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의 고문(古文)

푸다오 자료(1) - 제갈량(諸葛亮)의 출사표(出師表)

Lesley 2009. 10. 1. 22:45

 

  아, 사흘만에 겨우 제 블로그 접속에 성공했습니다...ㅠ.ㅠ

  오늘은 중국정부수립 60주년인 날입니다.  그래서 어제부터 중국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대대적인 기념행사가 있었습니다.  이런 행사에 반체체인사들의 시위라든지 그 밖의 돌발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여, 중국정부에서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고 인터넷 통제를 강화해서, 제가 블로깅하는데 제약이 많습니다.  지금 이 글 올리는 동안에도 언제 다시 접속이 끊길지 몰라 불안하답니다. ㅠ.ㅠ

  어서 제가 마음껏 다음 블로그에 접속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며칠 전에 비밀글로 올려놓고 수정작업 하다가 접속이 끊기는 통에 공개 못 했던 포스트를 제대로 올립니다.

 

 


  최근에 진쥔과의 푸다오 시간에 제갈량(諸葛亮)의 출사표(出師表)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설마 제갈량이 누구인지 모르시는 분은 없겠지요? ^^)

 

  원래 진쥔에게 푸다오 수업을 받는 목적은 '발음교정'입니다.
  적당한 글을 골라 반복해서 읽으며 틀린 발음을 교정받고 있는데, 처음에는 학교 교과서를 교재로 삼고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교과서의 글들이 어찌나 딱딱하고 재미가 없던지, 우리 두 사람 모두 금새 질려버렸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진쥔이 제 수준에 맞을법한 쉬운 시나 짤막한 이야기를 골라오면, 그것으로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학기에는 고전문학 작품을 몇 개 골라 교재로 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출사표를 제일 먼저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마침 지난 여름방학에 삼국시대 촉(蜀)의 수도였던 쓰촨성 청두 다녀온 것, 그리고 그 곳에서 제갈량의 출사표를 모사한 서예작품을 몇 개나 본 것이 출사표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

 

 


 

 

  제갈량의 출사표는 중국의 3대 명문 중 하나라고 할 정도로, 빼어난 문장과 문장 안에 녹아있는 절절한 충성심으로 유명합니다.

  전에 제 블로그에 어떤 분이 남기신 댓글을 보니, 학창시절에 출사표를 읽고 감동을 받아 열심히 공부했다 하셨습니다. ^^  하지만 저는 아직 수준이 비루하고 졸렬하여 그런지, 출사표의 어디가 중국의 3대 문장에 꼽힐 정도로 대단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 

 

  저는 출사표를 읽으면서 문장력의 뛰어남에 감탄하기보다는, '제갈량이 무척 힘들고 정신없이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출사표에 나열되어 있는, 제갈량이 유비를 만난 이래 수행한 중요한 임무들을 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유선(유비의 아들로, 제갈량이 출사표 쓸 당시의 황제)에 대해 나와있는 부분을 보면, 제갈량의 힘겨움이 정말로 실감납니다.  제갈량의 출사표 안에 '유선의 성격이 이러이러 하다'라고 직접 언급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갈량에게 힘이 되어주기는 커녕, 그렇잖아도 할 일이 넘쳐나는 제갈량이 어린애 보살피듯 일일이 살펴줘야 하는 우둔한 임금이라는 점이 행간에 잘 나타납니다.  '궁중일은 대소사를 막론하고 00에게 물어 처리하면 되고, 군사일 역시 대소사를 막론하고 XX에게 물어 처리하면 된다' 라는 부분이, 그저 무언가를 결정할 때 뛰어난 신하들과 의논하라는 충고로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폐하 혼자 처리하면 실수하게 될 것이 분명하니, 제발 우수한 신하들의 의견을 그대로 따르십시오.'라는 걱정어린 타이름으로 읽힙니다. -.-;;

 

  그럼, 지금부터 제갈량의 출사표를 감상하겠습니다. ^^
  (아래 출사표의 원문과 해석은 인터넷에서 퍼왔습니다. 저렇게 긴 것을 제가 일일이 한자 변환해가며 포스팅 할 수가 없어서... ㅠ.ㅠ  다만, 진쥔의 설명과 다른 부분이나 제가 보기에 해석이 좀 이상해보이는 부분은 수정을 했습니다.)
 

 


 

出師表(출사표)

 

                                                                       諸葛亮(제갈량)

 


先帝創業未半 而中道崩殂

(선제창업미반 이중도붕조)

선제(유비)께서 창업을 반도 이루지 못하시고 중도에 붕어하시니

 


今天下三分 益州疲弊 此誠危急之秋也

(금천하삼분, 익주피폐, 차성위급지추야)

천하는 셋으로 나뉘고, 익주는 피폐해져, 진실로 위급한 때입니다.
 


