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의 고문(古文)

푸다오 자료(4) -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

Lesley 2010. 1. 25. 01:53

 

 

  금요일(1월 22일)에 진쥔과 '마지막 수업'을 했다.

 

 

  마지막 수업 내용은 당나라 후기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였다.

  장한가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양귀비(楊貴妃 719-756)와 당나라 현종(玄宗 685~762)의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한 낭만적인 장편시이다.

  그리고 정말로 있었던 유명한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한 시라는 게 본래 그러하듯이, 원래 있었던 일보다 훨씬 더 낭만적이고 화려하게 윤색되었다.  (현실에서야 원래 시아버지-며느리 사이였던 사람들이 애인 사이로 발전하는 게 뭐가 낭만적이겠나...  낭만적이기는 커녕 오히려 추잡스럽다는 느낌 밖에 안 들겠지... -.-;;)  사실을 바탕으로 한 앞부분과 중간부분도 사실을 미화한 덕에 화려한 느낌이지만,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만으로 채워진 뒷부분은 환타지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환상과 낭만으로 가득차 있다.

 

 

  내가 장한가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 몇 학년 때였던가, 하여튼 어떤 잡지에서 장한가의 마지막 부분인 '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 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를 본 후였다.
  장한가의 이 마지막 부분은 남녀간의 애절한 사랑을 나타내는 명문이다.  이 부분을 본 후 장한가의 전문(全文)을 찾아봤는데, 역시나 '장한가(長恨歌)' 라는 이름값 하느라 엄청나게 길었다. ㅠ.ㅠ  그래서 우리말로 해석된 부분만 대강 훑어보고, 언젠가 한 번 제대로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런데 마침 진쥔이 우리가 푸다오 수업 교재로 쓰는 중국 중학교 고전문학 교과서 중 재미있는 부분은 이미 다 배웠다며, 따로 공부하고 싶은 작품이 있냐고 물었다.

  장한가를 공부하자고 했더니, 진쥔도 좋은 생각이라고 찬성했다.  그게 지난 12월 초에 있었던 일이니, 원래대로라면 이 장한가를 벌써 다 끝냈어야 했다.
  하지만 진쥔이 갑작스레 쓰촨성의 집에 1주일간 다녀오게 되었고, 하얼빈으로 돌아온 후에는 쓰촨에서 걸린 지독한 감기 때문에 몸상태가 엉망이어서, 도무지 푸다오를 할 수 없었다. ('쓰촨식 파오차이(김치)와 하얼빈의 아이스크림(http://blog.daum.net/jha7791/15790637)' 참조)  감기가 겨우 나을 무렵에는 진쥔의 대학원 시험이 코앞에 닥친 상황이라, 12월과 1월 내내 푸다오 수업을 할 수가 없었다. -.-;;

 

 

  이제 시험도 끝났고 짐정리도 어지간히 된 상태라, 이왕 공부하기로 한 거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역시나 장한가는 정말 길...다... ㅠ.ㅠ  이번 학기 들어 푸다오 수업 시간에 공부했던 어떤 작품보다도 훨씬 길었다.  하지만 우리 둘 다 곧 하얼빈을 떠나야 할 상황이라 한 차례의 푸다오 수업으로 끝내야 했다.  장한가의 뒷부분은 거짓말 좀 보태면 빛의 속도로 끝냈다. ^^;;

 

 

 

 

 

장한가(長恨歌)

 

 

                                                                                                     백거이(白居易)

 

 

 

漢皇重色思傾國  御宇多年求不得

(한황중색사경국 어우다년구부득)

한나라 황제가 미색을 중요하게 여겨 경국지색을 찾았으나, 보위에 올라 오랫동안 구하여도 얻을 수 없었네. 

※ 이 시의 남주인공인 현종은 당나라 황제지만, 백거이는 이 시에서 그를 한나라 황제로 비유했다.

    御宇(어우)는 군왕의 재위기간을 의미한다.

 

 

楊家有女初長成  養在深閨人未識

(양가유녀초장성 양재심규인미식)

양씨 집안에 이제 막 장성한 딸이 있는데, 깊은 규방에서 길러 사람들이 알지 못했네.

