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중국에서 이사하기(5) - 또 다시 터진 사건들

Lesley 2009. 10. 16. 07:08

 

 

  어제(10월 14일) 파출소와 유학생 사무실을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눈썹 휘날리게 오가며 외국인 주숙등기 마치고서, 더 이상 이사와 관련해서 속 끓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저 이사갈 집 청소나 좀 하고, 짐이나 나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언제나 파란만장하고 예측불허인 나의 하얼빈 생활...!!!  ㅠ.ㅠ

 

 

 

  먼저 첫번째 사건...

 

  오늘(10월 15일) 오전에 새 집을 청소하러 갔는데, 이왕 가는 거, 짐을 일부라도 미리 옮겨놓자 하여 짐을 꾸릴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통장 및 카드 분실(?) 사건(http://blog.daum.net/jha7791/15790564)' 에 나왔던 내가 분실했는지 아니면 어디에 두고서는 그 장소를 잊었는지 확실하지도 않았던 그 통장과 카드를 드디어 찾았다...! ㅠ.ㅠ   어이없게도 지금 당장은 필요없어서 장롱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책들 사이에서 나왔다.  그 때 누군가 '나중에 다시 이사하려고 짐정리 할 때면 나올 거다' 라고 했는데, 그 말이 딱 들어맞았다. -.-;;

 

다시 찾은 중국은행 통장과 카드.

  하지만 이미 분실신고에 재발급까지 받았으니, 지금 찾아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분실신고, 재발급에 들어간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니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ㅠ.ㅠ  너무 황당해서 진쥔에게 잃어버렸던 통장과 카드를 이제야 찾았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이제는 사용할 수 없으니 그냥 기념품으로 간직하란다... -.-;;

 

 

 

  그리고 두번째 사건...

 

  오늘 내가 옮긴 짐은 화장품, 목욕용품, 세탁용품이다.
  하얼빈에서 사용할 1년치 화장품을 한국에서 올 때 챙겨왔기 때문에, 그저 기초화장만 할 뿐이지만 화장품 양이나 무게가 꽤 나간다. 게다가 지난 학기 친하게 지냈던 B와 M이 귀국하면서 쓰다 남은 샴푸, 린스, 바디클린져, 주방세제, 섬유유연제 등을 물려주고 가서, 그런 종류의 물품이 많다.  이런 것들을 기내용 캐리어에 꽉꽉 담고 새 집으로 끌고 갔다.

 

  그런데 도착해서 캐리어를 열어보니 확 풍기는 섬유유연제 냄새...!
  처음에 제대로 뚜껑을 닫지 않았던 건지, 캐리어 안에서 흔들리며 열린 건지, 섬유유연제 뚜껑이 열려 내용물이 흘러나온 것이다.  덕분에 그 많은 화장품과 목욕용품, 세탁용품에서 피죤 냄새가 펄펄 풍기고... ㅠ.ㅠ  그나마 이런 물건들에 섬유유연제가 묻은 건 다행이었다.

 

  진쥔 아버지가 하얼빈 오셨을 때(☞ '1일 서예 강습회 참가기(http://blog.daum.net/jha7791/15790513)' 참조) 주신 서예 작품과, 여름방학 때 진쥔의 집에서 머물다 돌아오던 날 선물로 주신 서예 작품에도 섬유유연제가 묻었다. ㅠ.ㅠ  그 서예 작품들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아 캐리어 안에 넣어뒀었는데, 아무 생각없이 거기에 이런저런 물건들을 같이 넣어 나르다가 그 지경이 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혹시나 그 서예 작품에 때라도 탈까봐 신문지 몇 장을 앞뒤로 끼워 보관했는데, 그 신문지들이 섬유유연제를 흡수해준 덕에 많이 묻지는 않았다.  그래서 책상과 침대 이용해서 길게 늘어뜨려 놓자, 그럭저럭 말랐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사건...

 

  이게 오늘 일어난 일 중 제일 짜증스런 사건이었다.
  오늘 새 집에 간 이유는 분명히 '청소하기'였는데, 황당하게도 화장품이니 목욕용품이니 하는 것들만 챙겨가고, 정작 청소도구는 챙겨가지 않았다. -.-;;  그래서 처음 가서는 피죤 범벅된 물건들만 닦아내고 정리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점심 식사 후에 다시 한 번 짐을 챙겨 그 집으로 갔는데...

