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플루가 중국에 상륙한 게 언제였던지...
아마도 5월쯤 아니었나 싶다.
※ 중국에서 신종플루의 명칭
정식명칭은 '쟈싱H1N1류간(甲型H1N1流感 : 갑형H1N1류감, 'A형H1N1인플루엔자'라는 뜻)'인데, 짧게는 쟈류간(甲流感 : 갑유감)이라고도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는 한국에서 한동안 '돼지독감'이라고 부른 것처럼, 주류간(猪流感 : 주류감, '돼지독감'이란 뜻)이라고 한다.
지난 봄 학기, 중국에서도 신종플루 발생했다는 소식에 유학생들도 조금 긴장했다.
하지만 주로 남쪽지역에서 환자가 발생해서 베이징 위쪽 지역으로는 환자가 없어서, 중국에서도 제일 북쪽지역인 여기 흑룡강성의 하얼빈에서는 신종플루라는 게 마치 다른 나라 이야기 같기만 했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오히려 한국과 일본쪽에서 인구 엄청 많은 중국보다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해 야단이고... 이래저래 환자가 발생 안 한 지역에서 공부하는 우리는 신종플루란 것에 무감각해졌다.
그러나 그렇게 신종플루 안전지역이었던 하얼빈에도, 그것도 하필이면 내가 다니는 흑룡강대학에 환자가 발생했다...!
1. 9월 11일 금요일 - 다시 나오는 신종플루 경고
지난 금요일 수업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뜬금없이 신종플루 관련한 학교측의 주의사항을 전달하셨다.
모두들 각별히 위생에 신경쓰고, 혹시 열이 나는 학생이 있으면 즉각 병원에 가고 학교에도 알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중국은 몇 년 전 SARS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처를 못 해서 많은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예방과 환자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어 안전하다고 하셨다. 특히나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단 한 명의 신종플루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을 엄청나게 강조하시며, 모두 개인위생에 신경쓰고 시장이나 백화점, 영화관 등 사람 많이 모이는 장소만 안 가면 된다고 하셨다.
'저건 신종플루 처음 중국에 발생했을 때 이미 전달한 내용인데, 새삼스레 이제와서 뭘...' 하며 시큰둥하게 들었는데, 그 '새삼스러운 주의사항 전달'이란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그런데 선생님이 신종플루 관련 주의사항 말씀하시면서, '만일 우리반에 환자가 나오면, 우리는 수업 안 하고 모두 집에서 쉴 수 있겠지?'하며 웃으셨다.
물론 선생님은 심각한 이야기로 분위기가 굳는 듯 하니, 분위기 풀어보겠다고 농담으로 하신 말씀인데... 결국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들어맞게 생겼다... ㅠ.ㅠ
2. 9월 12일 토요일 - 슬슬 감지되는 이상한 분위기
토요일에 이번 학기 들어 처음으로 '양'('후쉐 일행과 함께 했던 즐거운 일요일(http://blog.daum.net/jha7791/15790522)'에 등장하는 그 친구)과 후쉐를 했다.
그런데 양이 나보고 하얼빈이공대에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한 걸 아느냐고 물었다. 하얼빈이공대는 내가 공부하고 있는 흑룡강대학과 도로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 바로 옆 학교다. 그 학교에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 때문인지 흑룡강대학측에서도 모든 중국학생들의 체온을 재는 등 검사를 했다고 했다.
유학생 기숙사에서 지내는 한국학생들에게는 신종플루 관련한 무슨 검사를 실시했다든지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어서, 어찌된 일일까 생각했다.
3. 9월 13일 일요일 - 심상치않은 소문
일요일 밤에 C취 유학생 기숙사에서 사는 한국학생 J씨가 문자를 보냈다.
