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중국에서 이사하기(2) - 절차, 기타 자잘한 문제

Lesley 2009. 9. 26. 08:05

 


  학교측의 동의 얻기

 

  외주(학교 밖에서 사는 것)를 하려 할 때 그냥 집만 구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원칙적으로 유학생은 학교 안의 기숙사에서 살게 되어 있기 때문에, 외주를 하려면 학교측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동의서를 얻으러 흑룡강대학의 유학생사무실 찾아갔던 일을 생각하면, 참...


  유학생사무실의 직원들, 그 중에서도 젊은 직원들의 태도는 정말 불친절하다.
  물론 중국어 서툰 외국인들에게 이런저런 상담을 받거나 요청 받는 일이 꽤나 성가신 일이라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자신들이 유학생사무실에서 일 할 때는, 말 그대로 '유학생' 관련한 일을 하려 그 곳에서 일하는 것이니,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일 아닌가?
  그리고 이런 저런 일 처리한는데 있어 아무 문제 없이 중국어 구사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뭐하러 비싼 돈 내고 중국어 연수를 받으러 오겠나?  중국어가 서툴기 때문에, 그런 중국어 실력을 높여보겠다고 연수오는 거 아닌가?

 

  정말 유학생사무실 직원 태도에 열이 확 오른다.

  이 날 나에게 학교측의 외주 동의서 서식을 내어주며, 동의서에 첨부해야 하는 기숙사측의 서류 받아오는 방법을 설명해주던 젊은 남자직원은 어찌나 불친절하고 떽떽거리던지...  그만 한 대 때려주면 좋겠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도대체 어렸을 적에 뭘 잘못 먹고 커서 저런 성격이 되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래야 이미 결혼해서 아기 낳은 친구들에게, 그 음식만은 절대로 아기에게 먹이지 말라고 충고해주지... -.-;; )

 

 


  주숙등기 하기

 

  한국에서도 외국인이 그래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중국에서는 외국인이 중국 내에서 집을 얻어 살 경우 관할 파출소에 가서 '외국인 주숙등기'라는 것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다.
  절차 자체가 까다롭다기 보다는, 같은 중국이라도 지역마다 주숙등기 방법이 다르고, 무엇보다 특별한 이유 없이 담당 경찰관 마음대로 거부되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는 첨부서류를 제대로 안 챙겨와도 OK라는데, 어디서는 가져오라는 거 다 가져가도 괜히 한번씩 튕겨보고, 어디는 담당자가 없다는 이유로 몇 번이나 헛걸음 시키고, 어디는 빽이나 돈을 써야만 된다고 하니...
  그리고 원칙적으로 집주인과 함께 가야하는 것도 문제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귀찮아서 대강 넘기려 하기도 하고, 그렇게 주숙등기를 하면 지역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집세의 10% 정도를 세금으로 떼인다니 꺼리기도 한다.  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일정기간 내에 주숙등기를 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 하기에 반드시 해야 하니, 속이 터질 수 밖에...

  나 역시 이 문제로 파출소를 두 차례나 가야 했다.
 
  먼저 첫번째...


  정말 대통령보다도 더 보기 힘든 집주인(대통령 얼굴은 9시 뉴스에서라도 볼 수 있지... -.-;;)을 파출소로 데려가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거짓말까지 했다.

  즉, 만일 이사하고 1주일 안에 주숙등기 못 하면, 외국인은 물론 집주인까지도 같이 벌금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  덕분에 잘 나가는 영화배우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바쁜 집주인이 어찌어찌 하여 겨우 시간을 냈다.  하지만 자리 비웠다는 담당자를 3시간 넘게 기다리다가, 결국 주숙등기를 못 하고 돌아와야 했다.
  이미 이사한지 1주일이 다 되어 가고 있어 벌금 물게 될지도 모르는게 걱정이 되었던지, 이 집주인도 나름 꾀를 내어 계약서상의 날짜를 수정했다.  즉, 원래는 7월 20일부터 내가 그 집에서 사는 걸로 되어 있었는데 24일로 바꿔서, 주숙등기 할 시간을 더 벌었다. (집주인도 같이 벌금내야 한다고 말 한 게 이렇게까지 집주인을 동요시킬 줄이야... ^^;;)

  
  이 날은 정말 피곤했다.

