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푸다오 수업 시간에 제갈량의 출사표를 끝내고, 이번 주부터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를 시작했다. (사실 출사표는 내용 파악만 끝냈지 읽을 때는 여전히 버벅거려서, 지금도 푸다오 시간에 출사표 읽기 연습은 계속 하는 중임. ㅠ.ㅠ )
도연명은 누구이며, 도화원기는 또 뭐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도 '무릉도원(武陵桃源)' 이라는 말은 들어봤을 것이다. 도무지 이 세상의 풍경으로는 보이지 않는 아름답고 신비한 풍경, 마치 신선이 노니는 곳 같은 별천지를 표현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이 무릉도원이라는 말이 도연명의 도화원기에서 나온 말이다.
도연명은 젊은 시절에는, 그 시절 유학자들이 다 그러했듯이, 높은 관직에 올라 자신의 뜻을 펼쳐보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관리가 된 후에는 당시의 어지러운 현실에 실망하여 차츰 도교사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결국 40세를 넘긴 후에는 관직도 버린 채, 여생을 가난하지만 자유롭게 지내며 많은 시와 산문을 써서, 중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이 도화원기를 보면 현실에 염증을 느끼고, 꿈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이상향을 동경하는 도연명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우연히 어떤 이상향을 발견해서 그 곳 사람들에게 좋은 대접 받으며 며칠을 꿈같이 보내다가, 훗날 그곳을 나오며 다시 돌아오리라 길을 표시하고 왔으나, 두 번 다시 그 곳을 찾지 못 했다' 는 이야기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던 여행자의 사연 속에서 가끔 등장한다. 티벳 여행 중 우연히 샹그릴라라는 아름다운 곳을 발견해서 머물다가, 훗날 다시 찾아가려 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는 서양 여행자의 이야기... (그런데 좀 황당한 것은, 중국정부에서 티벳의 어떤 아름다운 고장 하나를 지목해서 그곳을 '공식적인' 샹그릴라로 선포했다는 사실... 이 샹그릴라가 그 샹그릴라인지 어떤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서 그렇게 정해버렸음. -.-;;) 남미의 오지를 여행하다가 고대 잉카제국의 후예가 지키고 있는 숨겨진 도시를 발견하여 그 곳의 족장에게 후한 대접 받고 황금유물까지 선물받고 나왔으나, 훗날 대규모의 탐사대를 이끌고 찾으러 했을 때는 어찌된 영문인지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
아마 이 세상과 너무 다른 아름답고 평화로운 이상향, 그러나 그렇기에 운이 좋은 사람 눈에 어쩌다가 잠깐 보여질 뿐 곧 이 세상과 단절되어 버리는 그런 이상향에 대한 동경심이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 있기 때문에, 저런 이야기들이 나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잠시나마 복잡한 현실을 잊고, 무릉도원에 들어가 수많은 복숭아나무 속을 거닐며 복사꽃 향기에 마음껏 취하시기를 바라며, 도화원기를 올려보겠다. ^^
桃花源記(도화원기)
陶淵明(도연명)
晋太元中, 武陵人捕魚爲業, 綠溪行, 忘路之遠近.
(진태원중, 무릉인포어위업, 연계행, 망로지원근)
진(晋)나라 태원(太元, A.D 377-397) 때, 무릉에 사는 한 사람이 고기잡이를 업(業)으로 삼고 있었는데, 시내를 따라 (배를 타고) 가다가, 길을 잃어버렸다.
忽逢桃花林, 夾岸數百步, 中無雜樹, 芳草鮮美, 落英繽紛.
(홀봉도화림, 협안수백보, 중무잡수, 방초선미 낙영빈분)
문득 복숭아나무 숲에 닿아, 협곡을 끼고 수백보를 들어가니, 그 가운데는 (복숭아 나무 이외의) 다른 나무는 없고, 향기로운 풀들이 선명하고 아름다웠으며, 떨어진 꽃잎들이 어지러이 휘날리고 있었다.
漁人甚異之, 復前行, 欲窮其林.
(어인심이지, 부전행, 욕궁기림)
그 어부는 그것을 아주 이상하게 여기고, 다시 앞으로 더 나아가, 그 숲의 끝까지 가 보려고 했다.
林盡水源, 便得一山, 山有小口, 彷彿若有光.
(임진수원 편득일산. 산유소구, 방불약유광)
숲이 끝나는 곳에 물이 시작하는 곳이 있어, 곧 산 하나가 나타났는데, 그 산에는 조그만 구멍이 있어서, 그 곳에서 빛이 새어 나오는 것 같았다.
便捨船, 從口入, 初極狹, 纔通人, 復行數十步, 豁然開朗.
