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하얼빈 빙설대세계(氷雪大世界) : 일명 빙등제 (下)

Lesley 2010. 1. 3. 08:50

 

 

  바로 전 포스트에 올린 얼음 자금성 앞을 지나치며 손목시계를 보니, 빙설대세계 안으로 들어온지 겨우 15분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 어찌나 춥던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몸은 추우면 추운데로 그럭저럭 견딜 수 있는데, 발가락이 시린 건 견디기 힘들었다. ㅠ.ㅠ  그렇잖아도 빙설대세계 가는 버스 안에서 어떤 남학생들이 자기들끼리 핫팩 이야기 하면서 '핫팩을 왜 발바닥 가운데에 붙였어? 그거 앞쪽에 붙여야 발가락이 안 시리지.'라고 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 말이 맞았다.  핫팩을 발바닥 중간에 붙였더니만 거기는 별 문제 없는데, 발가락이 꽁꽁 얼어 나도 모르게 발을 동동 구르게 되었다.  같이 구경하던 J씨도 양말을 3겹이나 신었는데도 역시 발이 시리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이 포스트 읽으시는 분 중 빙설대세계 관람할 예정이신 분은 반드시 핫팩을 발가락 부분에도 붙이시기를... ㅠ.ㅠ)

 

  그런데 얼음 자금성을 막 지나치면서 보니, 역시 얼음으로 만든 건물이 하나 있는데, 다른 건물과는 달리 겉만 얼음이고 안은 일반 건물이었다.

  J씨가 '저게 뭘까요? 우리 저 안에 들어가서 몸 좀 녹여요.'해서 들어가봤다.  안에서는 무슨 공연 같은 걸 하고 있고, 사람들이 관람석에 앉아 따뜻한 음료 같은 걸 마시며 구경하고 있었다.  우리는 굳이 돈까지 내가며 음료 마시거나 구경할 생각은 없었고, 현관문 근처에서 잠시 몸을 녹였다.  그저 현관문 바로 안쪽에 2, 3분 서있었을 뿐인데도, 바깥과 실내의 기온차가 너무 심해서 몸이 금새 녹았다.
  이제 학교버스로 돌아갈 8시 반까지 남은 시간은 겨우 10분...  그 10분 동안 얼른 보고 버스로 돌아가자고 다시 바깥으로나섰다.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이건 독일의 쾰른 대성당이던가? (맞나요? 아시는 분 댓글 좀 달아주시기를...^^;;)

 

 

 이것도 인터넷 어디선가 본 건축물인 듯 한데, 도통 기억이... -.-;;

 

 

추위에 지쳐 잠들어버린 새끼 늑대 (가판대 위의 하얀 것이 늑대임. ^^;;)

 

  이 매서운 추위 속에서 주인 위해서 일하는 동물이 말('하얼빈 빙설대세계(氷雪大世界) : 일명 빙등제 (上) (http://blog.daum.net/jha7791/15790641)' 참조)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직 어린 새하얀 늑대 두 마리도 관광객들과 기념촬영하는 일하며 주인에게 돈을 벌어주고 있었다.  한 마리는 주인 손에 들려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들이밀어지고 있고, 또 다른 한 마리는 지친 나머지 가판대 위에서 엄청난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잠들어 버렸고...

  J씨는 호기심에 사진에 비치는 검은 그림자 중 한 사람이 안고 있는 새끼 늑대 곁으로 다가가,  새하얀 늑대털을 쓰다듬어봤다.  그런데 살아있는 늑대의 몸을 만져본 J씨의 소감이 정말 대박이었다.  '만져보니까 느낌이 모피랑 똑같아요...! '라고 하는데, 세상에, 모피라니...!  모피랑 느낌이 같다는 말에, 나는 너무 웃겨서 막 웃었고...^^

 

 

 

행사장 한복판의 얼음다리

 

저 다리를 이루는 벽돌 하나 하나가 전부 얼음조각이라니, 정말 대단하다.  초록빛으로 빛나는 게 장관이다. 

 

 

눈대포

 

  계속해서 대포로 눈을 쏘아 빙설대세계 행사장 안에 눈을 흩뿌려놓았다.

  왜 저러는 건지 이유는 모르겠다.  함께 간 J씨는 바닥이 죄다 꽁꽁 얼어 미끄러운 얼음이라 사람들 미끄러질까봐 눈이라도 뿌리는 게 아닐까 짐작을 했다.

 

 

 

  8시 반에 맞춰 버스로 돌아왔더니, 벌써 돌아와 자리 잡고 앉은 학생들이 제법 있었다.