  오전 중에 진쥔과 함께 학교 앞 푸장청(服裝城 : 복장성)에 가서 새 집에서 쓸 이불과 갖가지 물건을 사고, 다시 전자상가에 가서 DVD 플레이어도 샀다.  그런데 오후에는 그렇게 파출소까지 가고, 그나마 목적달성 못 하고 헛걸음 하니 진이 다 빠질 정도였다.
       
  그리고 두번째...

 

  예정에 없던 쓰촨성 여행을 하게 되어 주숙등기 일이 더 급해졌다.
  쓰촨성으로 여행 가서 최소 2주일은 머물 예정인데, 떠나기 전에 주숙등기 못 하면 나중에 하얼빈으로 돌아와 벌금을 왕창 물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름휴가철을 맞아 엄청 바빠진 여행사에서 일하는 집주인은 도통 시간을 못 내니, 나는 점점 초조해지고...


  결국 쓰촨성으로 떠나기 이틀전에 나 혼자 가기로 결심했다.

  집주인에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나 혼자라도 파출소 가서 처리하겠다' 라고 문자를 보내고, 북쪽 날씨 치고 엄청 푹푹 찌는 날씨에 땀 삐질삐질 흘려가며 파출소로 갔다.

  이번에도 담당자가 없다며 나중에 다시 오라는 걸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생겨 당장 내일 귀국해야 해서, 꼭  오늘 해야 한다. 사정 좀 봐달라.' 하고 최대한 공손한 태도와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매달렸다. -.-;; ('내가 쓰촨성으로 놀러가야 하니, 꼭 오늘 처리해야 한다' 라고 말하면, 내가 그 경찰관이라도 안 도와 줄 듯하여... ^^;;)  그러자 나를 상대하던 경찰관이 보기에 버벅거리는 중국어로 사정하는 내가 꽤나 딱해보였던지, 자기가 맡은 업무가 아닌데도 처리해주겠다고 나섰다. (중국에서 관공서, 학교 사무실, 은행 다녀보신 분이라면, 중국직원이 자기 업무가 아닌데도 처리해주는 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잘 아실 것임. )
  이 경찰관은 집주인이 꼭 필요하다면서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자 역시 사회주의 국가답게 경찰의 권력이 세긴 센지, 그 바쁘신 집주인께서 없는 시간 쪼개어 파출소로 오고...  덕분에 시간은 한참 걸렸지만 어찌되었거나 주숙등기를 무사히 마쳤다. (휴우~~~~)

 

 


  짐 옮기기와 청소하기

 

  지금은 이미 귀국했고 당시는 하얼빈 떠날 날을 겨우 며칠 앞둔 B와 M이 이살갈 집을 청소하는 것을 도와줬다. 

 

  그런데 이사갈 집이 다른 세입자가 살았던 집이 아니라, 집주인이 살았던 집인데도 어찌나 더럽던지... 
  물론 한국과는 달리 집안에서도 신발 신고 생활한다는 점(그래도 중국 사람들이 밖에서 신던 신발 안에서까지 신지는 않고, 안에서는 따로 슬리퍼 신기는 함.)과 맞벌이 하면서 살림에 신경쓰는게 힘들다는 점은 알겠는데, 그래도 너무 지저분했다.  그냥 청소를 며칠 못 해서 더러운 게 아니라, 묵은 때가 거실 바닥에 끼어 대걸레로 아무리 박박 닦아도 소용이 없었다.  나중에 J군이 치약에 연마제와 소독제 성분이 들어있으니 써보라고 충고해서, 치약을 물에 개어 거품을 내어 거실과 주방 바닥에 뿌려 대걸레로 닦았다.  그랬더니 그래도 좀 사람 사는 집처럼 변했다. 
  게다가 주방의 상태는 더 엉망이었다.  식탁은 어찌나 끈적거리는지 거기서 밥 먹으면 무슨 병에라도 걸릴 듯 해서 사용 안 하기로 했다.  그리고 어차피 부엌 살림도 별로 없겠다, 주방의 찬장은 아예 안 쓰기로 했다.  찬장 문을 한 번 열어보니 청소할 엄두도 안 날 정도로 더러운 게, 바퀴벌레가 떼로 모여 아지트로 삼고 있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였다. ㅠ.ㅠ

