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0시에 담임 선생님이 담당하시는 정독(精讀) 수업을 들으려고 갔다가, 갑작스레 휴강이 되어 허탕치고 돌아왔다.
강의실 있는 건물 앞에서 우리반 아이와 마주쳤다. (그런데 사람 얼굴 외우는데 무진장 약한 나는, 그 쪽에서 먼저 아는 척 하기 전까지 그 애가 우리반인 줄 몰랐음. 나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가오기에, 나한테 길 물어보려는 사람인가 보다 했음. -.-;;)
그 애 말인즉슨, 담임 선생님 건강이 안 좋으셔서 오늘 정독 수업이 휴강되었다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어제 수업 때도 강의 하시는 내내 계속 기침하며 힘들어하시더니만... 어제 수업이 3교시짜리였는데, 결국 마지막 교시는 설명하시는 게 힘드실 정도가 되어 자습으로 대체했다. 그래도 선생님은 교실에 남아 계시려 했는데, 학생들이 그만 댁에 돌아가 쉬시라고 권해서 먼저 교실 밖으로 나가셨다. (그런데 왜 내가 큰 마음 먹고 새벽부터 일어나 예습한 날은 꼭 휴강이냐... 무슨 머피의 법칙도 아니고... ㅠ.ㅠ)
그런데 그 애가 해준 말이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신종플루 예방접종 받고 싶은 학생은 유학생 사무실로 가서 신청하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떤 학생은 신청한다 했고, 어떤 학생은 겁난다고 안 한다고 했다 한다.
그 말을 듣고 좀 더 자세히 알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공고를 봤다.
신종플루 예방접종 신청에 대한 공고문
대강 훑어보니 오늘 오후 2시까지 신청하면, 내일 오전 8시에 무료로 예방접종을 해준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무료' 라는 말이 무슨 목에 걸린 가시마냥 탁 걸린다.
천진난만했던 시절 같으면 '아, 학교가 우리를 걱정해서 무료로 예방접종도 해주는구나.' 했을텐데, 그렇게 좋게만 생각하기에는 이미 속세의 때가 덕지덕지 붙어버려서... ^^;;
나에게는 이 '무료' 라는 말이 두 가지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첫번째 가능성은 '수백명의 유학생들에게 무료로 줘도 아쉽지 않을 정도로 효과가 없는 엉터리 백신' (-.-;;)이고, 두번째 가능성은 '백신을 무료로 공급해야 할 정도로 유학생들이 이미 신종플루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상태(ㅠ.ㅠ)' 이다.
신종플루 발생으로 4주간의 방학 들어갔다가 개학하던 날, 강의동 1층에서 유학생 사무실 선생님들과 직원들이 등교하는 유학생들을 줄세워 체온을 쟀다.
처음에는 그저 '방학동안 외지로 나가 여행했던 학생들이 감염되었을까 검사하나 보다' 했다. 그런데 나중에 들어보니 그 날 아침에 러시아 남학생 한 사람이 신종플루로 의심되어 병원에 실려갔다 했다. -.-;; 하지만 이 일은 유학생 사무실을 드나드는 중국학생을 통해 들은 이야기이고, 학교에서는 공식적으로 어떤 발표도 없었다. 10월 1일 국경절 전에 중국학생 2명이 병 걸렸을 때는 이 흑룡강대학 뿐 아니라 하얼빈시 전체가 들썩이더니만, 국경절 행사 무사히 끝난 지금은 누가 병에 걸리거나 말거나 별로 신경쓰는 분위기가 아니다. -.-;;
그러다보니 그렇잖아도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 여기저기에서 콜록거리는 학생들이 속출하는 지금, '학교에서도 파악을 못 해서 그렇지, 중국학생, 유학생 할 것 없이 이미 병에 걸린 사람이 제법 있을 거다.' 라는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어찌되었거나, 그래서 결론은...?
결론은 나는 예방접종 신청 안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신종플루 자체보다 예방접종이 더 못 미덥다. 그 예방접종에 쓰이는 백신이 요즘 한국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타미플루이든, 최근 중국에서 자체 개발했다는 그 백신이든 간에, 나는 이 백신이란 것들이 더 의심스럽다. 그냥 지난번에 대학 시절 친구 HJ이가 보내준 비타민 C나 열심히 먹으며 지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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