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방학으로 한산해진 흑룡강대학 풍경

Lesley 2009. 9. 26. 09:25

 

 

  신종플루 때문에 방학을 맞아 대부분의 중국학생들이 빠져나간 교정은 정말 한산합니다.

  (언제는 공포에 질린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더니, 이제는 집이 너무 멀다고 안 돌아가려는 학생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은근히 압력을 주어 학생들이 마지못해 집에 가는 상황임... -.-;;)

 

  지난 여름방학 때는 방학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학교 밖으로 이사를 간데다가, 곧 쓰촨성으로 여행까지 가서 한가한 교정의 풍경을 볼 일이 없었습니다.

  요즘 학교에 가면 '여기가 정말 흑룡강대학이 맞아?'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소와는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그러나 그냥 평범한 방학이 아니라 '신종플루로 인한 방학' 이라는 티가, 교정 여기저기서 납니다.

 

 

'A형 신종플루는 예방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고, 치료할 수도 있으니, 무서워하지 맙시다.' 

 

  흑룡강대학 안에 신종플루 환자가 막 발생했을 때, 심하게 동요하는 학생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름 아이디어를 짜낸 모양입니다.  그런데 제 눈에는 저렇게 빨간색 바탕의 플래카드를 쓴 것이, 오히려 더 무섭게 느껴집니다. -.-;; 

 

 

'하얀색 마스크 아래 웃는 얼굴이 결국 전염병을 이겨낼 것입니다.'

 

  신종플루로 인해 당장 세상이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학교 분위기가 공포에 질려버리자, 그런 분위기를 깨보겠다고 나름 신경써서 만든 문구인 듯 합니다.  그런데 정작 '하얀색 마스크 아래 웃는 얼굴'을 보여줄 학생들은 전부 집으로 가버렸고, 저렇게 플래카드들만 교정 여기저기에서 바람에 펄럭이고 있으니... -.-;;

 

 

'2009년도 신입생의 입학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가엾은 2009년도 신입생들...

  대학 생활에 대해 큰 기대를 안고 흑룡강대학에 들어왔을텐데, 수업은 한 번도 못 받고, 반강제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입학하자마자 2주간의 군사훈련 받느라 수업을 못 받았고(원래 군사훈련 기간 동안에는 수업 없음.), 그 군사훈련이 겨우 끝나던 날 학교가 방학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0-;;

  그 날 신입생들이 엄청난 양의 책을 두 팔에 안고 재잘거리며 교정을 걸어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아름씩 안고 갔던 책은 한 번도 사용 못 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

 

 

교정의 나무에게 방충처리 해주는 아저씨들.

 

    나무에 저렇게 페인트칠을 해주면 흙에서 나오는 벌레들이 나무 위로 못 올라간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나무에게 저런 처리를 해주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얼빈의 나무에 저런 처리를 해준다는 것을 미처 모른 채 지나쳤다가, '흑룡강성식물원(黑龍江省植物園) 탐방(http://blog.daum.net/jha7791/15790517)'  포스트에 달린 댓글을 보고서야 비로서 깨달았습니다. ^^;; 

 

 

보너스 사진 - 교정의 모습이 아니라, 제가 살고 있는 집 창문을 통해 본, 저녁놀이 비친 구름의 모습입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얼빈의 저녁놀은 유난히 붉고 예쁘게 느껴집니다.

  전에 살던 흑룡강대학의 C취 유학생 기숙사에서도 9층의 방에서 보는 저녁놀은 정말 멋져서 종종 저녁놀을 한참씩 바라보곤 했는데,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는 이런저런 일로 저녁놀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저녁 책상 앞에 있다가 문득 창문을 통해 바라본 하늘에는 뭉개구름이 저녁놀에 비친 광경이 펼쳐져있는데, 정말 멋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