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의 고문(古文)

푸다오 자료(3) - 전국책(戰國策) 중 '추기풍제왕납간(鄒忌諷齊王納諫)'

Lesley 2009. 11. 24. 08:48


  최근 진쥔과의 푸다오 수업 시간에 전국책(戰國策)의 일부분인 '추기풍제왕납간(鄒忌諷齊王納諫)'을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교재에 실린 그 많은 고문(古文) 중에서 하필이면 이것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냐...

  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한 인물 하는 남자인데, 자기 스스로를 다른 미남과 견주면서 '내가 더 아름답냐, 그 사람이 더 아름답냐'라고 여기저기에 묻고 다니는 게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

 

  전에 진쥔이 고대의 문학작품이나 역사서를 보면, 작가가 스스로에 대해 온갖 수식어 끌어다붙이며 과도하게 칭찬하거나, 주인공이 자기 자신한테 반한 이상한 사람인 경우가 종종 있어서, 읽는 사람이 민망해지는 경우가 많다 했다. ^^  그러면서 우리가 푸다오 교재로 쓰는 중국 중학교 문학 교과서를 뒤적이며 그 예를 몇 개 찾아 읽어줬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전국책(戰國策) 중 '추기풍제왕납간(鄒忌諷齊王納諫)'편이다.
  사실 내용을 끝까지 읽어보면, 이 글의 주인공인 鄒忌(추기)라는 사람이 대책없는 수준의 왕자병 환자는 아니다.^^  오히려 적당한 풍자와 유머를 이용해서, 자신이 모시는 왕에게 올바른 정책이란 어떤 것인지 일깨워주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즉, 이 글은 전쟁으로 다른 나라를 복종시키는 것이 아닌, 언로를 열어 많은 이들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서 올바른 정치를 펼침으로써 나라를 부강하게 하여 다른 나라가 저절로 복종하게끔 하는 방법을 설파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부분을 읽으면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고문으로 써진 내용을 현대 중국어로 해석하며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는 진쥔이나, 그런 해석과 설명 듣는 나나 '이 사람 뭐냐', '이 사람 부인이랑 첩은 이런 남편이랑 같이 사느라 정말 고생 많았겠다'면서 키득키득 웃어가며 푸다오 수업을 했다. ^^

 
  그리고 남자의 미모 이야기가 나온 김에, 요즘 한국에서 엄청난 시청률 올리고 있다는 드라마 '선덕여왕'이 떠올라서, 신라의 '화랑'에 대해 진쥔에게 대강 설명했다.  즉, '화랑에 선발되려면, 귀족 출신이여야 하고 무술에도 뛰어나야 하지만, 얼굴도 아름다워야 했다. 그렇게 화랑으로 선발된 미소년들을 곱게 화장시켰다.  그래서 그 명칭도 '화랑(花郞)'이다' 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이 '화랑'이란 말을 그대로 풀이하면 '꽃돌이'라는 뜻이 아닌가... ^^)
  그러면서 '한국도 그렇고 중국도 그렇고, 고대에는 인재를 뽑는데 남자의 외모를 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하고 말했더니, 진쥔의 대답이 아주 걸작이었다.  '당연하지! 고대 군주는 궁궐에서 수많은 미녀들을 보며 살아서, 당연히 미모에 익숙했어. 그런데 아무리 같은 남자라고 해도 그렇지, 얼굴이 못생긴 사람을 옆에 두고 싶었겠어?'라고 했다. ^^

 

 

 

鄒忌諷齊王納諫
(추기풍제왕납간)
추기가 제나라 왕에게 간언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하여 간하다.


                                                                     - 戰國策(전국책) 中 -

 


鄒忌脩八尺有餘, 而形貌昳麗.
(추기수팔척유여,이형모질려)
추기는 키가 8척이 넘고, 용모가 매우 아름다웠다.


朝服衣冠, 窺鏡, 謂其妻曰, "我孰與城北徐公美?"
(조복의관, 규경, 위기처왈, 아숙여성북서공미)
조복을 입고 관모를 쓴 후, 거울을 보면서,
그의 아내에게 묻기를 "나와 성북에 사는 서공 중에 누가 더 아름답소?"라고 했다.


其妻曰, "君美甚, 徐公何能及君也."
(기처왈, 군미심, 서공하능급군야)
그 아내가 말하기를 "당신이 더 아름답습니다. 서공이 어찌 당신과 비교가 되겠습니까" 라고 했다.


城北徐公, 齊國之美麗者也.
(성북서공, 제국지미려자야)
성북에 사는 서공은  제나라의 ('유명한' 또는 '제일 가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忌不自信, 而復問其妾曰, "吾孰與徐公美?"
(기불자신, 이부문기첩왈, 오숙여서공미)
추기는 확신할 수 없어서, 그의 첩에게 다시 묻기를 "나와 서공 중 누가 더 아름답소?"라고 했다.