 

  중국의 일반 가정을 방문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중국 일반가정의 현관문은 이중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즉, 한국의 현관문 같은 금속제의 문을 열면, 그 안쪽으로 금속제의 철창으로 된 문 또는 나무로 된 문이 하나가 더 나온다.  그런데 이 나무로 된 문을 열 때 문제가 생겼다.  열쇠가 뻑뻑해서 안 돌아가기에 힘을 좀 줬더니, 쇠로 된 열쇠가 반으로 부러져버린 것이다...! -0-;;  아마 열쇠 구멍 안에 열쇠가 들어간 상태에서 억지로 힘을 주자, 열쇠 구멍이 지렛대 같은 역할을 해서 연약한(?) 내 손의 힘만으로도 열쇠를 부러뜨린 듯 했다.
  열쇠의 부러진 부분은 열쇠 구멍 안에 들어간 채 빠지지 않고, 그래도 부러진 열쇠로나마 열쇠구멍에 맞추어 돌리니 어떻게 문이 열렸다.  그렇게 들어가서 청소를 대강하고 가져간 짐도 정리를 한 후 돌아가려는데, 열쇠를 넣어 돌리지 않으면 잠기지 않는 그 나무문이 어떻게 잠겨버렸다...! -.-;;  이제는 부러진 열쇠를 이용해도 열리지 않고... ㅠ.ㅠ

 

  왕 교수님은 다른 지방으로 출장간 상태라 그 남편분인 이 교수님한테 연락했다.

  그랬더니 지금 외근 중이라 자신이 도와줄 수 없으니, 중국친구나 아니면 도움을 줄만한 누군가를 찾아서 해결해보라 했다.  이제는 내가 망가뜨린 자물쇠와 열쇠의 수리비를 물어주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사할 날이 코 앞에 닥친 마당에 이사할 집에 못 들어가게 생긴 게 문제였다. ㅠ.ㅠ
  두 차례 제법 많은 짐을 날랐고 청소까지 한 뒤라 몸은 피곤한데, 또 그런 식으로 일은 꼬여버렸고,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곳에서 혼자서 열쇠수리공을 찾아 상황 설명하고 일 처리하는 것도 난감하고...  이래저래 짜증이 확 밀려왔다.  이사 때문에 이렇게 계속 고생할 줄 알았으면, 비싸거나 말거나 물이 잘 안 나오거나 말거나, 그냥 기숙사에서 지낼 걸 그랬다는 후회까지 들고... ㅠ.ㅠ

 

  급한 마음에 J씨에게 연락했더니, 다행히도 J씨의 남편이 도와주겠다고 하셨다.
  난 도와주겠다는 말이 열쇠수리공을 찾아 문을 열어주겠다는 뜻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J씨의 남편이 직접 해결하겠다며 펜치까지 가져 오셨다.  J씨 남편은 열쇠 구멍을 이리저리 살펴본 후, 펜치를 열쇠구멍에 끼워넣었는데, 그렇게 몇 번 돌리나 싶더니, 어이없을 정도로 손쉽게 문을 열었다...!  그렇게 문 한 번 연 일이 어찌나 기쁘던지... ^^

 

  제발 이번 포스트가 '중국에서 이사하기'라는 제목으로 올라오는 마지막 포스트이기를 바란다.  다시 이런 제목으로 포스트가 올라온다면, 또 이사와 관련해서 무슨 일이 터진다는 이야기니까...   이제 이사 관련한 사건, 사고는 절대 사절이다...! ㅠ.ㅠ

 

 

 


  이번이 '중국에서 이사하기' 시리즈의 마지막편이 되기를 기원하며, 이번에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본 광고들을 올려볼까 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게시판의 어지러운 풍경.

 

  대부분의 광고는 집을 세놓는다, 또는 셋집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그 밖에 가끔 과외선생 자리를 구한다는 광고도 나온다.  워낙 많은 광고를 붙이다 보니, 남이 붙인 광고를 뜯어내고 그 자리에 자기 것을 붙이거나, 아예 남의 광고 위에 두꺼운 싸인펜으로  자기 광고 내용을 적는 사람도 있다. ^^;; 

 

 


(위) 처음 저 광고를 봤을 때는 흑백으로 개의 사진을 올렸음.

