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각급 학교와 직장은 10월 1일 국경절(궈칭제)을 맞아 10월 1일부터 짧게는 5일, 길게는 10일까지 국경절 휴가에 들어갔다.
비록 신종플루 때문에 지난 9월 중순부터 이미 방학 들어간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긴 하지만... ^^;; 그리고 한국에서도 지난 10월 3일부터 추석 연휴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번 추석이 공교롭게 개천절과 겹치면서 토요일이기도 해서, 통한의 눈물을 흘렸을 사람들이 많았을 듯 함 ^^)
중국의 국경절(10월 1일)
원래도 춘제(春節 : 춘절, 우리나라의 '설날'에 해당함)와 함께 중국 양대 명절인 궈칭제(國慶節 : 국경절)가 올해는 유독 더 요란했다.
궈칭제는 풀이하자면 '건국기념일' 또는 '정부수립기념일'이다. 올해가 중국정부수립 60주년이기 때문에, 수도 베이징에서는 수십만명의 군인과 민간인을 동원한 열병식 및 기념행사가 열리는 등, 중국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남의 나라 경축일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할 생각은 없다. 자기 나라의 건국 기념일을 자기들이 축하하겠다는데, 누가 뭐라겠나...
하지만 그 경축일이란 것이 내 생활에 영향을 미치면, 어쩔 수 없이 불평할 수 밖에 없다.
개혁개방 정책 이후로 눈부신 발전을 이룬 중국정부는, 이번 건국 60주년을 맞아 전세계에 자신들의 국력을 과시하겠다고 단단히 별렸다. (정치 상황은 70년대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지만, 경제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성장한 건 사실이지 않나?)
하지만 연달아 문제가 터졌다. 올해 티벳, 위구르 지역 등 소수민족지역에서 독립시위 또는 민족간 충돌 사건 등이 대규모로 벌어졌다. 거기에 전세계를 휩쓰는 신종플루가 중국에서도 계속 확산되는 중이다. 그리고 역시 전세계적인 경제위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실업난이 사회문제가 되는가 하면 정리해고 되는 노동자들이 시위를 일으키고...
이래저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중국정부는 자신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기념행사가 엉망이 될까봐 노심초사하게 되었다. 그래서 행여나 기념행사 중 누군가 뛰어들어 행사를 엉망으로 만들까봐, 살벌할 정도로 고삐를 죄게 되었는데...
지난 9월 베이징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셨다가 내친 김에 하얼빈까지 오셨던 진쥔 엄마의 말씀이, 이미 그때부터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 앞에는 경찰들이 쫙 깔려있다 하셨다.
10월 1일이 다가오자, 베이징 전역에서 행여나 흉기로 이용될까봐 주방용 칼의 판매를 금지했다는 황당한 소식도 한국측 인터넷 기사로 전해졌다. (아니, 그 삼엄한 경계 뚫고 국가적인 행사 망치려고 덤빌 정도로 대담한 사람 또는 조직이 기껏 주방용 칼 휘두르며 달려들겠나, 최소한 화염병은 이용하겠지... -.-;;)
기념행사 열리는 창안제(長安街 : 장안가, 베이징의 번화가 중 하나) 주변의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행사 1주일 전부터 배란다에 나오는 일이 금지되었고, 그에 대한 불만을 무마하느라 한 집 당 500위안(한화 약 94,000원)인지 얼마인지 지급했다고도 하고...
게다가 이런 경사스러운 날 앞두고 불길하게 이혼이 웬 말이냐고, 국경절 직전부터는 관공서에서 이혼신청을 안 받아준다는 소문도 들렸다. (서로 끔찍하게 싫어하는 부부가 이혼 못 해 서로 죽이는 사태라도 벌어지면, 국가가 책임져 줄건가? -0-;;)
그래도 이런 상황들은 좀 엽기적으로 느껴지기는 하지만, 외국인이며 또 하얼빈에 머물고 있는 나의 일상생활과는 크게 관계가 없어서 큰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인터넷 통제만은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ㅠ.ㅠ
이미 지난 4월부터 중국에서 다음 블로그가 통째로 차단당해, 내 블로그 접속하는 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그 통제 수준이 점점 심해져서, 9월 말이 되자 인터넷 통해 구한 IP 우회 프로그램으로도 블로그에 접속할 수 없게 되었다. 블로그 접속만 못 하는 게 아니라, 그 전에는 문제 없었던 포털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려 해도 자주 끊기거나 속도가 엄청 느려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나 뿐 아니라 다른 유학생들도 '요즘 인터넷이 왜 이러냐'고 불평을 했다.
또한 중국학생들 역시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전에는 PC방에서 인터넷 사용할 때 그냥 돈만 내면 됐지만, 이제는 신분증 번호를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고 한숨 내쉬었다. 외국에 나가 있는 친구들에게 보낸 이메일이 중간에 증발해버리는 경우가 자꾸 생긴다느며 투덜대고...
10월 1일에 기념행사가 무사히 끝난 후, 그 날 밤 늦게부터 다시 블로그 접속이 가능해졌다.
