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귀국을 위해 짐 정리하느라 바쁘다.
미리 택배로 부칠 것과 직접 옮길 것들을 구분하며 정리하던 중, 진쥔한테서 받은 2008년 5월 12일의 쓰촨 대지진 기념 우표집을 발견했다. 작년 6월 진쥔 아버지가 진쥔의 졸업 앞두고 하얼빈 오시면서(☞ '1일 서예 강습회 참가기 (http://blog.daum.net/jha7791/15790513)' 참조) 진쥔의 친구들에게 나눠주라고 우표집을 여러 권을 가져오셨는데, 그 중 하나를 나도 받은 것이다. 내 딴에는 잘 보관한다고 중요한 서류들을 한데 모아 넣어둔 봉투 속에 담아두고는, 그만 까맣게 잊고 지냈다. ^^;;
전에 이 우표집을 받았을 때는 외국 우표집을 선물 받은 것이 그저 좋을 뿐이었는데, 이번에 우표집을 보니 느낌이 달랐다.
작년 여름방학에 쓰촨 대지진의 주요 피해지인, 그래서 아예 지진 유적지로 지정된 쓰촨성 몐주에 갔었다. (☞ '쓰촨성 대지진 유적지 탐방 - 몐주(綿竹 : 면죽)(http://blog.daum.net/jha7791/15790562)' 참조) TV 뉴스와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 통해 지진 소식 접한 게 전부였던 때 우표집을 본 느낌과 지진의 참상을 직접 눈으로 본 후 우표집을 본 느낌은 아무래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쓰촨 대지진 기념우표집의 표지
그런데 이 우표집을 보고 지진 피해지의 모습이 떠올라 씁쓸한 건 씁쓸한 거고, 이 표지를 보니 그만 웃음이 나오는... -.-;;
지난 학기 포스트에도 올렸지만(☞ 회자정리(會者定離) - 2 (http://blog.daum.net/jha7791/15790527)' 참조), 이 '손전등 소녀'에서 이번에도 다시 한 번 빵 터져버렸다. ^^ 어쩌면 이 소녀는 죽음의 문턱에서 공포심을 떨쳐내기 위해, 일부러 무언가 다른 것에 몰두하려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엄청난 지진이 나서 무너진 건물더미에 파묻힌 상태에서 손전등 이용해서 열심히 책 읽으며 공부했다는 사연이, 마치 시트콤의 한 대목처럼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 (對不起, 手電筒女孩~~ : 미안해, 손전등 소녀~~)
손전등 소녀 오른편으로 지진 덕분에 몐주의 명물이 되어버린 시계탑도 보인다.
지진의 상징, 몐주(綿竹 : 면죽)시의 시계탑
지진의 막 일어난 순간의 충격으로 고장이 나서, 공교롭게도 지진이 난 오후 2시 28분, 바로 그 시간에 멈쳐버렸다는 시계탑... 이런 것 보면,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처럼 느껴진다.
쓰촨 대지진 기념우표집의 속지
속지의 전체 모습(위의 사진)과 우표가 있는 면만 확대한 모습(아래 사진)
기념우표에는 쓰촨성에서 가장 최근에 발굴된 유명한 고고학적 성과, 금사(金沙 : 진사) 유적지의 상징(☞ '금사(金沙 : 진사) 박물관(http://blog.daum.net/jha7791/15790578)' 참조)인 태양신조 문양을 그려 넣었다.
※ 참고 : 금사 박물관의 1층 로비 바닥
작년 여름방학 쓰촨성 여행 중 들렸던 금사 박물관의 1층 로비 바닥은, 금사 유적지의 유물에 나타난 태양신조 문양을 소재로 만들었다.
막 여름으로 접어들던 작년 6월 초에 선물로 받았던 우표집을 눈 펑펑 쏟아지는 한겨울, 더구나 귀국 앞둔 시점에서 보니(그래봤자 한국에서 겨우 3주일 남짓 머물다가 다시 돌아올 거지만...^^), 여러 생각이 한꺼번에 떠오른다. 우표집을 받았던 지난 학기에 느꼈던, 어학연수 첫 학기의 설레임과 신선함이 새삼 되새겨지고... 진쥔과 본격적으로 친해졌던 게 저 우표집을 받기 직전부터였기 때문에, 이제 열흘만 있으면 진쥔과 헤어질 거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섭섭해지고...
저 우표집은 이번에 택배로 부치는 짐 속에 넣어 한국으로 보낼 생각이다. 앞으로 오랜 세월이 흘러도, 저 우표집을 볼 때마다 어학연수 첫 학기에 겪었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오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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