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서양처럼 9월에 신학년이 시작하기 때문에, 요즘 흑룡강대학의 교정에는 새내기들이 잔뜩 들어와 북적거립니다.
그런데 새내기와 헌내기(?)가 쉽게 구별되지 않는 한국의 대학과는 달리, 중국의 대학에서는 너무 쉽게 구별이 됩니다. 신입생들이 모두 군복을 입고 다녀서 눈에 확 띄기 때문입니다.
개학을 하고서 학교에 나갔더니 군복입은 학생들이 유난히 많이 보여서 '아니, 이번 학기에는 왜 이렇게 국방생이 늘었지?' 하고 의아해했습니다. 그런데 그냥 국방생이라고 하기에는 숫자가 지나치게 많은데다가, 전에 비해 여학생 비율이 엄청나게 높은 것도 이상했습니다. 알고보니 국방생이 아니라, 막 입학해서 군사훈련 받는 학생들이었습니다. ^^
※ 국방생(國防生)
평범한 대학생들과는 달리, 앞으로 직업군인(정확히 말하면 직업군인 중에서도 장교)이 될 예정으로 중국정부에서 학비 및 기숙사비 등을 대며 교육시키는 학생들이다.
일반 대학에서 다른 대학생들처럼 전공을 선택해 공부하면서, 장차 장교가 될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는 우리나라의 ROTC와 비슷하다. 하지만 ROTC가 몇 년 동안만 복무할 초급장교를 양성하는 제도인데 비해, 국방생은 아예 평생직업으로 군대를 택한 이들을 장교로 양성하는 제도이다. 또한 여학생도 선발 대상이라는 점도 우리나라의 ROTC와 다르다.
중국 전역의 약 120개 대학에서 국방생을 양성하고 있고, 흑룡강대학에서도 국방생들이 훈련받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쥔쉰(軍訓 : 군훈, '軍事訓練(군사훈련)'의 약자)이라고 하여, 중.고등학교 및 대학교에서 일정기간 동안 군사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매년 방학 때 몇 주일간 군대에 가서 훈련을 받는데, 이건 꽤 고달픈 모양입니다.
그에 비해 대학의 군사훈련은 입학한 직후 약 2주간만 받으면 되고, 훈련 강도도 오히려 중.고등학교 시절의 군사훈련에 비해 별 것 아니라고 합니다. 일단 군대에 가서 받는 훈련이 아니라 학교 안에서 국방생들을 교관 삼아 받는 훈련이라 느슨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학교마다 훈련의 강도가 다른데, 이 곳 흑룡강대학은 여학생이 많은 학교라 그런건지 특히나 형식적이라고 합니다. (하긴 제 눈에도 꽤나 허술해보였습니다. 그러니 이미 군대 다녀온 한국 남학생들은 새내기들의 군사훈련 보면서 혀를 차거나 비웃기 일쑤입니다. ^^)
지금 대학 다니는 중국 학생들은 이 군사훈련의 유래를 모르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제가 전에 인터넷에서 읽은 글에 의하면, 원래는 이런 제도가 없었는데 89년도 천안문 사태 이후 학생들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킨다는 목적으로 이 제도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전에는 꽤나 엄격했던 군사훈련이 점점 형식화되어 가고 있어서, 몇몇 중국학생들은 몇 년 후에는 아예 폐지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치 군사정권 시절 우리나라에서 교련 과목을 중시했다가, 시대의 변화 속에서 폐지해버린 것과 같은 상황인 듯 합니다. ^^
B취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로 옆의 인도에서 행진하고 있는 새내기들.
앞편의 키 작은 친구들이 여학생이고, 뒤편의 키 큰 친구들은 남학생입니다. ^^
(위) 교관 앞에서 부동자세로 서 있는 남학생들.
(아래) 다른 학생들이 아직 훈련받는 동안, 이미 그 날의 훈련을 끝냈는지 군복차림으로 농구하는 남학생들.
(위) 나름 진지하게 훈련받는 여학생들.
왼쪽 학생들은 발맞추어 행군하는 연습 중이고, 오른쪽 학생들은 태극권의 일종(저 권법의 이름을 뭐라고 들었는데 그만 잊어버린... ^^;;)을 연습하는 중입니다.
(아래) 훈련 중 쉬는 시간에 친구와 한담을 나누거나 핸드폰으로 문자 보내는 여학생들.
머리 스타일이, 머리를 컷트나 단발 또는 긴 머리라도 그물 같은 핀으로 단정하게 정리하는 한국 여군과는 달리, 정식 군인이 아니라 다들 제각각입니다. ^^
학교 경기장에서 훈련받고 있는 새내기들.
연통광장에서 사격연습 중인 새내기들.
사격연습이라지만 실탄으로 사격을 하는 것은 아니고, 사격자세만 연습합니다. ^^
군사훈련 끝내고 학생식당으로 온 새내기들.
군사훈련도 일단 배가 고프지 않아야 받을 수 있는 법...!
학교 밖으로 이사간 후로 처음 들린 C취 학생식당에서 훈련 마치고 저녁 먹으러 온 새내기들을 보고 찍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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