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중국 물류업체에 가다.

Lesley 2010. 1. 22. 10:31

 


  목요일(1월 21일) 점심 때 진쥔의 집으로 갔다.
  진쥔이 수요일부터 본격적으로 짐정리 들어갔는데, 그렇게 정리한 짐들을 물류업체(운송업체)에 맡기러 갈 때 같이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진쥔도 나와 같은 날(1월 26일) 하얼빈을 떠나는데, 4년 반 동안 하얼빈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짐의 양도 많지만, 짐 중 절반 정도가 책이다 보니 무게도 꽤 나간다.  그 많고 무거운 짐을 몽땅 싸들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대부분을 물류업체 통해 부치기로 한 것이다.  진쥔 말이 중국에서는 물건을 받는 건 자신의 집에서 받을 수 있지만(단, 집으로 배달시키는 경우는 많지 않고, 직장이나 학교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함.), 물건을 보낼 때는 직접 물류업체에 가져다 줘야한다고 했다.

 

  2시 좀 넘어 도착해서 보니, 진쥔과 함께 살다가 며칠 전 하얼빈을 떠난 진쥔 친구의 방에 8개나 되는 큼지막한 짐덩어리들이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8개의 짐덩어리

 

  진쥔에게 기념촬영 하게 짐 옆에 가서 서라 했더니, 자기는 싫다고 짐이나 찍으란다. ^^


  곧 짐을 물류업체까지 옮겨다 줄 사람이 온다 했는데, 내가 도착한지 10분도 안 되어 왔다.

  그렇게 그 용달차 아저씨와 우리 둘이서 짐을 6층에서 1층까지 나른 후(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 생활에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져서, 엘리베이터 없이 짐을 나르는데도 아쉽다는 생각도 안 들었음. ^^), 용달차를 타고 물류업체로 갔다.

 

  용달차 안에서 진쥔이 가방 속에서 뭘 주섬주섬 꺼내서 보여주는데 포대자루였다.
  혹시 필요할지 몰라 가져간다는데, 그 포대자루 가격이 15위안(한화 약 2,685원)이라 하여 놀랐다.  정작 짐 운송료는 킬로그램 당 1위안(한화 약 179원)~1.5위안(한화 약 268원) 밖에 안 한다는데, 이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아닌가...  그렇다고 무슨 비단 같은 걸로 만든 대단한 자루이기나 하냐...  그것도 아니고 그저 우리나라의 쌀자루와 같은 재질에, 벌써 몇 번이나 사용했는지 때가 꼬질꼬질 하게 묻은 포대자루인데, 뭐가 그리 비싸단 말이냐...!   놀라는 나에게 진쥔이 설면하기를, 그 가격은 물류업체에서 살 때의 가격이고, 물류업체 근처의 그런 포대자루 파는 곳에서 사면 1.5위안이면 된다고 한다. -.-;;  그러니 물류업체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겠느냐고 하는데, 폭리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엄청난 폭리가...!!!

  진쥔과 함께 살다가 며칠 전 하얼빈을 떠난 진쥔의 같은 과 친구도 그 물류업체 이용해 짐을 보냈다 했다.  그런데 포대자루가 모자라서 사야 하는데 그렇게 터무니없이 비싸다 보니, 그렇잖아도 그다지 얌전한 성격도 아닌 그 친구가 '워 메이요우 쳰(我沒有錢 : 나 돈 없어요)'를 반복하며 있는대로 화를 냈다고 한다.  그 물류업체 직원들의 표정을 보니 웃고는 있는데, 속으로는 참을 수 없어 하는 게 보이더란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인 상황이었던 모양임. -.-;;)  결국 그 직원들은 원래 가격보다 10배나 폭리 취하는 걸 포기하고, 그 근처에 포대자루 싸게 파는 곳이 있으니 거기 가서 사오라고 알려줬다 한다. (이래서 '우는 아이 젖 한 번 더 준다' 라는 말이 나온 모양임. -.-;;)   

 

  용달차가 30분쯤 달려서 물류업체들만 줄줄이 늘어서있는 길로 접어들더니, 그 중 한 업체 앞에 멈췄다.
  물류업체 직원과 우리가 함께 짐을 창고 안에 부리고 나서, 그 직원이 줄자를 꺼내더니 짐들을 한데 모아놓고 크기를 재고 그 크기에 맞춰 요금을 매겼다.  2층의 사무실로 올라가면서 진쥔에게 '원래 무게가 아니라 크기로 요금 정하는 거냐?'라고 살짝 물었더니, '아니다, 보통은 무게로 정한다. 나도 의외다.' 라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자기 짐이 120~130킬로그램은 나가는데 무게가 아닌 크기로 요금 정해서 요금을 조금 덜 낼 수 있게 되었다 했다. ^^
 
  사무실에서 요금 내고서 돌아가려 나섰는데, 도로 쪽으로 나가다 말고 진쥔이 멈추더니 뭐라고 말을 했다.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라 어리둥절해 했더니, 내 팔을 잡아 끌고 아까 그 창고로 갔다.  아까 그 직원이 진쥔의 주소가 적힌 스티커를 들고와 진쥔의 짐에 붙이려 하고 있는데, 그걸 보니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그 일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하러 간 거다. ^^  그 직원은 포대자루에 붙인 스티커에만 포장 테이프를 둘러 단단히 붙이고 종이상자에 붙인 스티커는 그냥 두려 했다.   그러자 진쥔이 비에 젖어 주소 적은 게 지워지면 어쩌냐고 거기에도 테이프 붙여달라 했다.  직원은 안 붙여도 문제 없다고 하는데, 비싼 책들인데 잃어버리면 어쩌냐고 붙여달라고 해서 결국 붙이고야 말았다...! (오~~ 원래도 굉장히 꼼꼼한 성격인 거 알고 있었는데, 정말로 꼼꼼하군...! ^^)

 

  진쥔은 학교로 돌아오는 114번 버스 안에서 가장 큰 일을 끝냈다며 아주 개운해했다.  나 역시 이미 짐 꾸리기와 짐 나르기에 질린 사람이라,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