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진쥔의 귀향과 다가오는 귀국 - 짐싸기, 항공권 가격

Lesley 2009. 12. 11. 10:48

 

 

  제목에 '진쥔의 귀향'이라고 쓰니, 프랑스 영화 '마틴 기어의 귀향'이 떠오른다. ^^


  지난 일요일(12월 6일), 진쥔이 1주일 예정으로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막 나가는(?) 푸다오, 중국 대학원 시험 교재(http://blog.daum.net/jha7791/15790627)' 에 이미 쓴 것처럼, 진쥔의 집에 일이 생겨서 진쥔이 그 처리에 필요한 서류 때문에 추운 날씨에 몇 번이나 관공서를 오가며 애썼다.  하지만 결국 하얼빈에서는 일을 처리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어, 갑자기 집에 가게 된 것이다.  대학원 시험이 겨우 한 달 남짓 남았는데 뜻밖의 일에 시간을 뺐기게 된 진쥔은 무척 심란해했다.

  그런데 이번에 진쥔이 그렇게 집에 가게 된 일 때문에, 차츰 다가오는 내 귀국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다.
 

 


1. 진쥔의 귀향길 짐싸기

 

  진쥔이 시험 준비할 시간을 집안일에 잔뜩 뺐기게 되어 심란한 마음에 간단한 짐만 챙겨간다는 것을, 내가 '이왕 돌아가는 거 최대한 많은 짐을 가져 가라'고 권했다.

  하얼빈에서 대학 4년을 보낸 진쥔의 짐은 당연히 굉장히 많다. (더구나 무게가 꽤 나가는 책 종류가 대부분임.)  그래서 나중에 시험 끝내고 완전히 귀향할 때 짐 나르는 게 보통 일이 아닐 듯 하여, 어차피 집에 가게 된 거 짐이나 미리 옮기라고 한 것이다.  결국에는 진쥔도 내 충고를 받아들여 대형 캐리어에 짐을 꽉꽉 채워 가져가기로 했다.
 
  진쥔이 자신의 짐 무게가 비행기 수하물 무게 한도인 20킬로그램을 초과하는지 알 수 없다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에 있는 체중계를 갖고 와달라 했다.

  그래서 짐 나르는 일도 도와줄 겸 체중계를 들고 갔다. (침대 매트리스까지 들고 간 이 집 주인장께서 체중계는 왜 두고 가셨는지 그 이유를 도통 모르겠음. -.-;;)  체중계로 재봤더니 20킬로를 흠씬 넘겨서 짐을 좀 덜어냈더니, 이번에는 무게가 좀 남아서 다시 집어넣어야 했다. -.-;;  둘이서 그 무거운 캐리어를 체중계에 올렸다가 내렸다가, 캐리어를 열었다 닫았다, 짐을 들어냈다가 다시 넣었다 하는 작업을 몇 번이나 하며 생쇼를 벌였다.

 

  그러고서 그 무거운 캐리어를 둘이서 번갈아가며 들어 엘리베이터 없는 6층에서 아래로 옮기고, 눈 쌓인 거리에서 끌며 도로까지 나갔다.
  진쥔은 자기 혼자 캐리어를 끌고갈 수 있다고 했는데, 표정을 보니 이미 지쳐보여서 중간부터 내가 끌었다.  그러기에 그냥 떠나자 했더니, 떠나기 직전에 왜 굳이 집안 청소를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려서는... -.-;;  짐싸는 과정에서 방이 지저분해지자 1주일 동안 집 비우는데 청소를 하고 가야 한다면서,  방에 빗자루질과 걸레질 박박 두 번씩이나 하더니, 결국에는 부엌과 거실까지 청소했다. -.-;;  그것도 시간이 촉박해서 정신없이 해치웠으니 지칠만도 하다.   


 

 

2. 나의 귀국 짐싸기 계획

 

  비행기표 판매한 여행사에서 보내준 차를 타고 떠나는 진쥔을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귀국할 때 내 짐을 어찌 처리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이 생각은 지난 달부터 했지만, 눈 앞에서 한바탕 짐싸기와 짐나르기 소동이 벌어지니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더구나 내 짐은 다른 사람들보다 유독 많아서, 돌아갈 때 짐을 어떻게 꾸릴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여기 올 때 같은 날 도착한 한국유학생들 중 내 짐이 제일 많아서(수화물 39킬로그램, 기내 반입용 캐리어 10킬로그램, 노트북 가방 5킬로그램 등 약 54킬로그램 -0-;;), 도착하고 이틀 동안 몸살을 앓았다.  내 딴에는 최소한으로 싼다고 싼건데, 막상 가져와서 보니 중국에서 지내는 동안 거의 사용할 일 없는 것들을 제법 가져왔다. ㅠ.ㅠ  도대체 외장하드는 왜 2개나 가져왔으며, 겨우 한두번 사용할 PMP는 뭐하러 가져왔고, 걱정도 팔자라고 전자사전 망가질까봐 여분으로 가져온 또 다른 전자사전에, 수업시간에 쓰는 중국어교재도 잘 안 읽으면서 무슨 생각으로 영어책을 몇 권씩이나 들고 온 것이냐...!! ㅠ.ㅠ

 

