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여행 이틀째인 14일, 오전부터 점심 때까지 부지런히 류리창 돌아다니고, 점심으로 자장면 먹고서, 진쥔과 다음에는 어디로 움직일까 의논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점심 식사 후 공왕푸(恭王府 : 공왕부)에 가야 했다. 하지만 앞 포스트(‘베이징의 먹거리(2) - 자장면(炸醬面), 징장로우쓰(京醬肉絲) 등 (http://blog.daum.net/jha7791/15790689)' 참조)에도 썼듯이 식당 찾을 때 길을 몰라 여러 번 헤매서, 점심을 늦게 먹었다. 식사 끝냈을 때는 이미 오후 3시가 다 되어, 결국 공왕푸 관람은 포기했다. 둘 다 지친 상태라 일단 숙소로 돌아가 잠시 쉬고, 저녁 때 공왕푸 대신 왕푸징으로 나가기로 했다.
왕푸징(王府井 : 왕부정)은 명나라 때 왕부(황실의 방계, 또는 큰 공을 세워 왕 칭호를 받은 귀족)의 우물이 있었던 것에서 유래한 지명이라고 한다.
정부 차원에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조성한 거리이라, 길거리 음식부터 패스트푸드, 고급스런 상점이나 백화점까지 다 모여 있다. 그래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무척 인기있는 지역이다. 특히나 온갖 먹거리가 다 모인 왕푸징샤오츠제(王府井少吃街 : 번역하자면 ‘왕푸징 먹자 골목’ 정도? ^^)가 정겨운 서민 냄새 풍기면서도 특색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저녁 7시가 넘어 나간 왕푸징은 많은 중국 젊은이들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역시 같은 중국이라도 내가 지내는 하얼빈과는 달리, 훨씬 경제적으로 발달한 곳이라 해가 지고도 많은 사람들이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멋진 시계탑과 백화점
그런데 진쥔이 저 백화점을 보고 저 ‘롯데 백화점’이 한국의 그 ‘롯데’와 관련 있냐고 묻었다.
그래서 내 대답은...? 당연히 ‘나도 몰라.’ 였다. ^^;;
중국인들에게 많은 사랑 받는 KFC와 작년에 개봉한 영화 ‘공자’의 대형 포스터
공교롭게 이번 주 화요일 ‘한어(중국어)와 중국문화’ 수업시간에 잠깐 저 KFC 이야기가 나왔었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중국에서 맥도날드보다 KFC가 더 성공한 이유가 ‘현지화’ 때문이란다. 맥도날드는 중국 어디에서 먹든지 비슷한 맛인데, KFC는 철저하게 현지화 작전을 펴서 그 지역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햄버거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 KFC라고 다 같은 중국 KFC가 아니고, 하얼빈 등 북방은 원래 음식을 짜게 먹기 때문에 짠 맛이 강한 햄버거를, 쓰촨(四川 : 사천)과 후난(湖南 : 호남) 등 매운 음식 즐기는 지방에서는 매운 햄버거를, 홍콩.광조우.상하이 같이 정신없이 바쁜 대도시에서는 스트레스 심한 사람들을 위해 단 맛이 더 나는 햄버거를 만들어 판매한단다.
그리고 저 ‘공자’...!
원래 작년 11월에 중국에서 한국영화 ‘호우시절’ 을 개봉한다고 하여, 진쥔과 헤어지기 전에 하얼빈에서 꼭 함께 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 때만 해도 1월 또는 2월에 완전히 귀국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진쥔을 다시 볼 기회가 없을 줄 알았음.) 그런데 개봉일이 그 다음 해 1월로 미뤄졌다. 그래도 내 일시 귀국일 전에 개봉일이 잡혀, 어찌되었던 하얼빈에서 볼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저 망할 놈의 공자 때문에 개봉일이 무기한 연기되어 버렸다...! ㅠ.ㅠ 중국 국가주석 후진타오가 직접 나서 감독을 지명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부 차원에서 엄청난 제작비 들여 팍팍 밀어준 공자에 치인 것이다. (참고로 세계적으로 대히트 친 미국 영화 ‘아바타’의 2D 상영도 공자의 개봉 덕분에 중지되었음. -.-;;)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이 왕푸징의 꽃(?)인 '왕푸징샤오츠제(王府井少吃街)' 탐방 시작...! ^^
(왼쪽) 왕푸징샤오츠제의 입구
(오른쪽 위) 손님을 끌기 위해 식당 옥상에서 나 홀로 경극을 열심히 공연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 중간) 역시 손님을 끌기 위해 전통복장으로 부채까지 펴들고 중국민요인지, 하여튼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
(오른쪽 아래) 우리나라에서도 명절 때 TV 통해서 꼭 볼 수 있는 떡매로 떡 치는 모습.
(위 왼쪽) 탕호루(糖葫芦).