 

 

天生麗質難自棄  一朝選在君王側

(천생여질난자기 일조선재군왕측)

타고난 아름다움 그대로 묻힐 리 없어, 하루 아침에 뽑혀 황제 곁에 있게 되었네.

 

 

回眸一笑百媚生  六宮粉黛無顔色

(회모일소백미생 육궁분대무안색)

고개 돌려 한 번 웃으면 백가지 애교가 생겨나, 육궁의 단장한 미녀들의 얼굴빛을 잃게 했네.

 

 

春寒賜浴華淸池  溫泉水滑洗凝脂

(춘한사욕화청지 온천수활세응지)

꽃샘추위에 화청지에서 목욕함을 허락하니, 온천물 부드럽게 매끄러운 몸을 씻네.

※ 이 凝脂(응지)란 말은 직역하면 '응고된 기름'이란 뜻이다.  진쥔의 설명으로는 '시경(詩經)'의 어떤 시에서 미녀의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를 凝脂라고 표현한 것을, 백거이도 이 시에서 사용했다고 한다.  내가 돼지고기의 응고된 기름을 보면 역겹다는 생각만 드는데, 어떻게 미녀의 피부를 凝脂라고 할 수 있냐고 질문했다. -.-;;  그러자 진쥔은 여기에서 말하는 기름은 옛날 여자들이 화장품으로 쓰던 기름을 말하는 거지, 돼지고기 기름 같은 게 아니라며, 상상력 좀 발휘해보라고 했다. ㅠ.ㅠ  

 

 

侍兒扶起嬌無力  始是新承恩澤時

(시아부기교무력 시시신승은택시)

시녀들이 부축해도 교태롭고 연약하기만 하니, 이것이 황제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때였네.

 

 

雲鬢花顔金步搖  芙蓉帳暖度春宵

(운빈화안금보요 부용장난도춘소)

구름머리, 꽃 같은 얼굴, 한들거리는 금장식...  부용휘장 안은 따뜻하니 봄밤을 보냈네.

※ 나는 금보요(金步搖) 중 金步가 '미인의 걸음거리'를 의미한다고 생각해서, 金步搖를 '양귀비가 교태있게 한들거리며 걸어간다'는 뜻인줄 알았는데, 진쥔의 말인즉슨 金步라는 건 여자의 머리 장신구 중 하나라고... (아니, 이게 멍미~ -.-;;)

    또한 춘소(春宵)는 중한사전에는 그저 '봄밤'이라는 뜻이며 춘야(春夜)와 동의어라고 나오지만, 진쥔은 이 두 단어는 전혀 다르다고 했다.  물론 春宵에 春夜란 뜻도 있지만, 그보다는 '남녀가 함께 밤을 보내다'는 뜻으로 더 많이 쓰여서, 막 결혼식 올린 사람이 지나치게 술을 마시거나 하면 '그만 마시고 어서 신방에 들어가 春宵를 보내라' 라고 한다고 한다. (정말이지, 중국어 공부하다 보면, 우리나라 중한사전의 엉터리 해석과 예문 때문에 속터지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님. -.-;;)

 

 

春宵苦短日高起  從此君王不早朝

(춘소고단일고기 종차군왕불조조)

봄밤은 지독히도 짧아 해가 높이 뜬 뒤에야 일어나니, 이로부터 황제는 조회를 보지 않았네.

 

 

承歡侍宴無閑暇  春從春游夜專夜

(승환시연무한가 춘종춘유야전야)

황제를 모셔 연회에 매이니 한가할 틈 없고, 봄에는 봄놀이에 밤에는 밤놀이에 빠졌네. 

 

 

後宮佳麗三千人  三千寵愛在一身

(후궁가려삼천인 삼천총애재일신)

후궁에 미녀가 삼천이나 있지만, 삼천 명에게 내릴 사랑을 한 몸에 받았네.

 

 

金屋粧成嬌侍夜  玉樓宴罷醉和春

(금옥장성교시야 옥루연파취화춘)

황금방에 단장하고 교태로 밤시중 들고, 옥루에서 잔치 끝나면 취하여 봄과 어울렸네. 

 

 

姉妹弟兄皆列土  可憐光彩生門戶

(자매제형개열토 가련광채생문호)

자매와 형제 모두가 봉토를 받으니, 사랑스런 광채가 가문에 빛났네.