  학교로 돌아오니 9시가 넘었는데, A취 근처에서 하차해 집으로 돌아오는 10여분은 빙설대세계 구경할 때만큼이나 추웠다.  이날 기온 자체도 정말 끔찍하게 낮기도 했지만, 유난히 습도가 높은 날이라 더 힘들었다.  습한 추위가 뼛속으로 스며드는 그 느낌이라니... ㅠ.ㅠ

 

  빙설대세계의 얼음조각들은 듣던대로 정말 멋있어서, 한겨울에 하얼빈 여행 계획한 사람이라면 한 번 정도 들려볼만 했다.

  하지만 또 다시 가라고 하면...?  나는 절대로 다시는 안 간다.  아무리 멋진 광경이라도 한 번 봤으면 됐다.  또 다시 보기에는 정말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춥다... ㅠ.ㅠ

 

 

※ 빙설대세계 관람의 팁

 

① 입장료

  사정이 있어 단체관람 전에 미리 다녀갔던 한국유학생 J씨(나와 함께 관람한 그 J씨가 아님 ^^)의 말로는 일반인의 입장료는 200위안(한화 약 36,000원), 학생증이 있는 경우는 100위안(한화 약 18,000원)이라고 한다.

(잘못된 정보 올려 죄송합니다. 학생증 있는 경우 90위안(한화 약 16,200원)입니다. ^^;; 그리고 학생할인은 오후 1시 반 이전에만 가능하다고, 어떤 분이 밑에 댓글 달아주셨네요.  그런데 또 어떤 분은 저녁에 입장했는데도 학생할인 받았다 하고... 진실은 저 너머에... ^^;;)

  한국대학의 학생증이나 국제학생증도 통하는지는 모르겠다.  중국의 관광지나 박물관 중에서는 중국대학의 학생증만 할인해주는 경우가 제법 많다.

 

② 디카

  행사장의 기온은 영하 20~30도이기 때문에, 디카의 배터리가 굉장히 빠르게 닳는다.  나도 미리 꽉꽉 충전해갔는데도 사진찍기 시작한지 20분도 안 되어 배터리가 거의 다 닳아, 다른 배터리로 바꿔 끼었다.  1시간 정도 관람하실 분들은 배터리를 3개는 준비해가셔야 할 듯... 

  그리고 배터리가 닳지 않아도, 추운 날씨에 디카가 얼어붙어 동작 안 하는 경우도 있다. -.-;;  실제로 우리보다 먼저 관람한 J씨의 디카도 그랬다고 한다.  그러니 디카를 외투 안에 넣었다가 촬영할 때만 빼내서 쓰거나, 너무 추워서 옷을 열고닫는 것도 귀찮은 분들은 나처럼 촬영 안 할 때에는 디카를 겨드랑이에 넣어 따뜻하게 하는 방법이라도 쓰시기 바란다.  그리고 촬영할 때나 들고다닐 때는 최대한 장갑으로 디카를 감싸써,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해주시기를...

 

③ 복장

  이미 '하얼빈 빙설대세계(氷雪大世界) : 일명 빙등제 (上) (http://blog.daum.net/jha7791/15790641)' 에 쓴 것처럼 단단히 무장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몸의 끝부분, 즉 손이나 발, 코, 뺨 등이 굉장히 시리니, 이런 부분은 몸통보다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양말은 두껍고 따뜻한 수면양말로 두 겹, 세 겹 신어야 하는 건 기본이고, 양말을 그리 신어도 신발이 평범한 신발이면 견디기 힘들다.  안에 털이 든 부츠를 꼭 신도록 하고, 사정이 있어 일반 운동화나 단화를 신어야 하는 분은 하얼빈 노점에서 파는 털 달린 깔창이라도 사서 신발 안에 넣느 것이 좋다.  행사장 바닥이 죄다 얼음이라는 거 생각해서, 핫팩을 발가락 쪽에 붙이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얼굴도 목도리나 버프로 단단히 감싸서 추위에 노출되는 부분을 최대한 줄이도록 해야 하고,  모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나는 털실로 짠 모자를 쓰고 갔는데,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었던 듯 하다.  털실 사이로 찬바람이 숭숭 들어오고... ㅠ.ㅠ  가장 좋은 건 오리털점퍼에 달린 두툼한 모자이다.  아니면 아예 털실 모자 쓴 위에 오리털점퍼에 달린 모자를 겹쳐 뒤집어 쓰는 것도 좋다.

  학교에서 단체로 빙설대세계 보러 간 날, 대부분의 학생들이 하도 여려겹으로 껴입고 와서 무슨 펭귄처럼 뒤뚱거릴 정도였는데도, 모두들 춥다고 야단이었다.  옷차림 단단히 해야 하는 것 잊지 마시기를...!  (이건 관람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