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중국에서 핸드폰 사용하기

Lesley 2010. 1. 10. 17:06

 

 

  하얼빈 생활 초창기에 쓴 '만만디... 끝없는 기다림... ㅠ.ㅠ (http://blog.daum.net/jha7791/15790481)' 에서 핸드폰 장만하며 겪은 일에 대해 썼다.  그 때는 가볍게 소개했으니, 이번에 좀 더 자세하게, 그리고 한국 핸드폰과의 다른 점 위주로 소개할까 한다.

 

 

 레노보(lenovo)에서 나온, 지난 10개월간 나와 동고동락한 녀석

 

   지난 두 학기, 나와 함께 그 치열한(?) 하얼빈 생활을 하면서 액정보호필름 한 가운데 빵꾸가 나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  그래도 사진 및 동영상 촬영, 계산기, 영어사전, 게임, 스톱워치, 알람, 일정 등 있을 것은 다 있는 녀석이다. (전화, 계산기, 알람 이외의 기능은 거의 사용 안 함. ^^;;)   
 

 

  그럼 본격적으로 중국 핸드폰에 대해 써보겠다.


  첫째, 심카드

 

  한국에서도 요즘 나온 스마트폰 같은 경우는, 다른 사람의 핸드폰이라도 심(sim)카드만 바꿔끼면 자기 번호를 이용하여 쓸 수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나온 핸드폰은 심카드를 이용하는 핸드폰이라도, 일단 대리점에 가서 절차를 밟아야 자기 번호로 쓸 수 있다.  그에 비해 중국에서는 일부 핸드폰 빼고는 거의 심카드만 교환하면 당장 쓸 수 있기 때문에, 신분증 없이 핸드폰을 개통하는 게 가능하다. (원래는 신분증 확인이 원칙이라 들었는데, 거의 판매자 명의로 개통한다 들었음.)
  이렇게 심카드만 바꾸면 당장 새 번호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핸드폰 도난사고가 한국보다 많은 편이다.  실제로 내 주위에서도 그렇게 핸드폰을 도둑맞은 유학생이 있다.  그리고 내가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으면서 깊숙히 안 넣어 핸드폰 일부분이 밖으로 드러나면, 중국친구들이 도둑맞을 수 있으니 잘 넣으라고 충고하곤 했다.

 


  둘째, 선불식 요금제

 

  보통의 경우, 선불식 요금제이다.  일부 핸드폰은 한국처럼 후불식이라는데, 그 경우 핸드폰 개통의 절차가 무척 까다롭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일단 충즈카(充値卡 : '핸드폰 요금 충전카드'를 말함)를 사서 핸드폰에 요금을 충전해야만 쓸 수 있다. 
  충즈카의 요금은 30, 50, 100위안 등 여러가지이고, 이동통신사에 가서 ATM 비슷한 기계를 이용하여 충전하는 방법도 있다. (단, 나는 충즈카로 충전하는 방법만 써봐서, 기계 이용해 요금 지불하는 법은 모름.)

 


  셋째, 전화번호

 

  한국에서는 핸드폰 번호 중 마지막 단위의 번호 4개는 고객이 마음대로 고를 수 있고, 보통 자기 집 전화 번호와 같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중국에서는 자신이 고르려면 돈을 줘야 하고(그것도 얼마나 인기 많은 번호냐에 따라 가격도 다름.), 무료로 번호를 받으려면 이동통신사에서 무료라고 미리 정해놓은 번호 중에서만 고를 수 있다.  보통 이런 번호는 중국인들이 무척 싫어한다는 숫자 '4'가 들어가 있다.  덕분에 우리 유학생들 번호는 거의 4가 섞인 번호이다. ^^
  원래도 번호 외우기에 약한 나는, 우리집 전화 번호와 전혀 상관없는 핸드폰 번호를 받은 덕에, 10개월 내내 썼건만 번호를 외우지 못 한다. -.-;;

 

 

