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의 고문(古文)

신흠(申欽)의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로항장곡)

Lesley 2009. 2. 19. 13:04

 

 

 

桐千年老恒藏曲 (동천년로항장곡)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고,


梅一生寒不賣香 (매일생한불매향)  매화는 일생을 추위에 떨어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月到千虧餘本質 (월도천휴여본질)  달은 천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이 남아 있고,
 

柳經百別又新枝 (유경백별우신지)  버드나무는 백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돋아난다.

 

 

 

  이 한시는 조선 중기 때의 정치가이며 문인이였던 신흠(申欽)이 지은 수필집 야언(野言)에 실려 전하는 시이다. (다만, 이 시가 신흠이 직접 지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은 모양임.)

 

  이 시를 알게 된 것은 드라마 '바람의 화원' 때문이다.

  이정명씨가 지은 '바람의 화원' 원작소설에는 이 시가 안 나오지만, 드라마에서는 이 시의 첫 대목 桐千年老恒藏曲(동천년로항장곡)이 '정향'이라는 등장인물이 연주하는 가야금 곡명으로 나왔다.

  다만 지금도 한 가지 이상한 점은,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그렇고, 이 드라마의 OST에서도 그렇고, 왜 이 한시 첫 대목의 독음을 '동천련로항장곡'이라고 해놓았는가 하는 점이다.  千年을 '천년'이라고 읽지, 누가 '천련'이라고 읽는단 말인가... -.-;;  (혹시 내가 몰라서 그럴 뿐이지, 국어 문법에서는 千年을 천련이라고 읽는 게 허용되는 건가? 그런 국어 문법 규칙 아시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시기 바람.) 

 

 

  이 시를 보면, 대쪽같은 성품을 선비의 덕목으로 보았던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각이 묻어나오는 듯 하다.

  천년이란 긴 세월동안 여전히 가락을 품고 있는 오동나무, 평생 동안 추위에 떨면서도 향기만은 죽어도 팔지 않는 매화, 천번이나 이지러지면서도 그 본질만은 지키는 달, 백번이나 꺾였지만 여전히 새 가지가 돋아나는 버드나무... 

 

 

  하지만 글로 써놓으면 꽤나 멋있어 보이는 이런 삶을 산다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대쪽같이 살고자 하는 마음을 다짐하는 이 시를 보면서 감동을 받기는 커녕, 오히려 섬칫한 느낌마저 든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런 대쪽같은 성품과 꼿꼿한 기상을 강렬한 느낌보다는 낭만적인 느낌이 들게 표현해서 참 좋다.

 

 

 

 

  그리고 이 시에 대해서 인터넷을 뒤지면서 문득 궁금해져서 오동나무와 매화의 사진을 찾아봤는데, 맙소사...

  나는 오동나무에도 꽃이 핀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0-;;  그것도 무척이나 예쁜 꽃이었다.  나무라고는 소나무, 전나무, 버드나무, 은행나무 등 서울 여기저기에 널린 나무 밖에 모르다보니, 이런 황당한 일이... (내가 서울 촌닭임을 새삼스레 다시 느꼈다... ㅠ.ㅠ)

 

 

  나 같이 오동나무에 꽃이 핀다는 사실을 몰랐던 촌닭(!) 동지들을 위해 사진을 올리니 감상하시기를...

  아울러 일생을 추위에 떨어도 향기만은 팔지 않는 매화도 함께 올릴테니, 같이 감상하시기를...

  

< 오동나무 줄기와 꽃 > 

 

 

 

< 백매화와 홍매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