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새로운 푸다오 선생을 구하다.

Lesley 2010. 3. 8. 13:18

 

  개학하고 처음 맞는 주말인 어제(3월 6일) 점심 먹고서 '자러' (☞ '귀국 전날, 그리고 귀국하던 날

(http://blog.daum.net/jha7791/15790659)'에 등장했던 진쥔의 친구.  일시 귀국하던 날, 내가 본의 아니게 자러 엄마의 옷을 내 멋대로 자러가 다니는 교회에 기부해버렸음 -.-;;)와 자러의 친구를 만났다.
  5일 밤에 자러에게 문자를 보내, 새로운 푸다오 선생을 구하려 하니 자러 친구 중 적당한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한 일 때문이다.  내가 잠시 귀국하던 날, 내 푸다오 선생인 '진쥔'이 하얼빈을 완전히 떠났다.  진쥔보다 먼저 만난 또 다른 푸다오 선생 '징신'도 있지만, 벌써 1년 동안 푸다오를 받았기에(보통은 두 세 달 또는 길어도 한 학기 지나면 푸다오 선생을 바꿈.) 이번 학기에는 다른 푸다오 선생과 공부하고 싶었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가 A취에서 기다렸더니, 곧 자러와 내 푸다오 선생이 될 '류디'가 왔다.
  류디의 첫인상은 괜찮았다.  한 마디로 말해서, '나는 바른생활 교과서야'라고 얼굴에 씌여있는 느낌이었다. ^^  수줍음 타는 성격인지 나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조금 긴장한 듯 했지만, 성실하고 진지해 보였다.  (솔직히 나는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조금 어색해하는 듯한 사람이 좋다.  처음 만났는데 대뜸 엉겨붙으면서 친밀하게 구는 사람치고, 뒤끝이 좋은 꼴을 못 봐서... -.-;;)

 

  류디가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하고 싶냐고 묻기에, 교과서는 너무 재미없으니 소설이나 시 같은 걸로 공부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류디는 '교과서가 싫으냐?' 하고 조금 걱정스런 표정 짓기는 했어도 별 말이 없는데, 오히려 옆에 있던 자러가 '누구나 공부하는 걸 싫어하고 노는 게 좋지만, 그래도 학생의 의무는 공부이고, 외국어 공부의 기본은 교과서고~~~' 하며 한바탕 훈계를 했다. ^^;;  표정을 보아하니 류디도 자러와 비슷한 생각인 듯 했지만, 이제 막 만난 사이라서 아직 어색해 그런 이야기 하기가 좀 그런 듯 했다.  결국 류디가 '일단 목요일에 학교 교과서만으로 푸다오 수업 해보고, 그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 하는 걸로 마무리지었다.

 

  푸다오 받을 시간 및 장소, 수업료 등에 대해 의논 끝내고서,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다가 일어섰다.

  류디는 누구랑 약속이 있다며 다른 길로 가고, 자러는 나와 오래간만에 만났는데 바래다준다 하여 함께 유학생 기숙사 앞까지 걸으며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아까 일을 떠올리며 '너 졸업하고 선생님 되면 정말 엄격한 선생님 되겠다' 라고 했다.  나는 자러가 웃으면서 '아니야, 무슨...' 하는 반응 보일 줄 알았는데, 웬걸...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는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되, 수업시간에는 엄격하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될 생각이란다.  벌써부터 호랑이 선생님이 될 분위기 물씬 풍기는 것이, 나중에 정식으로 선생님 되면 엄청 빡세게 학생들 몰아치며 공부시킬 것 같다. ^^
  자러는 내가 '교과서가 재미없다'고 한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는지, 교과서 학습의 중요성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리고 자신이 류디를 나에게 추천한 이유는, 류디가 비록 푸다오 경험은 적지만, 대신 진지한 성격이고 대학원 입학 성적도 매우 좋기 때문이라 했다.  자신과 한 방을 쓰는 3명의 룸메이트도 모두 대외한어과 전공자들이긴 하지만, 성적이 류디만큼 좋지 않고 또 노는 것을 매우 좋아해서 추천을 안 했단다. (오... 이거 엄청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중간에 소개를 해 준 자러에게 체면 안 서게 되는 분위기다. ^^;;)
 
  하여튼 어수선했던 개학 첫 주도 지나갔겠다, 새 푸다오 선생도 구했겠다, 이제 열공모드로 돌입해볼까 한다.  이번 학기에는 그냥 '공부가 지겹다'가 아니라 '공부를 너무 많이, 열심히 했더니 그만 질려버렸다'라는 말 좀 내 입에서 튀어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