  그래서 결국 위의 사진에 나온 바와 같은 원시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 -.-;;  (나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번호 대부분은 가려주고... ^^)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내가 전화번호 알려줄 때 이렇게 핸드폰 뒷면에 써붙인 것을 보여주면, 막 웃거나 황당해 한다.  하지만 얼마 전 다음 학기 비자 문제로 유학생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그 곳 선생님이 핸드폰 번호 알려달라 하여 이렇게 써붙인 것을 보여드렸을 때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그간 유학생들의 어설픈 중국어 발음 들으며 몇 번씩 핸드폰 번호 확인해야 했던 선생님은 이것을 보더니 '이렇게 하니까 좋네!' 하며 살짝 감탄하셨다. ^^

 


  넷째, 핸드폰 문자

 

  내가 중국친구들과 핸드폰으로 문자 주고받는다고 하자, 한국에 있는 친구가 핸드폰으로 한자를 어떻게 찍을 수 있냐고 궁금해했다.  물론 그 복잡하게 생긴 한자를 직접 쓰는 건 곤란하다.  그런 방법도 있다고는 하는데, 중국 사람들도 거의 사용 안 한다고 한다.  보통은 핀인(音 : 병음, '알파벳을 이용한 중국어 발음기호'를 말함)을 이용하여 일단 영문으로 치고, 다시 한자로 변환하는 방법을 쓴다.

  얼핏 생각하면 한번 쓰고서 다시 바꿔야 하니 속도가 굉장히 느리고 불편할 듯 한데, 중국 핸드폰에도 나름 속도를 빠르게 하는 방법들이 있다.  가령 '나는 유학생이다'라는 문장을 문자로 찍으려면, '我是留學生'이란 글자를 일일이 하나씩 찍고 변환하고, 또 찍고 변환하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다'라는 我是와 '유학생'이라는 留學生은 이미 하나의 단어로 핸드폰 안에 저장되어 있어서 핀인만 찍으면 변환과정은 한번에 해결된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자주 쓰는 단어가 아닌 단어, 예를 들면 특정인의 이름 같은 것도, 처음에만 한 글자 한 글자 변환하지, 한 번 그렇게 쓰고 나면 다음부터는 핀인만 치면 그 전에 그 핀인으로 찾았던 한자가 묶여서 화면에 뜨기 때문에 속도가 빨라진다.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말로 쭉 늘어놓은 것만 봐서는 '도대체 저게 뭐가 간단하다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중국어를 어느 정도만 알아도, 그리고 한국에서 핸드폰 문자 보내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2주일만 핸드폰 만지작 거리면 금새 속도가 붙는다. ^^ 

 


  다섯째, 중고 핸드폰

 

  우리나라처럼 핸드폰 생산하는 회사와 이동통신사가 손을 잡고 보조금 지급하는 방식이 드물어 그런지, 전체적으로 핸드폰 가격이 우리보다 비싼 편이다.  덕분에 한국에서 요즘 젊은 세대라면 개나 소나 다 들고 다닌다는 터치폰이나 스마트폰 같은 것도 그다지 많지 않다.  내가 중국 와서 유일하게 본 터치폰이(핸드폰 판매점에서 본 터치폰 빼고...^^) 먼저번 집주인이 갖고 다니는 터치폰이었다.  그런데 나한테 그런 터치폰 들고 다니라면, 차라리 지금 쓰는 중국 핸드폰 그냥 들고 다니겠다 싶을 정도로 조잡한 제품이었다. -.-;; (지금 쓰는 건 좋은 건 아니어도, 깔끔해 보이기나 하지...!)
  그렇게 핸드폰 가격이 높은 편이라 그런지, 아니면 물건을 아껴쓰는 습관이 들어서 그런지, 얼쇼우지(二手机 : 二手가 '두번째로 거친 손', 즉 중고란 뜻이니, '중고 핸드폰'이란 뜻 ^^)를 사용하는 학생들도 제법 눈에 띈다.  고장난 핸드폰을 수리하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사람들도 있고...

 

 

  중국어 배우러 중국 오실 분들에게 중국친구와 자주 문자 주고 받으시라고 권하고 싶다.

  아무래도 그렇게 핸드폰으로라도 자주 문장 만들게 되면, 모르는 단어 찾느라 한번이라도 더 사전 뒤져보게 되면서 어휘 실력이 늘어난다.  또 우리말과 다른 중국어 어순에도 좀 더 익숙해지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오고가는 문자 속에서 우정도 피어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