탕호루는 꼬챙이에 끼운 과일에 설탕물을 바른 먹거리인데, 북방에서 많이 먹는다. 새 푸다오 선생 류디의 말로는, 하얼빈의 탕호루가 가장 제대로 된 탕호루라 한다. (지난달부터 학교 안팎에서 탕호루 판매하는 모습이 간간히 눈에 띔.) 원래는 산사나무 열매를 쓰는데, 최근 키위, 딸기, 바나나 등 다양한 과일을 쓴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하얼빈에서 본 탕호루는 거의 산사나무 열매를 사용한 것인데, 이 날 왕푸징에서 본 것은 딸기와 키위로 만든 것이 많았다.
(위 오른쪽) 안춘(鹌鹑, 메추리).
진쥔에게 저게 뭐냐고 물었더니 안춘(鹌鹑)이란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단어인데다가, 하필이면 계속 가방 속에 넣어다녔던 전자사전을 그 때는 숙소에 두고 와서,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 그 때 단체여행 온 듯한 한국인 아줌마, 아저씨들이 우리 옆을 지나치면서 ‘메추리도 저렇게 먹네.’, ‘나 어려서는 우리나라도 메추리 저렇게 먹었어.’ 라고 이야기를 주고 받으셨다. 그제서야 안춘이 메추리라는 뜻인 줄 알고 ‘아~~~’ 했더니, 진쥔이 ‘동포들 덕분에 알았구나.’ 하며 웃고... ^^
(아래 왼쪽) 게
빵을 쌓아놓은 것 비슷하게 보이는 것들은 다름 아닌 게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저런 모양의 게가 있던가? 원래 해산물을 별로 안 좋아해서, 게라고는 꽃게와 영덕대게 밖에 몰라, 우리나라에도 저런 게가 있는지 모르겠다. ^^;;
(아래 오른쪽) 떡볶이, 계란볶이, 순대
중국 길거리 음식 뿐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 길거리 음식도 간간히 눈에 띄었는데, 내 눈을 확 잡아끌었던 건 떡볶이...! 하지만 정말 한국 떡볶이랑 같은 맛이 날까 조금 의심스럽기도 하고, 진쥔이 이미 먹어본 떡볶이 말고도 새로 먹어봐야 할 것이 많은데 왜 먹냐고 해서, 그냥 패스~~~ ^^
(왼쪽 위) 전갈, 불가사리, 해마
흔히 다른 나라 풍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중국 소개할 때 꼭 나오는 기괴한 먹거리 중 하나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점 하나...! 정작 중국인 중에서도 저런 엽기적인 먹거리를 먹을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저런 것은 일반적인 먹거리가 아니라, 관광객 눈을 끌기 위한 미끼(?)의 성격이 짙으니, 중국인들이 허구헌날 저런 벌레 먹으며 산다고는 생각하지 마시기를... ^^
(왼쪽 아래) 번데기
중국은 과일과 채소만 한 덩치 하는 게 아니라, 번데기도 크다. -.-;; 사람 엄지손가락만한 번데기가 살아 꿈틀거리는 상태로 마트에서 판매되는 걸 볼 때마다, 나처럼 비위 약한 사람은 기겁하게 된다. 학교 앞에 있는 마트 중양홍의 한 코너에서도 저 번데기를 목판이나 큰 양은쟁반 위에 늘어놓고 판매한다. 그런데 왕푸징에서는 번데기도 탕호로처럼 꼬치로 만들어 판다. ^^;;
(오른쪽) 또 전갈...!
이 사진은 내가 찍은 것이 아니라, 진쥔이 찍은 것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내가 찍은 사진 중에는 전갈이 제대로 나온 게 없고, 모두 흐릿하게 나왔다. 그래서 진쥔이 제.대.로. 찍은 전갈 사진을 따로 소개한다. ^^ 나중에 하얼빈으로 돌아와, 그 동안 디카의 작은 화면으로만 봤던 사진들을 내 방에서 컴퓨터 이용해서 살펴봤다. 그런데 이 전갈 사진이 컴퓨터 모니터에 한 가득 뜬 순간, 진쥔은 자신이 찍은 사진이면서도 역겹다고 비명 지르며 펄쩍 뛰는 둥 난리도 아니었다. ^^;;
이 날 밤 10시 다 되어서야 유스호스텔로 돌아간 우리는, 소화 좀 시킨 다음에 자자고 새벽 2시까지 버텼다.
잠 안 자겠다고 진쥔이 쓰촨성에서 들고온 노트북에 다운받아 놓은 한국영화 '백야행'과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봤다. 그런데 우리가 본 그 내셔널 지오그래픽조차 먹거리(한국의 전통음식인 김치와 전주비빔밥)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으니... -.-;; 점심 때 먹은 베이징식 자장면부터 시작하여 온종일 먹고, 먹고, 또 먹고, 결국은 먹거리 프로그램 한 편 감상하는 걸로 끝낸 하루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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