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하얼빈의 월동준비 - 배추, 파 말리기

Lesley 2009. 10. 10. 08:04

 

 

  역시나 하얼빈은 북방지역이라, 여름이 가고 가을이 되었나 싶더니, 어느새 가을도 저만큼 지나가버렸습니다.  벌써 겨울이 성큼 다가온 느낌입니다.
  한낮에는 기온이 15도 정도까지 오르지만, 저녁에는 긴팔, 조끼, 윈드자켓을 입고도 춥다고 느낄 정도로 쌀쌀합니다.  더군다나 한국과는 달리 아직 난방을 해주지 않아서 밤에 잘 때는 옷을 껴입고 자야 합니다. (요즘 최저기온이 4~6도인데, 난방 없이 살아야 한다니...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상황... ㅠ.ㅠ)

 

 

※ 중국의 난방

 

  중국은 중앙난방식 가스 공급이 원칙이다.

  여기서 말하는 중앙난방식이란,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의 중앙난방 같은 것이 아니다.  국가에서 각 지열별로 몇 월 몇 일에 난방을 시작하고, 몇 월 몇 일에 난방을 끝낸다고 정해준다는 의미다.

  여기 하얼빈이 속한 헤이룽장성(黑龍江省 : 흑룡강성)은 중국의 가장 북쪽이라 난방을 가장 빨리 시작하고 가장 늦게 끝내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기온 4~6도인 지금도 아직 난방 시작 안 해서 집안이 썰렁하다... ㅠ.ㅠ)  그리고 다른 지역도 겨울이 얼마나 길고 추운지에 따라, 난방기간을 국가에서 정해준다.

  그런데 강남(중국에서 강남(江南)은 한국인들이 흔히 양쯔강이라 부르는 창장(長江 : 장강) 이남의 지역을 말함)의 경우, 한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난방을 거의 안 해주거나, 심지어 아예 난방을 안 해주는 지역도 있다.  이 경우 바깥 기온은 따뜻한 편인데, 오히려 실내가 썰렁하게 된다.  그래서 겨울에는, 북쪽지방에서는 바깥은 엄청 춥지만 실내는 따뜻하고, 반대로 남쪽지방에서는 바깥은 따뜻한 편인데 실내는 추운,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모두 일반 서민들의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돈 많은 사람은 국가에서 난방을 해주거나 말거나 자기 돈으로 따로 석유를 산다든지 하여 알아서 난방을 하며 지낸다.   

 

 


  이렇게 점점 다가오는 겨울을 맞아, 하얼빈 사람들은 월동준비에 한창입니다.

  요즘 배추와 파를 잔뜩 사서 바깥에 내어놓고 말리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J씨가 다른 한국인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여기는 겨울이 긴 지역이다 보니,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배추와 파를 사서 말려서 겨울 내내 먹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영하 20~30도에 장보러 다니는 것도 큰일일테고, 또 채소라는 게 지금 나오는 게 가장 맛있기 때문이랍니다.
  학교 안에서 사는 J씨는 요즘 학교 안이 배추밭, 파밭이 된 느낌이라고 하던데, 제가 살고 있는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파트  단지 내 여기저기에 배추와 파가 잔뜩 널려있어서, 제가 살고 있는 7층에서 보면 나름 장관(?)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  또 배추나 파를 팔려고 온 커다란 트럭도 보이고, 그것들을 사려고 아예 손수레 끌고 온 주민들도 곧잘 눈에 띕니다.

 

 

흑룡강대학 교직원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배추와 파를 말리는 광경.

 

  잔디밭이 배추밭, 파밭으로 변신했습니다. ^^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배추와 파를 파는 광경.

 

  사고 파는 양이 워낙 많다 보니, 파는 사람은 트럭이나 트랙터로 물건을 실어 오고, 사는 사람은 손수레를 끌고 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