(아래) 하지만 개를 못 찾아서 안달이 나 그랬는지, 나중에는 칼라 사진을 올림. ^^;;

 

  그리고 이 광고가 내가 이 곳에서 본 광고 중 가장 재미있는 광고이다.  
   이 아파트 단지 안의 어떤 사람이 시베리안 허스키(나는 저 광고에 나오는 하스치(哈士奇 : 합사기)란 말이 무슨 뜻인가 한참 쳐다봤는데, 생각해보니 '시베리안 허스키'의 '허스키'를 음역한 듯 함. ^^)를 잃어버려서, 그 개를 찾아주는 사람에게 2,000위안(한화 약 366,000원)을 주겠다는 광고이다.  하얼빈은 인구 1,000만명이 넘는 대도시임에도 경제적으로 낙후된 곳이라, 대졸 초임이 1,000위안이 안 되는 경우도 제법 있다.  그런데 대졸 초임의 2배의 돈을 현상금으로 걸다니, 어지간히 그 개를 예뻐했나 보다.
  이번에 이사갈 집의 계약을 하러 진쥔과 함께 가면서, 내가 저 광고를 보여주자 진쥔도 무척 놀라워했다. '우리 오늘부터 저 개 찾아보자' 했더니, 당장 '좋아'라고 대답하며 웃고... ^^ 

 

 


  그리고 중국에서 유학하면서 외주를 고려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외주의 장점과 단점을 정리해보겠다.

 
  장점

 

  1.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중국 대학교의 유학생 기숙사의 비용은 정말 터무니없다.  물론 학교 측에서는 중국 학생 기숙사보다 시설이 좋으니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하지만, 시설 대비 비용으로 따져봐도 엄청나게 비싸다. 더구나 유학생 기숙사비와 학교 밖의 집세를 비교해보면 학교가 날강도로 보이기까지 한다.

 

  2.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다.
  여러 나라에서 온 많은 학생들이 문화차이로 갈등 빚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기숙사와는 달리, 조용한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기숙사가 아닌 가정집이기 때문에 각종 가구와 설비를 갖추고 살 수 있어 편리하다. (보통의 경우, 유학생들은 이런저런 가구와 전자제품이 갖추어진 집을 구해서 지냄.)

 

  3. 폭 넓은 경험을 할 수 있다.
  학교 안 기숙사에서 지낼 때에 비해, 훨씬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

  비록 귀찮기는 하지만 집을 구하러 돌아다니고, 집주인에게 전화를 해서 이것저것 문의해보고, 집주인과 협의를 거쳐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전기세 같은 공과금 내러 다녀보고... 이 모든 것들이 기숙사에서는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다. 그 과정에서 이전에는 몰랐던 중국어 단어도 제법 알게 되고, 기숙사에서는 알 수 없었던 중국인의 일상생활 속으로 더 깊게 들어가 볼 수도 있다.

 


  단점

 

  1. 신경쓸 일이 많다.
  기숙사비만 내면 모든 걸 처리해주는 기숙사 생활과는 달리,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번거로운 외국인 주숙등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일상생활에서도 신경쓸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학교 밖에 나가 살려니 학생식당 이용하기가 곤란해서 밥을 직접 해야 하는데, 이게 은근히 시간과 노력을 많이 잡아먹는 일이다.  그리고 중국어 서툰 외국인 입장에서는 전기세 한 번 내는 것도 처음에는 꽤나 힘든 일이고... 자기 방 하나만 청소하면 되었던 기숙사 생활과는 달리, 방, 거실, 주방, 화장실을 매일은 아니어도 2,3일에 한 번 청소하는 것도 꽤나 번거로운 일이다.

 

  2. 안전문제에 주의해야 한다.
  결국 중국도 사람 사는 곳이니, 밖에 나가 살면 무조건 큰일난다는 식의 생각은 터무니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조심해서 지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사실, 유학 생활 중 제일 중요한 것은 공부가 아니라 안전이다.  아무래도 기숙사는 학교 안에 있고, 또 학교측에서 어설프게나마(!) 안전문제에 신경써주는데, 밖에 나와 살 때는 스스로 알아서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즉, 정리해서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다른 것은 다 필요없고 그저 공부 하나에만 몰두하겠다고 결심하신 분, 세상에서 귀찮은 것이 제일 질색인 분, 겁이 많은 분,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자기 일처럼 나서서 도와줄 중국인 친구가 주위에 없는 분, 밥을 먹을 때도 은행에 갈 때도 물건 사러 갈 때도 혼자서는 안 되고 누군가와 반드시 붙어 다녀야 하는 분...  이런 분들은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그냥 마음 편하게 기숙사에서 지내시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