※ 우리나라 인터넷에서 찾은 장한가는 전부 列土(열토)를 列士(열사)라고 표기하고 해석을 '사대부 반열에 오르다' 식으로 해놓았던데, 列土(열토)가 맞다.  '봉토를 받다, 영지를 하사받다' 의 의미이다. 

    또한 可憐(가련)은 현대 중국어의 '가엾다, 불쌍하다'의 의미가 아닌, '사랑스럽다, 귀엽다'의 의미이다.  진쥔의 설명을 듣기 전에는 '가련한 광채'라니,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싶었다. -.-;;
 
 

 

遂令天下父母心  不重生男重生女

(수령천하부모심 부중생남중생녀)

이에 천하의 부모들의 마음이, 아들 낳는 것은 중히 여기지 않고 딸 낳는 것을 중히 여기게 되었네.

 

 

驪宮高處入靑雲  仙樂風飄處處聞

(여궁고처입청운 선낙풍표처처문)

화청궁 높이 솟아 푸른 구름 속에 들어 있고, 선악은 바람 타고 곳곳에서 들려오네. 

※ 驪宮(여궁)은 화청궁 뒤에 있는 驪山(여산)의 이름을 따서 부른 것으로, 화청지를 의미한다.

 

 

緩歌慢舞凝絲竹  盡日君王看不足

(완가만무응사죽 진일군왕간불족)

느린 노래, 나른한 춤, 현악기와 관악기가 어우러지니, 황제는 하루종일 쳐다봐도 부족하네. 

※ '실과 대나무가 어우러지다'고 직역되는 凝絲竹(응사죽)에서 실(絲)은 현악기를, 대나무(竹)는 관악기를 의미한다.

 

 

漁陽鼙鼓動地來  驚破霓裳羽衣曲

(어양고고동지내 경파예상우의곡)

어양에서 울리는 북소리가 울려퍼지니, 예상우의곡을 놀라 멎게 하였네. 

※ 鼙鼓(고고)는 군대에서 쓰는 북을 의미하니, 반란, 즉, '안사의 난(安史의 亂 : 안록산(安祿山)과 사사명(史思明)이 일으킨 반란)' 이 일어났음을 나타낸 것이다.

  霓裳羽衣曲(예상우의곡)은 예술적 재능이 뛰어났던 현종이 다른 지역에서 전해진 곡에 직접 가사를 붙이고 편곡한 것인데, 현종의 사랑을 받았던 양귀비는 이 예상우의곡에 맞춰 훌륭한 춤을 추었다고 한다. 

 

 

九重城闕煙塵生  千乘萬騎西南行

(구중성궐연진생 천승만기서남행)

구중궁궐에 연기와 먼지가 피어나고, 천 개의 수레와 만 필의 말이(즉, 수많은 군사들이) 서남으로 달아나네. 

  

 

翠華搖搖行復止  西出都門百餘里

(취화요요행복지 서출도문백여리)

천자의 깃발이 흔들리며 가다가 다시 멈추곤 하며, 서쪽으로 도성문에서 백 여리에 이르렀네.

  

 

六軍不發無奈何  宛轉蛾眉馬前死

(육군불발무나하 완전아미마전사)

군사들이 전진하지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어, (양귀비가) 몸 뒤틀며 말 앞에서 죽었네. 

※ 실제로는 양귀비는 황제나 군사들의 말 앞에서 죽은 게 아니라, 배나무에 목을 매어 죽었다.

  

 

花鈿委地無人收  翠翹金雀玉搔頭

(화전위지무인수 취교급작옥소두)

꽃비녀가 땅에 떨어졌으나 거두는 사람 없고, 취교, 금작, 옥소두(모두 머리 장신구 이름)도 땅에 흩어졌네. 

 

 

君王掩面救不得  回看血淚相和流

(군왕엄면구불득 회간혈루상화류)

황제는 얼굴 가린 채 (양귀비를) 구하지 못하고, 돌아보니 피와 눈물이 섞여 흐르네. 

