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10년 베이징(북경)

베이징의 먹거리(1) - 베이징카오야(北京烤鴨)

Lesley 2010. 4. 20. 00:57

 

 

 

  베이징에 도착한 날(4월 13일), 유스호스텔에 짐을 풀고 잠깐 쉬다가, 저녁으로 베이징카오야(北京鴨)를 먹기로 하고 취엔지더(全聚德)로 갔다.


  베이징카오야는 베이징요리 중 유명한 음식인데, 직역하면 '북경 오리구이' 이다.

  일부러 잔뜩 먹이고 못 움직이게 해서 살찌운 오리를 장작불에 돌려가며 구워내는데, 겉껍질은 바삭한 편이고 속살은 부드럽다.  이 오리구이를 양파와 춘장 비슷한 소스와 함께, 멕시코 요리의 또띠야 비슷한 밀전병에 싸서 먹는다.  다만 기름기가 꽤 많아서 금새 포만감이 들기 때문에, 반 마리 정도면 두 사람이 먹기 딱 좋다.

 
  이 날 우리가 간 취엔지더(全聚德)가 베이징카오야 음식점 중 제일 유명하다.

  중국을 국빈 방문하는 외국의 정치인들도 취엔지더에 들려 베이징카오야를 먹을 정도다.  특히 중국의 우리나라 교민들 사이에서는, 몇 년 전에 북한의 김정일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들린 일로 더욱 유명해졌다.  원래 안전문제에 극도로 민감하다는 김정일인데, 얼마나 맛있으면 그런 김정일이 다 들릴 정도일까 호기심이 동했던 모양이다. ^^

  요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이 베이징카오야 요리집이 여기저기 생겼던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베이징 덕(Beijing Duck)’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다.

 

 

 
(왼쪽 위) 왼쪽 접시에 있는 것은 썰어놓은 베이징카오야이고, 오른쪽 원통형 나무그릇에 있는 것은 베이징카오야를 싸는 밀전병이다. 
(왼쪽 아래)  밀전병으로 싼 베이징카오야와 오리탕(오리고기 국물)
(오른쪽) 옌징(燕景 : 베이징의 옛날 이름이 옌징(연경)이었음) 피쥬(맥주)

 

  그런데 이 날 마신 맥주 한 병의 가격이 정말 대단했다.

  중국은 원래 맥주 가격이 저렴해서 이 옌징 피쥬도 원래 가격은 하얼빈 피쥬와 비슷하다고 한다.  하지만 취엔지더가 나름 고급스런 음식점이다 보니, 한 병에 무려 25위안(한화 약 4,250원. 참고로 하얼빈피쥬는 2.5위안임. -.-;;)이나 했다.  나도 진쥔도 계산할 때 명세서에 적힌 이 맥주 가격 보고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ㅠ.ㅠ

 

  그래도 이 날 최고의 대박은 역시 차(茶)였다.

  보통의 경우, 음식점에서 차 정도는 무료로 제공해주는데, 여기서는 돈을 받았다.  돈을 받아도 적당한 수준으로 받으면 상관없는데, 차 한 주전자에 50위안(한화 약 8,500원)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차이기에, 찻잎 몇 개 집어넣고 물만 부었을 뿐인데, 한 주전자에 50위안이나 받는지...  진쥔이 기막혀 하면서, 이 비싼 찻물을 그냥 남기고 갈 수 없으니 물통이라도 가져와서 담아가야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 

 

 

  

(위) 진쥔이 주문한 야토우(鴨頭 : 오리머리)
(아래) 위의 사진이 좀 모호하게 나와서 올리는, 나중에 하얼빈으로 돌아와 찍은 야토우 모습. (물론 이것도 진쥔이 산거지, 절대로 내가 산 야토우가 아님...!)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 진쥔이 야토우(鴨頭 : 오리머리)를 그냥 지나치랴... ^^;;

  야토우를 너무나 사랑하는 진쥔('쓰촨성의 먹거리와 환환(歡歡) (http://blog.daum.net/jha7791/15790583)' 참조)이 오리고기 전문점에 와서 야토우를 안 시킬 리가 없다. -.-;;  뭐, 나는 음식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람이니, 시킨 것까지는 좋다, 이거다!  그런데 시켰으면 자기 혼자서 먹을 것이지, 왜 굳이 나한테도 먹으라고 강권하는 건지...  결국 나도 조금 먹었다... ㅠ.ㅠ 

  중국인이라고 해서 이 야토우를 다 먹을 줄 아는 게 아니라, 쓰촨성을 중심으로 한 남방의 일부 지역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그래서 같은 중국이라도 내가 머무는 하얼빈 등 북방지역 사람들은 야토우니, 투토우(兎頭 : 토끼머리)니 하는 음식을 내가 먹어봤다고 하면 기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