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흑룡강대학 학생식당에서 한국음식 먹기

Lesley 2009. 11. 6. 08:12

 

 

  어제는 오후부터 슬슬 두통이 나더니만, 저녁이 되자 부쩍 심해졌다.

  아스피린을 하나 먹었는데도 별 소용이 없었다.  결국 한 알 더 먹고 일찌감치 잠자리 들었는데(온라인 벗님 중 한 분이 나 출국할 때 비상약으로 아스피린 챙겨가는 것을 알고는 아스피린이 몸에 안 좋다고 뜯어말렸지만, 난 이미 아스피린을 만병통치약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별 소용이 없어 새벽에 다시 두통으로 잠이 깨고...  그 새벽에 일어나 다시 아스피린 한 알 더 먹고 잤더니, 이제야 괜찮아졌다. (그런데 12시간 동안 아스피린을 3알이나 먹어도 몸에 문제 안 생기는건가...?  -.-;;)

  어찌되었거나,  어제 점심 먹고 써놓고는. 두통 때문에 올리지 못 했던 포스트를 지금 올려볼까 한다. 

  

 

 

  지난 학기에 C취에 있는 유학생 기숙사에서 지내며 C취 학생식당을 주로 이용했다가, 이미 귀국한 B가 뒤늦게 A취 학생식당에 맛을 들이며 학기말에 B와 함께 종종 A취 학생식당을 이용했다.

  그러면서 A취 학생식당 3층에 있는 한국음식 코너를 발견했다.  당시는 학기말이라 몇 번 이용하다가, 곧 방학을 맞아 학교 밖으로 이사하면서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학교 안으로 다시 이사하면서, 이사한 집에서 걸어서 5분 밖에 안 걸리는 A취 학생식당을 가끔 이용하게 되었고, 당연히 한국음식 코너도 자주 들리게 되었다.  물론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한국음식도 중국으로 넘어와서 좀 요상하게(?) 변하기는 했지만, 가격 대비 질은 괜찮은 편이다.

 

 

3층에 있는 한국음식 코너

 

  유리벽 위에 김치찌개, 된장찌개, 오므라이스, 돌솥비빔밥, 떡볶이 등의 사진과 한국어 이름이 붙어 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떡볶이는 팔지 않음...ㅠ.ㅠ)

 

  그리고 혹시라도 흑룡강대학으로 어학연수 오실 분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저 사진 위에 써있는 음식 이름을 한국어로 100번 말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

  분명히 음식 이름을 한글로 써서 떡하니 붙여놓았건만, 음식 만드는 사람들이 죄다 중국인이어서 한국어는 완전히 팅부동(알아듣지 못 하다)이다. -.-;;  음식을 주문할 때는 그 아래 붙은 메뉴판의 중국식 이름으로 주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돌솥비빔밥은 '스훠반판(石鍋拌飯)'이라고 해야 하고, 김치찌개는 '라바이차이탕(辣白菜湯)'이라고 해야 된다.

 

  그리고 나와 B가 저 곳에서 처음으로 먹었던 한국음식이 오므라이스인데(그런데 오므라이스가 한국음식이었던가? -.-;;), 중국 와서 처음 보는 오므라이스 보고 흥분해서 시켰다가 당황했다.
  분명히 모양은 한국에서 먹던 오므라이스 그대로인데, 막상 음식을 받고 보니 냄새가 좀 이상해서 고개를 갸우뚱 했는데...  알고보니 계란 위에 뿌린 빨간색 소스가 토마토케첩이 아니고 고추장이었다...! ㅠ.ㅠ  아무리 한국인이 고추장을 좋아한다 해도 그렇지, 오므라이스 위에 고추장이라니...!  그래도 중국학생들 입맛에 꽤 맞는지, 한국음식 코너가 가보면 고추장 올린 오므라이스 시켜 먹는 중국학생들이 제법 있다.

 

  된장찌개는 그럭저럭 먹을만하다.
  다만 한국에서 먹던 것 같은 깊고 구수한 맛을 기대하지는 마시라...  원래 찌개라는 게 중불로 오랜 시간 끓여야 장이 국물과 재료에 배어서 제 맛이 나는 법인데, 여기 된장찌개는 중국식으로 강불에 단시간 조리한 거라 맛이 좀 다르다.  하지만 사람 바글거리는 학생식당에서 30분 이상씩이나 끓여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다. ㅠ.ㅠ

 

  김치찌개는 귀국한 M이 시킨 걸 한 번 맛보고서, 나는 절대로 시키지 않는다. -.-;;
  김치찌개라기 보다는 김치국에 가까운데, 국물도 완전히 맹탕이다. ㅠ.ㅠ

 

 

이 곳에서 파는 돌솥비빔밥

 

  돌솥비빔밥은 이 코너의 음식 중 한국에서 먹던 것에 가장 근접한 맛이 나서, 내가 자주 먹는 음식이다.
  가격도 4위안(한화 약 740원)밖에 안 하니, 학교 밖에 있는 한국 음식점에서 돌솥비빔밥 먹으려면 12위안(한화 약 2200원)~18위안(한화 약 3310원) 드는 것 생각하면 정말 착한 가격이다. ^^

 

  그런데 돌솥비빔밥의 돌솥이 왜 저 모양이냐고 의아해하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중국의 식당에서는 저렇게 깨진 그릇을 버리지 않고 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반 서민들이 이용하는 식당의 이야기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느 수준 이상되는 식당에 가면 깨진 그릇 안 쓴다. ^^

  하여튼 그렇게 깨진 그릇 쓰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게 알고 있다.  어떤 사람은 '아직 쓸 수 있는 그릇이니 버리는 게 낭비니까...' 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중국에서는 저렇게 깨진 그릇이 많으면 그만큼 오랜 시간 장사한 집이라, 오히려 음식맛이 괜찮은 집이라고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라고 한다.  어느 쪽이 맞는지, 혹은 양쪽 모두가 맞는 건지 모르겠다.  어찌되었거나 서민 중 서민인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생식당에서는, 저런 그릇을 자주 볼 수 있다. 
  처음에는 한국 유학생들이 저런 그릇 보고 기겁하지만, 몇 번 저런 그릇에 담긴 음식을 먹다 보면 곧 익숙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