중국학생들이 지내는 B취 기숙사 중 한 곳에서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C취 유학생 기숙사의 프론트 데스크에서 모든 유학생에게 체온계를 하나씩 나눠줬다며, 자신은 무서워서 밖에 나가기도 싫다 했다. 체온계까지 나눠줬다는 걸 보니, B취 기숙사의 중국학생이 신종플루 걸렸다는 소문이 사실인 듯 했다.
그 후 내가 아는 어학연수생 중 유일한 애기 엄마인, 또 다른 J씨(내 블로그 포스트 중 가장 큰 센세이션 일으킨 '중국 병원에 가다(http://blog.daum.net/jha7791/15790520)'에 등장한 J씨)에게 전화했다.
아무래도 어린애들이 있는 집이라 다른 사람들보다 더 조심해야 할 듯 해서 신종플루가 교내에 발생한 소식을 전했다. J씨는 이번 학기부터 애들을 유치원에 보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했는데 안 보내야겠단다. 그리고 그렇잖아도 신학년 시작하여 많은 신입생 들어온 것 보면서 신종플루를 걱정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온갖 지방의 학생들, 특히 신종플루가 제법 발생한 남방지역 학생들도 입학하니까 신경이 쓰였다면서...
그런데 J씨에게서 그 반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 하나를 들었다.
그 반의 한국학생 한 명이 요즘 감기에 걸려 콜록거리며 수업에 참석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한국학생들이나 일본학생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며 신경 안 쓰는데, 미국과 캐나다에서 온 학생들이 그 학생이 기침할 때마다 굉장히 민감해하면서 불편해 한다고 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감기 걸렸을 때 다른 학생들에게 병 옮기지 않도록 결석하는 게 매너있는 행동이란다. ('감기 정도로 결석하는 건 학생으로서 자세가 안 잡힌 거다. 학생은 죽더라도 마땅히 학교 가서 죽어야 한다' 는 식의 우리나라와는 상당히 다른 문화다... -.-;;)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그 심정이 전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닌데, 그 미국과 캐나다 학생들 너무 몸을 사리며 오버하는 듯 하여 은근히 얄밉다. 그렇게 신조플루가 무서우면 당장 자기 나라로 돌아가든지... (하긴 오히려 미국과 캐나다의 상황이 여기보다 더 안 좋다고 듣기는 했지만서도... ^^;;)
4. 9월 14일 월요일 - 바짝 긴장한 학교와 갈팡질팡하는 학생들
8시부터 수업이 있는 월요일 아침, 전날 예습을 안 해서 수업 전에 미리 책 좀 보려고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그런데 전날 신종플루 소식을 알려준 J씨가 '신종플루 때문에 오늘 휴강한다고 하던데 그 소식 들었냐'고 문자를 보냈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했더니, 자신도 사실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유학생 기숙사 안에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는 거다...! '아하, 어차피 예습도 안 했는데 잘 됐네.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 하다가(나 정말 왜 이러니... -.-;;) 일단 학교에 가서 정확한 상황을 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학교에는 휴강 관련한 어떤 공고문도 없어서 강의실에 들어갔다.
곧 우리반 러시아 여학생 한 사람이 왔기에 신종플루 때문에 휴강한다는 얘기 들었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그런 얘기 못 들었단다. 잠시 후에는 내 짝꿍 T군이 전화해서 오늘 수업하는 거 맞냐고 물어보는데, 나 역시 아무 것도 모르니 시원한 대답을 해 줄 수가 없고...
수업시간이 되자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휴강한다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우리반 학생들도 한 명 빼고 전부 출석했다.
선생님은 한 30분 정도 수업은 안 하시고 신종플루 관련한 사항을 말씀하셨다.
