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중국에서 인기 높은 한국 화장품

Lesley 2009. 11. 30. 01:03

 

 

  지난주 월요일(11월 23일) 저녁에 푸다오 선생인 '징신'에게서 문자를 받았다. (나에게는 두 명의 푸다오 선생이 있고, 징신은 그 둘 중 한 사람. ^^)
  물어볼 것이 있는데 지금 인터넷 접속 중이냐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MSN에 들어갔더니, 징신이 화장품을 사려는데 도와달라 했다.  그렇잖아도 1, 2주 전부터 징신이 한국 화장품을 구입하려 한다며, 나한테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봤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중국 대학의 여학생들과 화장품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놀랍게도 중국 여학생 중에는 화장(단, 여기서 내가 말하는 화장이란 색조화장이 아니라, 스킨로션, 에멀젼, 아이크림 등의 기초화장임)을 아예 안 하는 학생이 꽤 많다.  이유는 제각각이다.  어려서부터 안 했기 때문에 버릇이 되었다는 사람, 중국에서는 저렴한 화장품은 가짜가 많고 제대로 된 것은 비싸서 안 한다는 사람, 남들이 안 하니까 자신도 안 한다는 사람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바탕은 다들 괜찮아서, 형편없는 수질과 기후에도 불구하고 여학생들(특히 하얼빈 등 북방지역 여학생들)의 피부는 괜찮은 편이다.  다만, 결국에는 그 형편없는 수질과 기후가 피부를 빨리 상하게 하는지, 20대 중.후반만 되어도 갑자기 늙어버린다는 느낌이다. -.-;;   
  징신 역시 지금까지 스킨로션도 안 썼는데, 슬슬 화장품을 쓸 필요를 느끼고,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화장품을 사기로 한 것이다.

 


  징신이 '스킨푸드'의 화장품을 사겠다고 하여, 스킨푸드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각 화장품의 성능과 가격을 설명을 해주었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스킨푸드에 스킨로션 달랑 하나, 에멀젼 달랑 하나... 그런 식으로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종류별로 10개도 넘는 걸 일일이 클릭해서 살펴본 후, 괜찮은 것 두어개 추려내서 징신에게 중국어로 설명해주면, 징신이 최종적으로 한 개를 고르는 식이었다.

  그런데 스킨푸드라는 이름값 하느라고 이 회사 제품은 죄다 과일이나 야채 성분이 들어가고, 그래서 화장품에도 그런 먹거리 이름을 붙여놓았다.  그런데 오이, 녹차, 마늘 등 흔한 먹거리야 징신에게 쉽게 번역해줄 수 있지만, '티트리 오일' 같은 건 어떻게 하란 말이냐...ㅠ.ㅠ  전자사전을 뒤져도, 인터넷의 중국어 사전을 뒤져도, 그런 말에 해당하는 중국어 단어를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특별한 기름'이라는 두루뭉실한 번역으로 넘기고... -.-;;  스킨푸드의 한국 홈페이지, 중국 대륙 홈페이지, 대만 홈페이지를 동시에 띄어놓고는, 이쪽 저쪽 클릭해가며 비교하고, MSN을 통해 징신에게 안 되는 중국어로 열심히 설명하고...  그렇게 2시간을 보냈더니만, 눈이 핑핑 도는 것을 넘어서 나중에는 눈알이 아프기까지 했다. -0-;;

 

 

  그런데 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지만, 이번에 새삼스레 느낀 점...

 

  첫째, 한국 화장품은 중국 대륙 뿐 아니라 홍콩, 대만 등 중국어권 전체에서 인기가 대단하다는 점이다.

  서울에 있을 때도 명동이나 종로 등지의 스킨푸드, 더 페이스 샵, 미샤 매장에 중국어권(중국, 대만, 홍콩, 싱가폴 등)에서 온 여행객들이 물건 고르는 걸 가끔 봤다.  친구나 동료 등의 부탁으로 아예 한아름 사들고 가는 사람도 제법 있다 했다.

 

  둘째, 역시 화장품의 가격은 이미지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스킨푸드, 더 페이스 샵, 미샤는 모두 한국에서는 저가 브랜드이다.  하지만 중국어권에서는 고가의 명품까지는 아니어도, 중가는 된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프랑스, 이태리, 일본 화장품 중에서도 정작 현지에서는 중저가 브랜드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고가품 취급받는 것들이 있다 하더니, 딱 그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화장품을 그대로 중국에 가져가 파는 건데, 처음 중국 진출할 때 중고가로 밀고 나간 덕에 그 이미지가 굳어져 그대로 중고가 제품이 되어 버렸다. 


  징신이 하얼빈에서도 구할 수 있는 한국 화장품을, 굳이 한국친구 통해 한국에서 배달시켜 받으려는 이유도, 한국 화장품의 한국에서의 가격과 중국에서의 가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은 나도 올해 하얼빈 온지 얼마 안 되어 중양따제(中央大街 : 중앙대가)에서 우연히 미샤 매장을 발견하고 들어갔다가, 화장품 가격에 기절할 뻔했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것과 같은 제품을, 한국 판매가격의 3배나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한국 학생들에게 들으니,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더 페이스 샵 제품도 한국 판매가격의 3배 가까운 가격이라 했다.  그래도 스킨푸드 제품은 한국 판매가격 보다 50%~70% 정도 비싼 편이니, 더 페이스 샵이나 미샤에 비해 그나마 저렴한 편이었다.  언니 사업 돕느라 한동안 홍콩 들락거렸던 대학 시절 친구 HJ의 말로는, 우리나라에서는 중가 브랜드인 '라네즈' 화장품이 홍콩에서는 중고가 상품이라 했고...
  상황이 이러니, 그렇잖아도 '비싼 화장품 = 좋은 제품' 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던 나는, 고가 화장품이라는 것이 과연 그 값어치만큼의 질이 되는 것인지 더욱 더 의심스럽고... -.-;;
 

  어찌되었거나 우리나라 상품이 외국에서 질 좋은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고, 제품의 질이 기본적으로 믿을만하니 그런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도 팔리는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상품질을 계속 유지 또는 발전시켜서,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의 좋은 이미지가 계속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