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처음 걸린 담 - 중국 안마소, 중국 약값

Lesley 2010. 1. 19. 21:42

 


  정말 내 하얼빈 생활은 파란만장 그 자체다.

  이제는 터질 일은 다 터져서, 다음 학기에 새로운 생활 하면서는 모를까, 귀국하기 전까지야 무슨 일이 더 있겠냐 싶었는데...  일시 귀국을 약 1주일 앞두고, 한국에서 살며서는 얘기나 들어봤지 단 한 번도 안 걸렸던 담이라는 것에 다 걸려봤다.  그것도 목에... -.-;;

 

 

 

1.  중국 안마소


  토요일(1월 16일)에 오른쪽 뒷목과 어깨가 조금 아팠는데, 그저 약간 불편한 정도라 대수롭지 않겨 여겼다.
  하지만 그 날 밤 자면서 단단히 탈이 났다.  일요일(17일) 새벽에 자다가 무심코 옆으로 돌아눕는데, 비명이 나올 정도로 목이 아픈 것이다...ㅠ.ㅠ  목을 숙이거나 젖히면 많이 아프고, 양 옆으로는 너무 아파서 아예 돌릴 수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심해지는 듯 해서 저녁에 J씨에게 전화를 했더니, J씨 남편분이 안마를 받아보라 하셨단다.

  중국 여행도 몇 번 해봤고, 이번에는 하얼빈에서 10개월 넘게 살아봤지만, 안마는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많은 관광객이 안마소를 찾는 걸 알고 있지만, 웬지 안마소 하면 퇴폐적인 이미지와 부르주아적인 이미지가 떠올라 꺼려졌다.  하지만 몸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아프니, 퇴폐 안마소고 부르주아 냄새 팍팍 풍기는 안마소고 간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J씨에게 전화를 해서 J씨가 몇 번 가봤다는 안마소 위치를 물어보니, 학교에서 한참 떨어진 장소이고 처음 가 본 사람이 혼자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란다.  그런데 J씨 같은 반 학생이 선생님 소개로, 내가 살고 있는 이 자수로(家屬樓)에 있는 안마소를 가봤는데 괜찮았다고 했다.  그래서 거기라도 가보기로 했다.

 

  안마소 찾아가려 외투을 챙겨입는데, 목과 어깨가 안 좋으니 외투만 걸쳐도 엄청 큰 팬더 한 마리가 내 어깨에 무등 탄 느낌이었다. ㅠ.ㅠ

  그렇게 나가 자수로 단지를 걸으며 안마소를 찾는데, 전에 몇 번 본 듯 하기도 한데 눈에 띄지 않았다.  결국 개 끌고 산책나온 중국 할머니께 여쭤봤더니, 할머니가 '미용 안마'와 '치료 안마' 중 어떤 것을 원하냐고 물어보셨다. (미용 안마라는 건 다이어트용 경락 마사지 같은 것 말하는 건가?)  '치료 안마'를 원한다 했더니, 23동에 있는 맹인 안마소에 가보라고 하셨다.

 

  안마소에서 1시간 동안 뒷목과 어깨를 집중적으로 안마를 받았는데, 한편으로는 많이 아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원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뒷목과 어깨를 주무르기만 하다가, 나중에는 팔꿈치로 어깨와 등 여기저기를 꽉꽉 누르고, 손가락으로 몇 군데를 집어내어 꽉 누르며 한참 있기도 하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시원한건 시원한 거고, 이 류(劉)씨 맹인 안마사가 내 머리를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돌리려 할 때마다 비명이 마구 터져나왔다.  나도 모르게 한국말로 '아파, 아파~~~~' 하고 비명 지르자, 안마사가 듣기에는 재미있는지 자기도 '아파, 아파' 하고 내 말을 따라했다. -.-;; (아니, 이 사람이...!  안 돌아가는 목 자꾸 옆으로 돌리려는 것도 모자라, 왜 놀리기까지 하냐고...! ㅠ.ㅠ)
 
  그런데 안마를 끝낸 안마사가 내 상태가 많이 안 좋다면서,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라 했다. ㅠ.ㅠ
  그렇잖아도 너무 아파서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전에 올린 포스트 '중국 병원에 가다(http://blog.daum.net/jha7791/15790520)'에 쓴 경험 때문에 도무지 중국 병원만은 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뜨악한 반응 보이자, 그 안마사는 의사소통 문제로 내가 병원 안 가려는 걸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긴 그것도 병원 가기 꺼려지는 이유 중 하나이긴 함.)  다음 날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상황 설명 못 하겠으면, 자신에게 전화를 하란다.  그러면 자신이 의사에게 내 상태를 말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안마사가 증세 설명해주는 건 설명해주는 거고, 다른 곳도 아니고 병원이라니 도무지 혼자 갈 엄두가 안 났다. ㅠ.ㅠ  중국어를 잘 하시는 분과 함께 가는 게 안전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J씨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J씨 남편분이 함께 병원에 가주실 수 있는지 물어봤다. (이러다가 J씨 남편분은 한국인들이 병원 갈 때마다 따라가는 분으로 굳어져버리는 거 아닌지... -.-;;)


  그렇게 다음날 함께 병원 갈 시간까지 잡았는데, 진쥔 엄마에게서 문자가 날아왔다.