※ 한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찾은 자료들은 回看血淚相和流를 '차마 돌린 두 눈에 피눈물이 흐르네'라고 해석했던데, 진쥔의 설명으로는 血淚는 '피눈물'이 아니라 '피와 눈물'이라고 한다.  만일 피눈물이라고 해석하면, 그 뒤에 相和流(함께 섞여 흐르다)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黃埃散漫風蕭索  雲棧紆登劍閣

(황애산만풍소삭 운잔영우등검각)

누런 흙먼지 흩어지고 바람도 잦아드는데, 구름 걸린 굽은 잔도(골짜기에 놓은 다리) 검각산을 감도네.

  

 

峨嵋山下少人行  旌旗無光日色薄

(아미산하소인행 정기무광일색박)

아미산 아래에는 오가는 이도 드물어, 천자의 깃발은 빛을 잃고 햇빛조차 희미하네. 

※ 이 부분도 백거이의 상상력으로 묘사한 부분이다.  진쥔의 말인즉슨, 실제로 현종의 피난행렬은 쓰촨성(四川省)의 청두(成都)까지만 갔을 뿐, 아미산까지 가지 않았다고 한다.

 

 

蜀江水碧蜀山靑  聖主朝朝暮暮情

(촉강수벽촉산청 성주조조모모정)

촉강의 물도 푸르고 촉산도 푸르건만, 황제는 아침저녁으로 (양귀비를) 그리워하네.

  

 

行宮見月傷心色  夜雨聞鈴腸斷聲

(행궁견월상심색 야우문령장단성)

행궁에서 달을 보니 슬픈 색이고, 밤비 속에 들리는 방울 소리는 애끓는 소리라네.

 

 

天旋地轉回龍馭  到此躊躇不能去

(천선지전회룡어 도차주저불능거)

천하 정세 변하여(즉, 반란이 진압되어) 황제가 돌아갈 때, 여기(마외역, 즉 양귀비가 죽은 곳)에 이르러는 망설여져 갈 수가 없네.

 

 

馬嵬坡下泥土中  不見玉顔空死處

(마외파하니토중 불견옥안공사처)

마외 언덕 아래 진흙 속에는, 고운 얼굴 볼 수 없고 죽은 자리만 남아 있네.

 

 

君臣相顧盡沾衣  東望都門信馬歸

(군신상고진첨의 동망도문신마귀)

황제와 신하가 서로 보며 눈물로 옷을 적시고, 동쪽 도성문 향해 말에 길을 맡겨 갔네.

 

 

歸來池苑皆依舊  太液芙蓉未央柳

(귀래지원개의구 태액부용미앙류)

돌아와 본 황궁의 정원은 예전과 같고, 태액지(궁궐 안 연못 이름)의 부용화도 미양궁(궁궐 이름)의 버들도 다름이 없네.

 

 

芙蓉如面柳如眉  對此如何不淚垂

(부용여면류여미 대차여하불누수)

부용은 (양귀비의) 얼굴 같고 버들은 (양귀비의) 눈썹 같으니, 이들을 대하고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春風桃李花開日  秋雨梧桐葉落時

(춘풍도리화개일 추우오동엽낙시)

봄바람에 복사꽃과 오얏꽃이 피어나는 날, 가을비에 오동잎이 떨어지는 때에도

 

 

西宮南苑多秋草  落葉滿階紅不掃

(서궁남원다추초 낙엽만계홍불소)

서궁과 남원에 가을 풀 우거지고, 낙엽이 섬돌을 붉게 덮어도 쓸어낼 사람 없네.

 

 

梨園子弟白發新  椒房阿監靑娥老

(이원자제백발신 초방아감청아노)

이원의 자제들은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고, 양귀비 시중들던 젊은 시녀들도 늙었네.

※ 梨園(이원)은 현종이 설치한 기관으로, 악공이나 궁녀들에게 음악과 춤을 가르치던 곳이다.

    椒房(초방)은 황비(皇妃)가 사는 궁정을 말하고, 阿監(아감)은 궁녀들을 뜻한다.

 

 

夕殿螢飛思悄然  孤燈挑盡未成眠

(석전형비사초연 고등도진미성면)

저녁 궁궐에 반딧불 날면 사모하는 마음에 처량해지고, 등불 심지 다 타도록 잠을 못 이루니

 

 

遲遲鍾鼓初長夜  耿耿星河欲曙天

(지지종고초장야 경경성하욕서천)

느린 종소리 북소리는 밤이 깊어감을 알리고, 밝은 은하수는 새벽을 알리네.

