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하얼빈에 첫 눈 내린 날

Lesley 2009. 10. 20. 00:43

 


  조금 전에(이 글을 쓴 10월 19일 밤 9시쯤을 기준으로 조금 전이라는 뜻임. ^^) 진쥔의 집에 가서 과외수업을 받고 돌아왔다.
  그 동안은 진쥔이 내가 사는 곳으로 왔는데, 이번에 학교 안으로 다시 이사하면서 내가 진쥔의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진쥔의 집에서 먼저번 내가 살던 집까지는 겨우 5분 거리였다.  하지만 내가 이사가면서 그 거리가 20분 정도로 늘어나서 계속 오가게 하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어차피 나는 걷는 걸 좋아하니까...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운동이 바로 걷기 운동임. ^^)

 

  그런데 과외수업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오전부터 내리던 비가 싸리눈으로 변해 눈과 비가 뒤섞여 내렸다...!

  어쩐지, 갑자기 많이 추운 느낌이더라니...  하지만 하얼빈이 북쪽이여도 그렇지, 이제 겨우 10월 19일인데, 벌써 눈 내리면 어쩌라구... ㅠ.ㅠ  

 

  그래도 새로 이사온 집이 약하게나마 난방을 해줘서 다행이다. (비록 저녁에만 해주는 난방이기는 하지만...)
  진쥔의 집은 아직도 난방을 안 해줘서, 실내에서 털옷을 껴입고 지내는 중이다. -.-;;  중국은 지역별로 국가에서 난방 시작하는 날짜를 정해주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한 지역이 동시에 난방 시작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아마 대강의 날짜만 국가에서 정해주고, 그 지역의 아파트 단지별로 또 다른 모양이다. 진쥔이 농담으로 '여기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아직 난방 안 해줘.'라고 하던데, 정말 서민들 많이 사는 동네라서 돈 아낄려고 아직 난방 안 하는 건가? -.-;;

 

  사실 이 집으로 이사오고 나서 이틀 동안은 난방을 해주는 줄도 몰랐다. -.-;;
  물론 지난 번에 살았던 집에 비해 많이 낡았고 시설도 떨어지는데도, 이상하게 밤에는 좀 더 포근하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먼저 번 집에서는 잘 때 반팔 티셔츠를 속에 입은 후, 얇은 가디건을 입고, 그 위에 다시 두꺼운 겨울용 운동복을 입었다.  양말도 신고, 좀 더 추위가 느껴지는 날에는 목에 버프까지 감고 잤다. -0-;;  하지만 여기는 긴팔 옷 하나 정도면 충분하다.
  나는 그 이유가 햇볕 때문인 줄 알았다.  다른 건 몰라도 내 방의 채광은 정말 좋다.  특히 1시부터 4시까지는 햇볕이 좀 지나치게 들어오는 정도라, 방이 낮 동안 햇볕에 달구워져서(?) 저녁에도 온기가 느껴지는 줄 알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추리냐... ㅠ.ㅠ) 
  그런데 인터넷이 말썽 피워 고생할 때 도와주러 오신 J씨 남편이 '이 곳은 15일부터 난방 시작했다.'라고 하시기에, 방의 라디에이터에 손을 대보고나서야  난방을 해주는 줄 알게 되었다. -.-;;  


  그나저나 벌써부터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오늘 최저기온이 영하 3도였음.) 눈이 내릴 정도라니, 다가오는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 건지 은근히 걱정이 된다.
  그 동안은 하얼빈의 겨울이 대단하다는 소리 많이 들었어도 '몇 년씩 살 것도 아니고 겨우 겨울 한 번 나는 건데, 두꺼운 내복이나 두 벌 정도 사지, 뭐...' 하며 느긋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렇게 만만하게 생각할 일이 아닌 모양이다.  여기서 겨울 한 철 신고 내다버릴 싸구려 어그부츠라도 한 켤레 장만해야 하나? 토끼털과 양털로 만든 양말도 팔던데, 나도 그런 것 대여섯 켤레 사야 하나?  내복 위에 무릎보호대 안 하고 다니면 20대의 팔팔한 젊은애들도 무릎에서 뼈소리가 난다는데, 나도 그런 것 하나 사야 하는 건지...
  아, 갑자기 심란해진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