然 侍衛之臣 不懈於內 忠志之士 忘身於外者

(연 시위지신 불해어내 충지지사 망신어외자)

그런대도 조정의 신하가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충직한 장수가 밖에서 몸을 돌보지 않는 것은 

 

 
蓋追先帝之殊遇 欲報之於陛下也

(개추선제지수우 욕보지어폐하야)

선제의 각별한 우대를 잊지 않고 폐하(유선)께 보답하고자 함입니다.

 

 

誠宜開張聖聽 以光先帝遺德

(성의개장성청, 이광선제유덕)

폐하께서는 마땅히 지혜로운 덕을 크고 넓게 하시어, 선제께서 남기신 덕을 빛내시기 위해서는
 


恢弘志士之氣 不宜妄自菲薄 引喩失義 以塞忠諫之路也

(회홍지사지기 불의망자비박 인유실의 이색충간지로야)

포부가 장엄한 지사의 뜻을 따르시옵고, 공연히 스스로 비하하여 사리에 맞지 않는 비유를 들어,

충언과 간언을 가로막아서는 안됩니다.


 
宮中府中 俱爲一體 陟罰臧否 不宜異同

(궁중부중 구위일체 척벌장부 불의이동)

궁과 관리가 모두 일체가 되어, 벌을 주고 상을 내림에 차별이 있어서는 아니 되오며
 


若有作奸犯科 及爲忠善者 宜付有司 論其刑賞

(약유작간범과 급위충선자 의부유사 논기형상)

만약 간사한 일을 꾸며 법을 어긴 자가 있거나, 충성스럽고 선량한 자가 있다면,

마땅히 관리에게 넘겨 상벌을 논하게 하실 것이며

 

 

以昭陛下平明之理 不宜偏私 使內外異法也

(이소폐하평명지리 불의편사 사내외이법야)

폐하의 공평한 치도를 드러내실 일이지,

사사로움에 치우쳐 안과 밖에서 쓰는 법이 다르면 안됩니다.

 

 

侍中、侍郞郭攸之、費褘、董允等,此皆良實,志慮忠純,是以 先帝簡拔 以遺陛下

(시중, 시랑 곽유지, 비의, 동윤등, 차개량실 지려충순 시이 선제간발 이유폐하)

시중 곽유지, 비의와 시랑 동윤 등은 모두 참으로 진실하고 오로지 충의만 생각하기에,

선제께서 발탁해 폐하에게 남기셨습니다.

 

             

愚以爲宮中之事 事無大小 悉以咨之 然後施行

(우이위궁중지사무대소 실이자지 연후 시행)

신의 소견엔, 대소사를 막론하고 궁중의 일은 모두 그들과 상의하신 후에 시행하시면
 


必能裨補闕漏 有所廣益

(필능비보궐루 유소광익)

미흡한 부분을 채우고 보태주어, 널리 이로움이 있을 것입니다.

 

 

將軍向寵 性行淑均 曉暢軍事 試用於昔日

(장군상총 성행숙균, 효창군사 시용어석일 )

장군 상총이 군사에 밝고 성품이 곧고 맑아 예전에 시험 삼아 써보았는데

 

 

先帝稱之 曰能 是以 衆議 擧寵爲督

(선제칭지 왈능 시이 중의 거총위독)

선제께서 가히 능하다고 칭찬하시고는, 다른 이들과 상의해 그를 도독으로 삼았습니다.

 

 

愚以爲營中之事 事無大小 悉以咨之 必能使行陣和睦 優劣得所也

(우이위영중지사 사무대소 실이자지 필능사행진화목 우열득소야)

생각컨데 군영의 일은 대소사를 막론하고 그와 의논해 시행하시면,

반드시 군진을 화목하게 부릴 수 있고 우열에 따라 얻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

 

 

親賢臣 遠小人 此先漢所以興隆也

(친현신 원소인 차선한소이흥륭야)

어진 신하를 가까이 하고 소인을 멀리하였기에, 전한이 흥하게 되었고

 

 

親小人 遠賢臣 此後漢所以傾頹也 

(친소인 원현신 차후한소이경퇴야)

소인을 가까이 하고 어진 신하를 멀리 하였기에, 후한이 기울게 되었습니다.

 

 

先帝在時 每與臣論此事 未嘗不歎息痛恨於桓靈也

(선제재시 매여신논차사 미상불탄식통한어환령야)

그래서 선제께서 살아계실 때 매번 신과 의논할 때면,

환제와 영제(두 황제 모두 국사를 그르친 임금이었음)를 두고 통탄했습니다.