妾曰, "徐公何能乃君也."
(첩왈, 서공하능내군야)
첩이 대답하기를  "서공이 어찌 당신에게 비교될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旦日, 客從外來 與坐談, 問之, "吾與徐公孰美?"
(단일, 객종외래, 여좌담, 문지, 오여서공숙미)
다음 날, 손님이 찾아와서, 함께 앉아 이야기를 했는데,
손님에게 묻기를  "저와 서공 중 누가 더 아름답습니까?"라고 하였다.


客曰, "徐公不若君之美也."
(객왈, 서공불약군지미야)
객이 이르기를 "서공은 당신만큼 아름답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明日, 徐公來, 熟視之, 自以爲不如, 窺鏡而自視, 又弗如遠甚.
(명일, 서공래, 숙시지, 자이위불여, 규경이자시, 우불여원심)
그 다음 날, 서공이 왔는데, 그를 자세히 보니, 자신이 서공보다 못한 것 같다고 생각되었고,
거울을 보고 스스로 쳐다보니, 또한 (서공보다) 훨씬 못한 듯 보였다.


暮寢而思之曰, "吾妻之美我者, 私我也"
(모침이사지왈, 오처지미아자, 사아야)
저녁에 잠자리에 들어 그것에 대해 생각하며 말하기를,
"내 아내가 나를 아름답다 한 것은, 나를 편들기 때문이고,"

 
"妾之美我者, 畏我也"
(첩지미아자, (외아야)
"첩이 나를 아름답다 한 것은, 나를 경외하기 때문이며,"


"客之美我者, 欲有求於我也"
(객지미아자, 욕유구어아야)
"손님이 나를 아름답다 한 것은, 나에게 바라는 것이 있어서였구나." 라고 하였다.

 

 

 


於是入朝見威王曰 : "臣誠知不如徐公美"
(어시입조견위왕왈, 신성지불여서공미)
이에 조정에 들어가 위왕을 뵙고 이르기를,
"신(臣)은 (스스로가) 서공보다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臣之妻私臣, 臣之妾畏臣, 臣之客欲有求於臣, 皆以美於徐公"
(신지처사신, 신지첩외신, 신지객욕유구어신, 개이미어서공)
"그러나 신의 처는 신을 편들고, 신의 첩은 신을 경외하고,
신의 손님은 신에게 바라는 것이 있어서, 모두 신이 서공보다 아름답다고 말했습니다."


"今齊, 地方千里, 百二十城"
(금제, 지방천리, 백이십성)
"지금 제나라는, 사방이 천리나 되고, 성이 120개나 됩니다."
 

"宮婦左右, 莫不私王, 朝廷之臣, 莫不畏王, 四境之內, 莫不有求於王"
(궁부좌우, 막불사왕, 조정지신, 막불외왕, 사경지내, 막불유구어왕)
"궁내의 후비와 측근들이, 임금님을 사랑하지 않은 자가 없고,
조정의 신하는, 왕을 경외하지 않는 자가 없으며,
나라 안의 사람들이, 모두 왕께 (무엇인가를) 바라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由此觀之, 王之蔽甚矣"
(유차관지, 왕지폐심의)
"이로 보건대, 왕께서는 심하게 (눈이) 가려져 계십니다."라고 하였다.
※ 즉, 모두가 왕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여, 왕이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없음.


王曰, 善, 乃下令
(왕왈, 선, 내하령)
왕이 이르기를, "옳소."라며, 이내 명령을 내렸다.


"群臣吏民, 能面刺寡人之過者, 受上賞"
(군신리민, 능면자과인지과자,수상상)
"군신과 백성 중, 직접 과인의 잘못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에게, 높은 상을 내리고,"


"上書諫寡人者, 受中賞"
(상서간과인자, 수중상)
"글을 올려 과인에게 간하는 자에게는, 중간 상을 내리며,"


"能謗譏於市朝, 聞寡人之耳者, 受下賞"
(능방기어시조, 수하상,문과인지이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과인의 잘못을 말하여,
그 이야기가 과인의 귀에까지 들리게 하는 자에게는, 낮은 상을 내리겠다."고 했다.


令初下, 群臣進諫, 門庭若市
(령초하, 군신진간, 문정약시)
이러한 명령이 처음 하달되자, 군신들이 다투어 간하여,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數月之後, 時時而閒進
(수월지후, 시시이한진)
몇 개월 후에, 간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었고
※ 즉, 조정에서 많은 비판을 수용하여 잘못을 고쳤기 때문에, 간할 것이 점점 줄어들었음.


朞年之後, 雖欲言, 無可進者
(기년지후, 수욕언, 무가진자)
1년 후에는, 비록 간하고자 해도, 간할 것이 없게 되었다.
※ 이미 제나라의 정치가 올바르게 되어 간할 것이 없어진 상황임.


燕趙韓魏聞之, 皆朝於齊
(연조한위문지, 개조어제)
연나라, 조나라, 한나라, 위나라에서 이 소식을 듣고,
모두 제나라에 와서 (제나라의) 왕을 배알했다.
※ 즉, 정치가 안정된 제나라를, 여러 나라가 섬기게 되었음.


此所謂戰勝於朝廷
(차소위전승어조정)
이것이 이른바 (전쟁터가 아닌) 조정에서 싸워 승리한다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