 

 

鴛鴦瓦冷霜華重  翡翠衾寒誰與共

(원앙와냉상화중 비취금한수여공)

원앙기와는 차갑게 서리꽃이 내려 앉았는데, 비취이불은 싸늘하니 누구와 함께 덮을까.

 

 

悠悠生死別經年  魂魄不曾來入夢

(유유생사별경년 혼백불증내입몽)

유구한 생사 이별은 오래 되었고, 혼백은 이미 꿈속으로 찾아오지도 않네.   

 

 

臨邛道士鴻都客  能以精誠致魂魄

(임공도사홍도객 능이정성치혼백)

임공(지역 이름)의 도사가 장안에 머무는데, 정성으로 혼백을 불러올 수 있다 하니

※ 鴻都(홍도)는 당나라 수도인 장안(長安)을 의미한다.


 

爲感君王輾轉思  遂敎方士殷勤覓

(위감군왕전전사 수교방사은근멱)

(밤마다) 뒤척이며 (양귀비를) 그리워하는 황제를 위해, 방사로 하여금 정성스럽게 (양귀비 혼백을) 찾게 하였네.

 

 

排空馭氣奔如電  升天入地求之遍

(배공어기분여전 승천입지구지편)

허공을 가르고 번개처럼 내달아, 하늘 끝에서 땅 속까지 두루 찾아 

  

 

上窮碧落下黃泉  兩處茫茫皆不見

(상궁벽낙하황천 양처망망개불견)

위로는 벽락에서 아래로는 황천까지 (찾았으나), 두 곳 모두 아득하여 (양귀비를) 볼 수 없는데 

※ 碧落(벽락)은 도교의 용어로 '하늘'을 의미한다.

 

 

忽聞海上有仙山  山在虛無缥渺間

(홀문해상유선산 산재허무표묘간)

홀연 들리는 말이 "바다 위에 선산이 있는데, 그 산은 아득한 허공 먼 곳에 있고, 

 

 

樓閣玲瓏五雲起  其中綽約多仙子

(누각영롱오운기 기중작약다선자)

누각은 영롱하고 오색구름이 이는데, 그 곳에 아름다운 선녀들이 사는데, 

 

 

中有一人字太眞  雪膚花貌參差是

(중유일인자태진 설부화모삼차시)

그 중 한 사람의 이름이 '태진'이라 하니, 눈 같은 피부에 꽃 같은 얼굴이 (양귀비) 인 듯 하다" 고 하였네.

※ 내가 중국 사이트에서 찾은 장한가와 진쥔의 책에 수록된 장한가에는 모두 太眞(태진)이라고 되어 있는데, 한국 사이트의 장한가에는 옥진(玉眞)이라고 되어 있다.  진쥔은 양귀비가 여도사로 지내던 시절의 법호가 太眞(태진)이기 때문에, 太眞(태진)이 맞을 거라 했다.  즉, 원래 현종의 18번째 아들 수왕(壽王)의 비였던 양귀비가 현종에 눈에 든 후, 며느리를 곧장 취할 수 없었던 현종이 아들과 며느리를 갈라놓기 위해 양귀비를 도교의 여도사로 만들었는데, 백거이가 이 시에서 그 때의 법호 太眞(태진)을 썼다고 했다.

 

 

金闕西廂叩玉扃  轉敎小玉報雙成

(금궐서상고옥경 전교소옥보쌍성)

황금 대궐 서쪽 방의 옥문을 두드리고, 소옥으로 하여금 쌍성에게 알리도록 말 전하니,

※ 소옥(小玉)과 쌍성(雙成)은 한나라 때의 누구라고 진쥔한테 설명을 들었는데, 필기도 안 해놨고 기억도 안 난다...ㅠ.ㅠ  이 시에서 당나라 황제인 현종을 계속 한나라 황제로 일컫는 것처럼, 한나라 때의 유명한 미인이라고 했나, 여도사라고 했나... 하여튼 한나라 때 사람들을 이 시에 등장시킨 것이라 했다. -.-;;

 

 

聞道漢家天子使  九華帳里夢魂驚

(문도한가천자사 구화장리몽혼경)

한나라 황제의 사자가 왔다는 말 전해 듣고, 화려한 장막 안에서 꿈꾸던 혼백(즉, 양귀비)이 놀랐네.