        


侍中、尙書、長史、參軍,此悉貞良死節之臣

(시중, 상서, 장사, 참군, 차실정량사절지신)

시중, 상서, 장사, 참군은 모두 죽음으로 충절을 지킬 바른 충신이니

 

 

願陛下 親之 信之 則漢室之隆 可計日而待也

(원폐하 친지 신지 즉한실지륭 가계일이대야)

폐하께서 그들을 믿고 가까이 하시면, 한실의 융성을 가히 기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臣本布衣 躬耕於南陽 苟全性命於亂世 不求聞達於諸侯

(신본포의 궁경어남양 구전성명어난세 불구문달어제후)

신은 본래 일개 백성으로 남양에서 농사를 짓고,

난세에 구차한 목숨을 보전하고자 제후를 찾아가 영달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先帝 不以臣卑鄙 猥自枉屈 三顧臣於草廬之中 諮臣以當世之事 由是 感激 遂許先帝以驅馳

(선제 불이신비비 외자왕굴 삼고신어초려지중 자신이당세지사 유시 감격 수허선제이구치)

선제께서 그런 신을 비천하다 하지 않으시고, 황송하게도 몸을 낮추고 굽히시어,

세 번이나 신의 초막을 찾아오셔서 신에게 당세의 일을 물으시니,

감격한 나머지 선제를 부지런히 모시게 되었습니다.

 

 

後値傾覆 受任於敗軍之際 奉命於危難之間 爾來二十有一年矣

(후치경복 수임어패군지제 봉명어위난지간 이래이십유일년)

그 후 형세가 뒤집어져,  군이 패한 때에 소임을 받고, 위급한 때에 명을 받았습니다.

그 후로 이십일 년이 지났습니다.
 


先帝 知臣謹愼 故 臨崩 寄臣以大事也

(선제 지신근신 고 임붕 기신이대사야)

선제께서는 신의 근면하고 신중함을 아셨기에

붕어하시기 전에 신에게 대사를 맡기셨습니다.

 

 

受命以來 夙夜憂歎 恐託付不效 以傷先帝之明

(수명이래 숙야우탄 공탁부불효 이상선제지명)

명을 받은 이래 밤낮 근심하고 한탄하며

선제의 유지를 받들지 못하여 선제의 광명에 흠을 낼까 두려워했습니다.

 

 

故 五月渡瀘 深入不毛

(고 오월도로 심입불모)

그러므로 5월에 노수를 건너 불모의 땅으로 들어갔습니다.

 

 

今南方 已定 兵甲 已足 當奬率三軍 北定中原  

(금남방 이정 병갑 이족 당장솔삼군 북정중원)

지금 남방은 평정되었고 병사와 무기가 충분하니,

마땅히 장수는 삼군을 이끌고 북으로 진군해 중원을 평정해야 합니다.

 


庶竭駑鈍 攘除奸凶 興復漢室 還於舊都

(서갈노둔 양제간흉 흥부한실 환어구도)

소신이 보잘 것 없는 재주나마 다 하여 간흉(조조)를 내쫓고,

한나라를 부흥하여 옛 도읍(낙양)을 회복하고자 합니다.

 

 

此臣所以報先帝 而忠陛下之職分也

(차신소이보선제 이충폐하지직분야)

그것이 신이 선제께 보답하고 폐하께 충성하는 직분입니다.

 

 

至於斟酌損益 進盡忠言 則攸之, 褘, 允之任也

(지어짐작손익 진진충언 즉유지, 의, 윤지임야)

손해와 이익을 고려하고 나아가 충성스러운 말을 다하는 것은 곽유지, 비위, 동윤의 임무이니
 


願陛下 托臣以討賊興復之效 不效 則治臣之罪 以告先帝之靈

(원폐하 탁신이토적흥부지효 불효 즉치신지죄 이고선제지령)

원컨대 폐하께서는 신에게 도적을 토벌하고 한나라를 부흥시키는 실효를 거둘 일을 맡기시어,

효과가 없으면 곧 신의 죄를 다스리어, 그렇게 함으로써 선제의 영앞에 고하시고
 


若無興德之言 則責攸之, 褘, 允等之慢 以彰其咎

(약무흥덕지언 즉책유지 위 윤등지구 이창기만)

만약 덕을 일으키는 충언이 없으면,

즉시 유지, 위, 윤등을 불러 태만을 꾸짖으시고 그들의 허물을 드러내십시요.

 

 

陛下 亦宜自謀 以諮諏善道 察納雅言 深追先帝遺詔 

(폐하 역의자모 이자추선도 찰납아언 심추선제유조)

폐하 또한 도모하는 바가 있으시면 신하들을 모아 좋은 방도를 물으시고,

손익을 잘 가리시어 선제께서 남기신 가르침을 깊이 따르소서.
 


臣不勝受恩感激 今當遠離 臨表涕泣 不知所言

(신불승수은감격 금당원리 임표체읍 부지소언)

신 성은의 감격을 이기지 못하고 지금 멀리 떠나려 하니,
출사표에 임하여 눈물이 흘러, 말할 바를 알지 못 합니다.

 

 

建興五年 平北大都督 丞相 武鄕侯 領益州牧 知內外事 諸葛亮

건흥 5년 평북대도독 승상 무향후 영익주목 지내외사 제갈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