만일 기념행사 도중 중국정부가 걱정하는 돌발사태가 벌어졌으면, 인터넷 통제는 더 심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나는 지금까지 내 블로그 접속 못 하고 머리카락만 쥐어뜯었을 게 분명하다... -.-;;
중국에서 보낸 추석(10월 3일, 음력 8월 15일)
설날과 함께 우리나라 양대 명절인 추석...
지금 하얼빈에 머물고 있는 나에게, 이번 추석은 색다르게 느껴졌다.
중국도 추석을 쇠기는 하지만(여기서는 추석이라고 안 하고 중추제(中秋節 : 중추절)라고 함), 추석을 설날과 버금가는 명절로 생각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큰 명절로 치지는 않는다.
예전에는 중국에서도 큰 명절이었지만 공산정권이 수립된 후로 중요한 명절 취급을 받지 못 하다가, 작년부터 법정 휴일이 되었다 한다. 그나마 올해는 국경절 연휴에 묻혀버렸다. 국경절 연휴가 10월 1일부터 5~10일이나 계속되다 보니, 올해 양력 10월 3일이었던 추석이 국경절 휴가에 엎혀가는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 (공교롭게도 외할머니 생신 그 다음날 태어난 탓에, 자신의 생일만을 위한 미역국을 못 먹고, 언제나 외할머니 생신 때 끓인 미역국을 덤으로 얻어먹는 형국으로 생일 맞았던 우리 막내 이모가 떠오름... -.-;;)
그렇잖아도 외국에서 보내는 추석, 더구나 그 '외국'이 추석을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곳이니, 보통 때와 다를 것 없이 보내게 되겠구나 싶었다.
추석 전날 중양홍(☞ '모든 중양홍 직원을 사랑하리라...!(http://blog.daum.net/jha7791/15790534)' 참조) 에 나온 그 마트)에 가서, 추석 1,2주 전부터 잔뜩 내어놓고 판매하는 위에빙(月餠 : 월병) 몇 개 사온 거나 먹고 추석을 때우리라 했다.
※ 위에빙(月餠 : 월병)
우리가 추석에 송편을 먹듯이, 중국에서는 위에빙을 먹는다.
둥근 모양의 퍼석퍼석한 빵 같은 것인데, 그 안에 팥, 견과류, 과일, 고기 등의 속을 한 종류 또는 여러 종류를 섞어 넣는다.
전에 쓰촨성에 갔을 때 진쥔의 집에서 고기를 넣은 위에빙을 먹었었는데, 그런 위에빙은 남방지역 특히 윈난성(雲南省 : 운남성)의 특산품이라 했다. 진쥔은 그 고기 위에빙을 무척 좋아해서, 북방인 하얼빈에서는 파는 곳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
추석 아침에는 TV에서 상하이에 있는 하겐다즈 지점이 아이스크림을 넣은 위에빙을 만들어 파는 것을 보도하던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성황인 모양이었다. ^^
가격은 정말 천차만별이어서, 저렴한 것은 1개의 4, 5위안(한화 약 740~930원)이고, 비싼 것은 수십 또는 수백위안씩 한다.
정말 비싼 것은 1개에 수천위안 또는 수만위안까지도 나간다고 한다. 그런 어마어마한 가격의 위에빙은 일반 마트나 제과점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재료도 황금이나 다이아몬드를 쓰는 등 보통 위에빙과 다르다. 물론 그런 귀금속이나 보석으로 치장한 위에빙을 먹는 용도로 쓰지는 않는다. 그런 위에빙은 정재계 인사들 사이에 뇌물로 이용되기 때문에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황금이나 다이아몬드로 치장한 뇌물용 위에빙이라니...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선거철에 공천 노리는 정치인 또는 인사기간 중 진급하려는 군 장성 등 높으신 양반들이 공천권자나 인사권자한테 케이크 선물하며, 그 상자 안에 돈봉투 넣었다는 것은 차라리 귀여운 애교로 느껴질 정도다. (참 귀여우십니다, 어르신들~~ -.-;;)
위에빙의 모습. 큰 것은 속에 팥이 들어 있고, 작은 것은 호두, 땅콩, 과일 등을 섞은 속이 들어있다.
하여튼 이 날 추석의 전반부는 전혀 명절같지 않았다.
아침은 라면 하나 끓여먹고(명절 아침부터 라면이라니... ㅠ.ㅠ), 점심은 전날 사온 위에빙 2개 먹고...
그래도 진쥔이 '아무 것도 안 하고 추석 보내면 우리가 너무 불쌍하지 않냐, 저녁에 나가서 뭐 좀 먹고 맥주도 마시자.' 하여, 추석 후반부는 괜찮게 보냈다.
하얼빈 의과대학 근처에 있는, 진쥔의 단골집인 고기집에 가서 소고기와 양고기 한 접시씩 시켜 구워먹으며, 오래간만에 맥주도 곁들여 마셨다. (중국의 둥베이(東北 : 동북) 3성은 조선족이 많이 사는 지역이고 사업차 또는 유학차 온 한국인도 많아, 한국식으로 고기 구워먹는 식당을 종종 볼 수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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