 

  짐은 여러 번 나눠서 옮겼다.

  B와 M이 청소하러 오면서 약간 옮겨줬고, 두 사람이 하얼빈을 떠난 후에 내가 두 세 차례 더 청소하러 가면서 그 때마다 조금씩 계속 날랐다.  그리고 B가 사과박스로 한 박스 물려주고 간 부엌살림과 책 등 무게가 좀 나가는 것은 J군이 한 번에 날라줬다.
  그런데 M이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을 대충 흘려들었는데, 나중에 후회했다.  M은 아무리 한 사람 분의 짐이라고 해도 양이 꽤 된다면서, 하루 날 잡아서 여러 사람의 도움 받아 한 번에 짐을 옮기라 했다.  아니면 자신과 B가 하얼빈 머무는 동안 최대한 많은 짐을 옮기라고, 자기들 떠나고 나면 누가 도와주겠냐고...  그 때는 대수롭지 않게 들었는데, 정말 몇 차례에 걸쳐 짐 옮기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은근히 사람 진을 빠지게 만드는 일이었다. ㅠ.ㅠ

 

 


  밥 해먹으며 살기

 

  한국에서 지낼 때도 살림과는 도통 거리가 먼 나였기에, 기숙사를 나오자 당장 밥 해먹고 사는 게 큰 일이었다.

  부엌 살림은 귀국한 B가 자신이 쓰던 것을 한 박스나 물려주고 간 통에 따로 장만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부엌 살림만 있으면 뭐 하나, 정작 부엌 살림으로 뭘 만들 줄을 모르는데... -.-;;  그래서 처음 이사와서는 허구한 날 라면, 콘플레이크, 빵만 먹고 살았다.
  그런 내 모습이 한편으로는 불쌍해 보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심해보였던지, 진쥔이 자기 집으로 불러다가 마파두부니, 카레니, 제육볶음이니 하는 것들을 만들어 먹여줬다. (제육볶음은 내가 데려간 한국식당에서 딱 한 번 먹어보고는, 그 재료에 대해 나한테 대충 듣고 비슷하게 만들어냈음. 요리 능력자인 모양임... ^^)

 

  하지만 쓰촨성에서 돌아온 뒤로는 계속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될 듯 해서, 나도 팔걷어 부쳤다.

  김치볶음밥, 김치찌개, 소불고기, 동그랑땡 등에 도전을 해봤는데, 의외로 그럭저럭 먹을만한 맛이 났다. ^^  진쥔은 내가 그렇게 요리에 재미붙일 줄 몰랐다고 놀라워하고, 귀국한 B와 M도 인터넷이나 전화 통해 내가 이것저것 만들어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라워했다.  하지만 역시나 제일 놀란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

 

  그러나 그것도 한동안이었고, 다시 요리가 시들해졌다.
  그래서 학교의 학생식당을 자주 이용했는데, 문제는 신종플루로 학교가 방학이 되면서 학생식당도 많이 문을 닫았다는 거다. 이제 또 다시 라면, 콘플레이크, 빵을 먹는 생활을 하고 있다. -.-;;  그저 학생식당이 빨리 정상화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