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10년 베이징(북경)

류리창(琉璃廠)

Lesley 2010. 4. 22. 06:23

 

 

  베이징 여행 이틀째인 3월 14일, 진쥔이 미리 사놓은 과자로 간단한 아침을 먹고 류리창(琉璃廠 : 유리창)으로 갔다.

 

  류리창은 이번에 베이징에 가면서 꼭 가보겠다고 마음 먹었던 곳이다.
  6년 전에 처음으로 베이징에 갔을 때는 6일이나 머물렀지만, 어쩌다보니 그만 못 갔기 때문이다.  하긴 그 때는 지금처럼 류리창에 대한 관심이 많지도 않아서, 자금성, 만리장성, 이화원 등 덩치 크고 더 유명한 녀석들에게 류리창이 치인 탓도 있었고... ^^

 

  류리창은 서울로 치면 인사동 같은 곳이다.

  지필묵 상점, 기타 전통문물 관련 상점, 골동품 상점, 그림 또는 서예 관련 전시관 및 상점이 모인 거리이다.
  류리창의 류리(琉璃)는 우리말로 ‘유리’ 즉, 유리컵이나 유리 창문의 재료가 되는 그 유리이다. ^^  이런 특이한 이름이 붙은 이유는, 원래 이 곳이 명나라 시대에 궁궐이나 관청에 쓰는 유리 기와를 굽던 가마가 많은 곳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18세기부터 고서, 문방구, 기타 각종 문물을 취급하는 상점들이 생겨나면서, 많은 학자와 예술가들이 드나드는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조선의 영.정조 시대에 북학파(北學派)란 이름으로 우리나라 문화사에 큰 획을 그은 홍대용, 박제가 등의 인물이 사신 일행으로 베이징에 갔을 때 반드시 들렸던 곳이기도 하다.  그들은 이 곳에서 각종 서양 문물과 서적을 구했다.  그 과정에서 서학(西學)이란 이름으로 천주교 관련 문물이 유입되기도 했다.  사실 북학파 학자들은 천주교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하거나, 그저 외래 학문의 하나로서만 관심 가졌다.  그런 점을 생각해보면, 그들이 그렇게 들여온 천주교 서적 때문에 선교사 없이도 천주교가 조선땅에서 자생하게 되었다는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

  하여튼 그런 류리창은, 19세기부터 열강의 침입으로 중국이 쇠퇴의 길을 걸으면서 함께 쇠락했다.  그러다가 1980년대 들어서 중국 정부에서 전통문화 복원 및 관광산업 발전을 목표로 복원했다.  그래서 청나라 시대의 건물을 본뜬 많은 상점이나 화랑이 들어선 문화의 거리가 되었고, 베이징에 온 관광객이라면 한 번 정도 들리는 곳이 되었다.

 

  류리창은 난신화제(南新華街 : 남신화가)라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동서로 갈린다.

 

 

 1. 류리창서제(琉璃廠西街)

 

  우리가 먼저 들린 곳이 류리창서제이다.

 

 

류리창서제로 들어서는 입구

 

  사람들이 걸어나오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류리창서제이다.   

 

 

 

(위의 왼쪽) 청나라 시대 건물 형식의 상점과 화랑이 즐비한 류리창.
 

(위의 오른쪽) 중국에서 제일 큰 은행인 ‘중국공상은행’  (류리창에 있어서 은행도 전통건물 모양임. ^^)

   베이징에 도착한 첫 날, 진쥔이 돈을 찾으려고 저 은행을 그렇게 찾았는데 결국 못 찾았다.  중국공상은행은 중국에서 자본금액으로 보나, 점포수로 보나 제일 큰 은행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보이지가 않았다.  그런데 결국 이 날 류리창에서 이렇게 발견했다. ^^

  

(아래 왼쪽) 문방사우를 판매하는 상점.

  생각해보니, 저 날 류리창에서 붓 한 자루나 작은 화첩 정도는 기념으로 사도 괜찮았을 듯 싶은데, 아무 것도 안 사고 구경만 한 것이 아쉽다.

  

(아래 오른쪽) 각종 문물을 판매하는 상점.

  간혹 저런 전통 문물 판매하는 상점에 뜬금없이 모택동 관련 상품이 보인다.  외국인에게는 나름 중국 분위기 나는 기념품이 될 거라 생각한 건가? ^^;;

 

 

2. 류리창동제(琉璃廠東街)

 

류리창서제에서 건너다 본 류리창동제 입구

 

 

 

(위의 왼쪽) 각종 전통악기를 판매하는 가게.
  비파와 얼후도 종류가 다양한지, 온갖 모양과 크기의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위의 오른쪽) 평일 낮의 한가로운 류리창 풍경.

 

(아래의 왼쪽) 은행 뿐 아니라 우체국도 전통건물 모양임. ^^

 

(아래의 오른쪽) 붓 판매점.

  그런데 이 상점에서는 평범한 붓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태아의 머리카락이나 부부의 머리카락 또는 막 성년이 된 사람의 머리카락으로도 붓을 만들어준다고 써붙였다.  진쥔의 말로는, 아이의 무병장수, 부부 사이의 화목, 막 성인이 된 사람의 앞날이 유망할 것을 비는 의미로 그런 붓을 주문해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