 

 

攬衣推枕起徘徊  珠箔銀屛迤逦開

(남의추침기배회 주박은병이리개)

옷을 낚아채 걸치고 베개를 밀어내고 일어나 어쩔 줄 몰라하더니, 구슬수렴과 은병풍을 열었네.

 

 

雲鬓半偏新睡覺  花冠不整下堂來

(운빈반편신수각 화관불정하당내)

구름머리 반 드리운 채 방금 잠에서 깨어, 머리장식 흐르터진 채 당에서 내려왔네.

 

 

風吹仙袂飄飄擧  猶似霓裳羽衣舞

(풍취선몌표표거 유사예상우의무)

바람 부니 선녀옷의 소맷자락 나부껴서, 예상우의무를 추던 모습과 같네. 

 

 

玉容寂寞淚欄干  梨花一枝春帶雨

(옥용적막누난간 이화일지춘대우)

옥 같은 얼굴에 쓸쓸하게 눈물이 줄줄 흐르니, 배꽃 가지 하나가 봄에 비를 맞은 듯 하네.

 

 

含情凝睇謝君王  一別音容兩渺茫

(함정응제사군왕 일별음용량묘망)

정을 담은 눈으로 응시하며 황제(의 뜻)를 거절하며 (말하기를), 헤어진 뒤 옥음과 용안 모두 아득하여

 

 

昭陽殿里恩愛絶  蓬萊宮中日月長

(소양전리은애절 봉래궁중일월장)

소양전에서는 은총도 끊기고, 봉래궁에서 보낸 세월이 오래건만

※ 소양전(昭陽殿)과 봉래궁(蓬萊宮)은 모두 도교에 나오는 궁궐들이다.  즉, 양귀비가 이미 인간 세상을 벗어난지 오래되었고, 황제와의 사랑도 끊겼다는 뜻이다.

 

 

回頭下望人寰處  不見長安見塵霧

(회두하망인환처 불견장안견진무)

머리 돌려 저 아래 인간 세상을 보아도, 장안은 보이지 않고 먼지와 안개만 보일 뿐이라네. 

 

 

唯將舊物表深情  鈿合金釵寄將去

(유장구물표심정 전합금채기장거)

오직 오래 지닌 물건으로 깊은 정을 표할 뿐이니, 자개 상자와 금비녀를 가지고 가라하네.

 

 

釵留一股合一扇  釵擘黃金合分鈿

(채류일고합일선 채벽황금합분전)

비녀는 반 쪽씩, 상자는 한 쪽씩, 황금 비녀 토막 내고 자개 상자 나눴으니 

 

 

但敎心似金鈿堅  天上人間會相見

(단교심사금전견 천상인간회상견)

마음이 금과 보석처럼 굳건하다면, 천상에든 인간 세상에서든 다시 볼 수 있을 거라 하였네. 

 

 

臨別殷勤重寄詞  詞中有誓兩心知

(임별은근중기사 사중유서양심지)

헤어질 즈음 간곡히 다시 전하는 말이, 두 마음 만이 아는 맹세의 말 있었으니 

 

 

七月七日長生殿  夜半無人私語時

(칠월칠일장생전 야반무인사어시)

칠월 칠일 장생전에서, 한밤 중에 듣는 사람 없을 때

 

 

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

(재천원작비익조 재지원위연리지)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자 하였다네.
※ 비익조(比翼鳥)는 암컷과 수컷이 각각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어서 둘이 함께 할 때에만 날 수 있다는 상상 속의 새이고, 연리지(連理枝)는 나무와 나무의 가지가 붙어서 하나로 이어진 나무를 말한다.  둘 다 깊이 사랑하는 남녀 한 쌍을 의미한다.

 

 

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

(천장지구유시진 차한면면무절기) 

하늘과 땅이 영원하다 해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이 한은 면면히 이어져 끊일 때가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