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갑자기 갈라진 교실 바닥

Lesley 2010. 3. 4. 00:29

 

 

  개학한지 3일째인 오늘(3월 3일), 수업시간에 정말 황당한 일이 있었다.

  담임 선생님 수업인 정독 시간에 갑자기 우르릉 거리는 요란한 소리가 온 교실에 울리더니, 그 다음에는 무언가 박살나는 소리가 연달아 났다.  순간 나도 그렇고 다른 학생들도 그렇고, 천장에 달려있던 형광등이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위를 쳐다봤다.  그런데 형광등은 모두 멀쩡하니, 이게 웬일인가 싶었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교실 바닥이 갈라지는 소리였다. -0-;;

 

 

교실 바닥의 처참한 모습

 

  담임 선생님 수업이 끝나고 교실 바닥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학생들도 많고 무엇보다 선생님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대신 오후에 서예 수업이 끝난 후, 다시 교실로 올라가 아무도 없을 때 찍었다. ^^   

 

  학생들이 웅성거리며 동요하자, 선생님은 깨진 바닥 주위에 앉은 학생들을 지목해 '너희들 때문이야' 라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바꾸려 하셨다. 

  그러고는 '이 일은 너희들과는 상관없다' 는 말씀으로 소란을 잠재우고 계속 수업을 하셨다.
  하지만 어떻게 이 일이 우리들과 상관이 없을 수 있단 말인가...!  혹시라도 수업하다가 교실 바닥이 꺼지는 사태라도 벌어지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고...! ㅠ.ㅠ  작년 여름방학 때 갔던 쓰촨성 대지진 유적지에서 본 유치원과 학교 건물의 흉물스럽고 비참한 모습이 떠올랐다. (☞ '쓰촨성 대지진 유적지 탐방 - 몐주(綿竹 : 면죽) (http://blog.daum.net/jha7791/15790562)'  참고)  그 때도 유독 어린 학생들이 많이 목숨을 잃은 것이, 지진 자체가 엄청나기도 했지만, 학교 건물들을 대충대충 지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혹시 흑룡강대학 건물도 그 모양인가...  우리 교실은 6층에 있어서, 그렇게 교실이 무너지는 사태가 정말 벌어진다면 몸을 피할 시간조차 없다. ㅠ.ㅠ

 

  내 하얼빈 생활이란 게 언제나 사건사고의 연속이기는 했지만, 이제 정말 하다 하다 별 경험을 다 해본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