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하얗게 변한 흑룡강대학 - 사흘째 내리는 눈

Lesley 2009. 11. 16. 07:56

 


  인터넷으로 한국의 기상예보를 보니, 오늘(11월 15일) 한국은 수도권 지역에 어설프게나마 첫눈이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기온이 뚝 떨어져서 영하 5도니 강추위니 하며 야단이던데, 이미 최고기온(!)이 영하(!) 5도, 최저기온은 영하 13~17도로 떨어진지 2주일째로 접어든 하얼빈에 사는 저로서는 그저 코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

 

  지금 하얼빈은 사흘(!) 연속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달 중순에 첫눈이 내리기는 했지만, 비와 뒤섞여 내린 싸리눈이라 제대로 내린 눈이라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내린 눈은 정말 눈다운 눈입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것은 아니고 그저 눈발이 조금 강하게 내리는 수준이지만, 온종일 눈이 내리다 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렸습니다.


  처음 눈이 쏟아져내린 아침에는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내다보며 감탄했습니다.
  아무래도 학교 안이라 자동차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래서 눈이 내리면 금새 자동차가 지나가 더러워지곤 하는 서울의 설경(雪景)과는 달리, 여기는 정말 깨끗하게 눈이 쌓였기 때문입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사흘 내내 눈이 내리니 이제는 좀 질립니다.  하지만 이제 11월 중순이니, 앞으로 귀국할 때까지 저렇게 눈 내리는 광경을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그러니 이제는 암담한 마음마저 조금 들 정도입니다. ㅠ.ㅠ


  그래도 하얗게 변한 흑룡강대학 교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학교 운동장 앞의 광경


  온통 하얗게 변한 교정 한 복판에 있는 운동장과 그 뒤로 보이는 후이원로우(彙文樓 : 회문루)입니다.

 

 

 

  교정을 걸어가는 학생들의 모습


  겨울외투와 털모자로 중무장한 모습입니다.
  워낙 눈이 자주, 그리고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 한국에서처럼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우산 대신 털모자 또는 외투에 달려있는 모자를 쓰고 다닙니다.  아무래도 우산 들고 다니는 게 번거롭기도 하고, 미끄러운 눈길에 우산 들고 다니면 중심 잡기도 힘들테니 말입니다.  또 바람이 강해서 눈발이 옆으로 날리기 때문에, 우산 써봤자 어차피 옷이 다 젖습니다.


 


  구름에 가려 흐려진 태양

 

  이 사진 찍은 시간이 거의 점심 때인데, 구름과 눈발이 태양을 흐릿하게 해준 덕에, 이렇게 태양을 볼 수 있습니다.  전에도 이런 신비한 태양의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 겨울 베이징의 이화원 호수 위로 보이는 태양의 모습이었는데, 그때도 눈이 많이 내린 날이었지요. ^^

 

 

 

  흑룡강대학 의원

 

  흑룡강대학의 설경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돌아다니다가 전나무에 눈꽃이 예쁘게 피어 찍으려 다가갔는데,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학교를 다닌지 8개월째로 접어들었는데, 학교 안에 병원이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0-;;  (참고로 중국에서는 '의원(醫院)'이란 말이 우리나라의 동네 의원의 뜻이 아니라, '병원'의 의미임. ☞ '중국 병원에 가다(http://blog.daum.net/jha7791/15790520)' 참조)

 

 


  눈 치우는 학생들

 

  교정 곳곳에서 제설작업이 한창인데, 저렇게 제설작업에 동원된 학생들은 각 과의 1학년들입니다.

  진쥔도 거의 눈이 안 내리는 남방에서 살다가 처음으로 이 학교에 오던 해 겨울, 매일 저렇게 눈을 치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치워도 곧 다시 눈이 내리는 통에 정말 지겨웠다고 하더군요. ^^;;  진쥔의 과에는 남학생들이 거의 없어서 다른 과보다 더 힘들었다고 합니다.

 

 

 눈 맞으며 연통광장에서 산보하는 학생들과 주민들

 

  눈이 내리거나 말거나 열심히 신체단련하는 학생들과 주민들입니다. (사진 찍힌 사람들의 어두운 색 옷을 배경으로 어슴푸레 눈이 내리고 있는 게 보이지요? ^^)

  하긴 그나마 지금은 추우면 추운대로 저렇게 운동삼아 산보를 할 수 있지만,  더 추워지면 특별한 볼일 있는 때 빼고는 바깥출입이 힘들어질테니, 지금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