개신교)는 이 종교랑 다르다고 했더니, '자러는 기독교 믿는데, 이것도 기독교 아니야?' 하며 의아해했다.  구교랑 신교는 다르다고 했더니, '아~ 그럼 됐어.' 하면서 고른던 물건 그냥 두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버렸다. ^^;; 

  나중에 생각해보니, 꼭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라 그저 여행지의 기념품으로 선물하는 것도 괜찮을 듯 한데, 내가 괜한 소리 한 듯 하다. (미안해, 자러~~ 나 때문에 네 선물이 날아갔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