  진쥔이 자기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내 증상이 어떤지 묻는 문자를 보내신 거다. (진쥔 엄마의 직업이 의사임.)  진쥔 엄마는 장기간 안 좋은 자세로 잠을 자서, 또는 불편한 베개를 써서 목 근육에 문제 생긴 것일 거라고 하셨다.  나도 그 진단이 맞다고 생각했다.  목이 너무 불편해 좀 누워있으려고 베개에 머리를 댄 순간 자지러질 정도로 아파서, 베개를 치웠더니 훨씬 나아졌기 때문이다.
  병원에 갈 필요 없고, 진통제와 비타민 B6을 하루에 두 차례씩 먹으며 뜨거운 수건으로 찜질해주면 3, 4일 후 괜찮아질거라 하셨다.   나도 진쥔 엄마의 충고를 따르기로 했다. (중국 병원에 가는 일만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으니까...! ㅠ.ㅠ)  그리고 안마는 증세를 완화시킬 수도 있지만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으니 더 이상 받지 말라고 하셔서, 그리 하기로 했다.
  J씨에게 전화해서 남편분과 월요일에 만나 병원 가기로 한 약속을 취소했는데, J씨도 이 상황이 너무 황당했는지 '마지막까지 계속 사건이 터지네요' 하면서 웃었다.  진짜 내 하얼빈 생활은 평범한 날이 사흘 이상 계속 된 적이 없는 듯 하다. ㅠ.ㅠ

 

 

2. 중국 약값
  
  월요일(1월 18일)에는 학교 바로 옆 전자상가 건물에 있는 약국에 가서 진쥔 엄마가 처방해주신 약을 샀는데, 약값이 터무니없이 싸서 놀랐다. 

  물론 약이 담긴 통이 아주 작기도 했지만, 그래도 진통제 100정짜리가 1.9위안(한화 약364원), 비타민 B6 100정짜리가 1위안(한화 약 178원)이라니...!!  어제 같은 약국에서 목에 붙이려 산 파스는 28.5위안(한화 약 5,050원)으로, 물가 비싼 한국의 파스 가격과 별 차이가 없어서 의외라고 생각했는데, 이것들은 왜 이렇게 저렴한 것이냐...

  소비자 가격이 이렇게 저렴하면, 약 공장에서 출하될 때의 가격은 도대체 얼마이며, 재료비는 얼마인건지...  너무 저렴하니까, 이게 과연 제대로 된 약이 맞긴 맞는건지 조금 의심스러웠다. -.-;;

 

소염진통제(왼쪽)과 비타민 B6(오른쪽)

(둘 다 알약이 100정씩 들어있는데, 두 약병의 크기가 얼마나 작은지는 옆에 있는 립케어랑 비교해보면 알 수 있음.) 


  그런데 진쥔 엄마는 진통제를 한 번에 10밀리그램씩 먹으라 하셨는데, 내가 산 것이 한 알에 25밀리그램짜리여서 썰어 먹어야 했다. -.-;;

  도마 위에 알약을 얹어놓고는 식칼로 반으로 쪼갰는데,  완두콩의 4분의 1 정도 밖에 안 되는 작은 알약을 썰려니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그 작은 알약을 손으로 붙잡고 썰면 손가락까지 썰게 분명하니 그냥 써는 수 밖에 없는데, 그러다보니 써는 순간 알약 조각이 팝콘처럼 사방으로 튀고...  그렇게 바닥이나 싱크대 하수구에 떨어져버린 알약이 몇 개나 된다. -.-;;
  그리고 파스를 살 때는, 파스를 중국말로 뭐라 하는지 몰라서 '목이나 어깨 불편할 때 붙이는 약인데, 종이처럼 생겼다' 라고 장황하게 설명해야 했다. ㅠ.ㅠ

 

 

 

  그래도 약 먹고, 뜨거운 수건으로 찜질도 하고, 파스도 붙였더니, 차도가 있는 듯 해서 다행이다.

  화요일(1월 19일)인 오늘은 여전히 고개를 움직이는 건 불편하지만, 그래도 목 근육이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고, 통증도 많이 가라앉았다.  오후에는 시내에 나가 요즘 한국에서도 엄청 흥행몰이 하고 있는 영화 '아바타'까지 보고 왔을 정도니까, 숟가락 드는 것만으로도 너무 아파서 쩔쩔맸던 일요일과 월요일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좋아진 거다.

 

  혹시라도 지금 사용하고 있는 베개가 불편하다고 느끼시는 분 계시면, 당장 베개 바꾸시라고 권하고 싶다.

  이건 '그깟 베개 따위가 무슨 대수라고...' 하다가 며칠 동안 머리도 못 빗고 산 사람이 하는 충고다. (머리를 빗으려면 빗 잡은 손을 머리 높이로 올려야 하는데, 그 동작 하는 것만으로도 뒷목과 어깨가 찢어지는 느낌이라, 부시시한 머리로 이틀 동안 살았음 -.-;;)  그러니 부디 그냥 지나치지 마시기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