우선 교내에 신조플루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허걱...! @.@) B취 기숙사 중 한 곳에서 2명의 환자가 발생해서, 오늘 하루 모든 중국학생들이 휴강하고 기숙사 안 대청소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학생들의 이름, 주소, 휴대폰 번호를 적어 제출하게 했다. 혹시라도 유학생 중 환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서 학생들의 인적사항이나 거주지를 확실히 파악하려는 듯 했다.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보인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학생들은 심란해하며 겁을 먹었고, 어떤 학생들은 학교측의 처사에 분개했다. 그런데 학교의 처사에 분개하는 이유가 달랐다. 어떤 학생은 학교 당국이 중국학생들은 휴강까지 시키며 기숙사 청소하게 하는 등 중국학생의 안전에만 신경쓰면서, 유학생들에게는 무관심하다고 화를 냈다. 하지만 어떤 학생은 왜 중국학생들만 수업 쉬고 유학생은 수업해야 하냐고 화냈다. ^^;;
학생들도 이미 여기저기서 들은 소문이 있어서 한 마디씩 했다. 환자가 발생한 기숙사는 그 건물 통째로 격리되어, 그 기숙사에서 사는 누구도 밖으로 나오지 못 하고, 밥도 학교측에서 기숙사 안으로 넣어준다 했다.
수업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J군에게 다가오는 J군의 생일 관련한 일로 전화를 했다. (그런데 내 주위에는 이름 영문표기가 J인 사람들이 왜 이리 많냐... -.-;;)
J군 말이, 이미 신종플루 환자로 판명된 2명 말고도, 환자로 의심되어 격리된 중국학생이 10명이 넘는다 했다. -0-;; 그렇게 통화하며 걷다보니, 환자가 발생했다는 B취 기숙사 앞에서 온통 하얀색 옷으로 몸을 감싼 것도 모자라, 하얀색 머리수건에, 하얀색 마스크까지 쓴 사람들이 마스크를 박스 채 가져다놓고 파는 모습이 보였다. 학교 직원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판매하는 사람들에게 'B취의 어떤 기숙사에서 환자가 발생한 거냐?'라고 묻기도 하고...
그런 광경을 보니 일이 좀 심각한 듯 하여, 친분 있는 중국학생들에게 괜찮냐고 문자 보냈더니 각양각색의 답장이 날아왔다.
'너무 무섭다. 너도 건강 조심해라.' 라는 보내는 이의 두려움이 느껴지는 문자부터 시작하여, '오전 내내 기숙사 대청소 했더니 힘들어 죽겠다' 는 푸념 어린 문자, '우린 수업 안 했는데, 너희 유학생들은 오늘 수업한거니?' 라며 놀라워 하는 문자, '몇몇 학생들은 겁에 질려있지만, 사람 많은 곳만 안 가고 조심하면 문제없어.' 라는 낙관적인 문자까지...
5. 흑룡강대학 신종플루 환자 관련한 중국 기사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중국 인터넷 사이트 들어가서 '흑룡강대학 신종플루'라고 검색했더니, 내가 원하는 기사가 나왔다.
그런데 기사 내용을 읽고 굉장히 놀랐다. 우리나라 같으면 막연하게 '흑룡강대학의 김모씨와 이모씨가 신종플루로 밝혀져서...' 정도로 나올텐데, 환자의 인적사항이 어찌나 자세하게 나오던지... 실명, 나이, 전공학과, 학번, 그 환자가 살고 있는 기숙사가 몇 동 몇 호인지, 몇 일에 발열증상을 일으켰고 현재 체온이 몇 도인지, 발열 외에 어떤 증상 나타내고 있는지, 현재 어떤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언제 그 병원에 들어갔는지까지 전부 기사에 실려있다...! -0-;;
여기는 원래 이런 건지, 아니면 전에 SARS 때문에 난리 부르스 겪은 경험이 있어 신종플루에 워낙 민감하다 보니 그런 건지 궁금하다.
어쨌거나 이러다가 학교 전체가 격리되어, 학교 안팎에서 서로 드나들지 못 하는 상황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만일 그리되면 학교 밖에서 살고 있는 나는 학교 수업은 참석 못 하고, 푸다오 선생들하고만 공부해야 하는 건가? -.-;; 아, 어서 이 어수선한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 하얼빈 생활기 > '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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