(편사선, 종구입. 초극협, 재통인. 부행수십보, 활연개랑)
배를 놓아두고 구멍을 따라 들어갔는데, 처음에는 매우 좁아, 겨우 사람이 통과할 정도였으나, 다시 수십보를 걸어가니, 갑자기 주위가 탁 트이고 밝아졌다.
土地平曠, 屋舍儼然, 有良田美池桑竹之屬, 阡陌交通, 鷄犬相聞.
(토지평광, 옥사엄연, 유양전미지상죽지속, 천맥교통, 계견상문)
땅은 평평하며 넓고, 집은 가지런하고, 좋은 밭, 아름다운 연못, 뽕나무, 대나무 등이 있었으며, 논밭의 길은 사방으로 잘 뻗어있고, 닭과 개의 소리가 들렸다.
其中往來種作, 男女衣着, 悉如外人, 黃髮垂髫, 竝怡然自樂.
(기중왕래종작, 남녀의착, 실여외인, 황발수초, 병이연자락)
그 가운데 사람들이 오가며 농사를 짓고 있는데, 입은 옷이 바깥 세상(즉, 이 어부가 사는 진(晋)나라) 사람들과 다르며, 노인과 어린아이들 모두 매우 즐겁고 유쾌한 모습이었다.
見漁人乃大驚, 問所從來. 具答之, 便要還家, 設酒殺鷄作食.
(견어인내대경, 문소종래. 구답지, 편요환가, 설주살계작식)
그 어부를 보고 크게 놀라, 어디로부터 왔는지 묻기에, 자세히 대답하자, 바로 집으로 데리고 가, 술상을 차리고 닭을 잡아 식사를 대접해주었다.
村中聞有此人, 咸來問迅.
(촌중문유차인, 함래문신)
마을에 그 사람에 대한 소문이 퍼져, 모두 몰려와 자세히 물었다.
自云: 先世避秦時亂, 率妻子邑人, 來此絶境, 不復出焉 遂與外人間隔.
(자운: 선세피진시란, 솔처자읍인, 내차절경, 불부출언, 수여외인간격)
그 어부에게 말하기를 “조상들이 진(秦)나라 때의 난을 피해, 처자와 마을 사람들을 거느리고, 이 절경에 들어왔는데, 다시는 나가지 않아서, 마침내 바깥 세상 사람들과 단절이 되었소.” 라고 하였다.
問:“今是何世?” 乃不知有漢, 無論魏晉, 此人一一爲具言所聞, 皆歎惋.
(문: 금시하세? 내부지유한, 무론위진, 차인일일위구언소문, 개탄완)
그 어부에게 묻기를 “지금이 어떤 세상이오?”라 하는데, 한(漢)나라가 있었던 것도 알지 못하는데 위(魏)나라와 진(晋)나라는 말할 필요도 없으니, 어부가 그들을 위하여 들은 바를 일일이 말해주자 모두 탄식하고 놀라워하였다.
餘人各復延至其家, 皆出酒食. 停數日辭去. 此中人語云: 不足爲外人道也
(여인각부연지기가, 개출주식, 정수일사거, 차중인어운: 부족위외인도야)
나머지 사람들이 각각 그 어부를 자기 집에 데리고 가서, 모두 술과 음식을 내놓았고, 며칠을 머물다 작별하고 떠나는데, 그들 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바깥 세상 사람들에게는 이 일을 이야기하지 마시오.” 라고 하였다.
旣出得其船, 便扶向路, 處處誌之, 及郡下, 詣太守, 說如此.
(기출득기선, 편부향로, 처처지지, 급군하, 예태수, 설여차)
거기서 나와 배를 타고, 왔던 길을 찾아서, 곳곳에 표시를 해두고, 군청으로 가, 태수를 방문하고, 이 일을 이야기하였다.
太守卽遣人隨其往, 尋向所誌, 遂迷不復得路.
(태수즉견인수기왕, 심향소지, 수미불부득로)
태수가 곧 사람을 파견하여 그가 갔던 길을 따라 가게 하여, 지난번에 표시했던 곳을 찾게 하였으나, 다시는 그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南陽劉子驥, 高尙士也. 聞之欣然規往, 未果, 尋病終. 後遂無問津者.
(남양유자기, 고상사야. 문지흔연규왕, 미과, 심병종. 후수무문진자)
남양(南陽) 땅의 유자기(劉子驥)라는 사람이, 고상한 선비인데, 이 이야기를 듣고 흔연히 가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현하지 못하고, 병으로 죽으니, 그 뒤로 그 나루터(복숭아나무 숲에 닿았던 나루터) 가는 길을 묻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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