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방학 6일째 - 나의 근황

Lesley 2009. 9. 22. 23:11

 


  역시나 제 하얼빈 생활은 파란만장의 연속입니다.
  하루라도 평범하면 그건 제 하얼빈 생활이 아닙니다... -.-;;

 

 


  먼저 블로그 접속 문제...

 

  아, 최근 제 블로그 접속하는 일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ㅠ.ㅠ
  지난 4월말부터 중국 전역에서 다음 블로그와 티스토리가 차단된 상태입니다.  그래도 인터넷 통해 구한 프로그램 덕분에 접속할 수 있었는데(비록 접속상태가 좀 불안정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수십번 시도해야 겨우 한 번 성공합니다. ㅠ.ㅠ  그나마 접속 성공했다가도 중간에 갑자기 끊어져버리기 일쑤라, 언제 끊길지 몰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블로깅 해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윈도우에 기본으로 깔린 메모장에 미리 내용을 적어 저장해놓고, 블로그에 접속이 된 순간 재빨리 글을 올리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운이 좋아야 합니다.  접속 성공해서 신난다고 글 복사해 붙이고 약간 편집해서 '등록' 버튼 누르는 순간, 그 짧은 동안에 접속이 끊겨서 결국 글 못 올리는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  어떤 때는 제 블로그에 다른 분들이 남기신 댓글이나 방명록에 답글을 다는 사이 접속이 끊겨, 장문의 답글이 날아가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ㅠ.ㅠ

 

  이번 중국 국경일(10월 1일)이 중국정부 수립 60주년이라, 지금 중국 TV에서는 연일 국경일 행사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엄청난 수의 군인을 동원한 화려한 국경일 열병식을 보겠다고 너도 나도 베이징으로 가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잖아도 국경일 연휴 때면 차표 구하기가 힘든데, 이제는 아예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이런 대대적인 국경일 행사 때문에 중국정부에서 신경을 잔뜩 곤두세우고 오프라인에서나 온라인에서나 감시의 눈길을 번뜩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극히 평범한 저 같은 사람의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쳐, 블로그 접속하는 일이 힘이 들 지경입니다.  이렇게 블로그 관리하기 힘들어서야, 어디 제 때 포스트 올릴 수 있을런지...
  차라리 얼른 국경일이 지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일단 큰 일 무사히 치른 중국정부가 다음 블로그 차단을 풀어주지 않을까요?

 

 


  다음은 이사 문제...

 

  그리고 다시 한번 이사가게 되었습니다.
  학교 밖으로 이사한지 이제 두 달째입니다.  그리고 쓰촨성 여행 다녀오느라 집 비운 시간 생각하면 새 집에서 산 지 겨우 한 달 정도 밖에 안 되었는데, 또 이사를 가야 합니다... ㅠ.ㅠ  이사할 때 여러가지 사정으로 마음이 워낙 조급해서, 앞뒤 생각 없이 3개월짜리 계약서에 싸인한 탓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안일하게 일을 처리한 듯 한데, 그 때는 정말 마음이 급했답니다.

  이번 방학 동안 마음 잡고 공부 좀 하려 했더니, 이사 문제에 또 발목 잡혔습니다. (공부 안 하는 것을 환경 탓으로 돌리는 게, 성적 나쁜 학생들의 대표적인 특징이라는데... -.-;;)


  

  마지막으로 신종플루 문제...

 

  이 포스트 올리기 직전에 올렸던 두 개의 포스트가 모두 신종플루 때문에 흑룡강대학에서 벌어진 소동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방학 6일째인 오늘(9월 21일)은 그 소동이 많이 잠잠해졌습니다.  방학한 이래 학교에 가지 못 했지만, 학교에서 지내는 한국학생들 말을 들어보면 일단 평온해지기는 했다고 합니다.  저 역시 학교 주변을 지날 때면, 교정에 학생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과 학생들이 마스크 쓰고 다니는 점 빼고는 안정을 찾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16일 오후부터 중국학생들에게 학교에서 떠나지 말라고 내린 지시를 20일부터는 거두고, 건강한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도록 허락했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15, 16일 이틀간 이미 많은 중국학생들이 학교의 지시를 무시한 채 잔뜩 겁먹고 떠난 상황이라, 이제는 떠나도 된다고 해도 떠날 학생이 별로 없을 듯 합니다.... -.-;; 

 

  학교에 남아있는 유학생들이나 중국학생들은 여러가지로 많은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학교의 학생식당들이 몇몇 코너만 문을 열고 전부 휴업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학교측 식당의 위생상태를 못 미더워해서 이용을 안 하기 때문에 휴업에 들어간건지, 혹시나 집단으로 식사하다가 전염되는 학생 생길까 학교측에서 식당에게 휴업지시를 내린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찌되었거나 그렇게 한꺼번에 휴업 들어가서, 남아있는 학생들이 한국에서 간단한 밑반찬을 공수받아 먹거나, 넓디넓은 흑룡강대학 교정을 가로질러 밖으로 나가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하얼빈에서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한 곳이 우리 학교만이 아니건만, 어째서인지 우리 학교만 엄청난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듯 합니다.
  몇몇 한국학생들이 시내에 놀러나갔다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었는데, 상대방이 어느 학교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이냐고 물어서 흑룡강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했더니, 흠칫 하더랍니다. -.-;;  택시를 타고 흑룡강대학으로 가자 했더니, '흑룡강대학 학생이냐? 전부 격리되었다더니 어떻게 나온 거냐?' 하며 몰래 나온 것 아니냐는 식으로 수상쩍게 쳐다보더랍니다. ㅠ.ㅠ

  사실 저도 이해가 안 가는 게, 중국 인터넷을 뒤져 기사를 검색해보면, 마치 20일 이전에는 흑룡강대학에서 학생들을 몽땅 격리해놓은 것처럼 보도가 되고 있었습니다.  사실은 학생증만 휴대하면 교문 출입이 가능하고, 그나마 그런 절차도 귀찮아하는 일부 중국학생들은 학교의 철창문이나 담을 넘어다니기도 하던데 말입니다. (누구는 여학생마저 그렇게 잠긴 문 넘어가는 것도 봤다고 함. -.-;;)

 

 

 

  하여튼 부디 다음 포스트 올릴 때쯤에는 이사 문제가 잘 해결되어, 먼저번 이사와 이번 이사에 얽힌 사연을 느긋하게 포스팅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포스트 첫머리에도 쓴 말이지만, 정말 파란만장한 하얼빈 생활입니다.  제가 귀국하기 전에 '오늘은 진짜 너무 평범했어. 왜 이렇게 평범하지?' 하는 날이 오긴 올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