  일단 어지간한 짐은 귀국하기 일주일 전쯤에 미리 한국에 택배로 보낼 생각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똑같은 아시아나항공이건만 한국에서 중국 올 때 보다 중국에서 한국 갈 때 수화물 초과 수수료가 훨씬 비싸다.  그래서 규정된 20킬로그램을 넘어서는 짐은 차라리 택배로 보내는 게 저렴하고(택배비는 1킬로그램에 20위안(한화 약 3,700원)임), 또 택배로 보내면 귀국할 때 내 몸도 편하니 일석이조다.  게다가 중국 올 때 39킬로그램이나 되는 수화물 담아온 커다란 이민가방이 이 곳에서 몇 번이나 짐을 나르면서 여기저기 망가져서, 어차피 귀국할 때 짐을 담아갈 가방도 없다. ㅠ.ㅠ

 

  일단 옷 종류는 별 문제 없다.
  애초에 버려도 될만한 옷 위주로 들고 왔고, 이 곳에서 생활하며 옷이 많이 상했기에, 절반 이상을 버릴 수 있을 듯 하다.  또 여름옷 등은 마지막 이사하기 직전에 이미 다른 필요없는 물건들과 한국에 택배로 부쳤다.  덕분에 이미 양이 꽤 줄어든 상태다.

 

  책 종류는 좀 문제다.
  일단 무게가 제일 나가는 것들이 바로 책종류이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두 학기 수업 들으며 구입한 교재나 다른 책들의 양이 제법 되고, 한국에서 중국원서를 구입하려면 여기에서 구입할 때보다 2배 가격을 내야 하기 때문에 귀국할 때 책을 좀 더 사갈 생각이다.  택배로 부칠 짐의 3분의 2는 책이 될 듯 하여 택배비 생각하면 가슴이 쓰리지만, 어쩔 수 없다.  지난 학기 친하게 지냈던 B와 M에게 내가 몇 번이나 말했듯이 '다른 건 몰라도 책이나 푸다오에 들어가는 돈은 아까워하지 말자. 공부에 들어가는 돈은 소비가 아니라 투자다.'라고 생각할 수 밖에... -.-;;

 

  제일 골치 아픈 것은 역시 전자제품 종류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많은 전자제품을 가져온건지, 나도 모르겠다...!!! ㅠ.ㅠ  노트북, 전자사전, mp3, 디카 같은 것은 하얼빈 생활 중 유용하게 썼지만, 위에 이미 쓴 것처럼 PMP, 외장하드 같은 건 왜 들고 왔는지...  게다가 여기에서 구입한 DVD 플레이어도 가져가야 한다. ㅠ.ㅠ  애초에 한국 가져갈 것을 생각하고 요즘 나오는 넷북 노트북 크기 밖에 안 되는 작은 녀석을 구입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짐이 늘어났다는 사실은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전자제품은 옷이나 책과는 달리 택배로 부칠 수도 없다.  쓰던 물건이라도 세관에서 관세를 물게 될 수도 있는데다가, 설사 관세 문제가 없어도 택배물건을 함부로 다루기 때문에 전자제품이 다 망가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은 고등학교 시절 친구인 SY이가 크리스마스 무렵에 휴가를 내어 하얼빈으로 온다 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얼빈 빙등제를 보고 싶기도 하고, 내 얼굴도 볼 겸하여...  그 애가 오면 나는 기내용 캐리어 하나를 전자제품으로 꽉 채워서, 그 애가 한국 돌아갈 때 들려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회사 사정으로 휴가를 못 내게 되었다 하니, 내 짐을 옮겨줄 일꾼(?)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ㅠ.ㅠ

 

  아, 어떻게든 최대한 효율적으로 짐을 싸야 하는데...
 

 


3. 황당한 항공권 가격

 

  그런데 진쥔이 집에 가게 되는 과정에서 알게 된 황당한 사실 하나...!

  지금은 겨울철인데다가, 아직 학생들 방학이 시작되지 않았고, 연말연시까지도 시간이 좀 남아 항공업계의 비수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진쥔이 지난 여름방학에 나와 함께 자신의 집으로 갈 때는 약 40시간(중간에 갈아타는 시간 포함하면 거의 50시간)이나 들여 기차를 탔는데, 이번에는 비행기 타고 5시간만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5시간 거리인 하얼빈-청두를 왕복하는데 항공권 가격이 약 1700위안(한화 약 31만원)이다.  그런데 3시간 반 거리인 하얼빈-인천은 왕복 항공권이 약 2400위안(한화 약 43만원)이다. ㅠ.ㅠ
 
  이게 바로 국내 항공권과 국제 항공권의 차이라는 것이다.
  전에 서울-제주도 항공기 좌석이 항상 만석이라 승객들 불만이 대단한데도, 항공사에서 항공편을 늘이지 않는 이유가 서울-제주도가 국내노선이기 때문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어차피 서울-제주도도 1시간 거리이고, 인천에서 중국이나 일본의 몇몇 지역도 1시간 남짓 거리여서, 항공기 띄우는데 드는 비용은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서울-제주도는 국내노선이라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없어, 이미 좌석이 넉넉하게 남는 중국이나 일본행 노선만 계속 늘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국제'란 이름 붙었다고 해도, 이건 너무 하는 거 아닌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