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중국에서 이사하기(1) - 집 구하기, 계약

Lesley 2009. 9. 24. 23:50

 


  바로 전 포스트에서 밝혔듯이 이사한지 겨우 두 달 되었을 뿐인데, 앞으로 한 달안에 다시 이사가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왜 이렇게 일이 꼬이는지... ㅠ.ㅠ
 
  사실은 여름방학 시작하면 먼저번 이사에 얽힌 사연을 포스팅하려 했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갑자기 쓰촨성에 가게 되면서 그 일은 그냥저냥 묻혀버렸다. 
  하지만 신종플루 덕분에 또 다시 방학을 맞게 되어 시간도 넉넉해졌고(사실은 시간이 넉넉하면 안 됨. 공부하느라 시간이 부족해야 하는데... ㅠ.ㅠ), 졸지에 다시 이사가게 생겼으니 먼저번 이사를 되새겨 반면교사로 삼을 겸, 먼저번 이사에 관한 일을 포스팅하려 한다.  일단 먼저번 이사에 대한 포스트를 1편과 2편으로 올리고, 나중에 다시 이사를 하고서 그 다음 편을 올릴까 한다.

 

  중국유학 중 나처럼 학교 밖에서 셋집을 구하려는 분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1편을 시작하겠다.

 

 


1. 방 구하게 된 배경

 

  원래는 기숙사를 나갈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 학기말, 곧 다가오는 여름방학 때 그대로 기숙사에 머물지 혹은 귀국이나 여행 등으로 퇴실할지를 기숙사 프론트 데스크에 신고하라고 하여 찾아갔다가,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나는 9층에 있는 방을 썼는데, 기숙사측에서 앞으로 9층에 유학생을 받지 않기로 했다면서 6층이나 7층으로 옮겨가라 했다.

 

  사실 9층에는 유학생이 나를 포함하여 달랑 2명 밖에 없었다.

  처음 내가 방을 배정받았을 때만 해도 10명 이상 있었던 듯 한데, 유학생이 우글거리는 5~8층에 비해 사람이 적다 보니 무섭다고 다들 아래층으로 옮겨갔다. (도대체 뭐가 무섭다는 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는... -.-;;)  나로서는 오히려 그렇게 사람이 적기에, 더 좋았다.  주말에나 일반 투숙객들이 9층에 한꺼번에 묵어 어수선했지, 평일에는 다른 층보다 유난히 조용했다.
 

  그리고 이건 아마 기숙사에서 층별로 물탱크를 이용해서 생기는 일인 듯 한데...

  사람이 많은 층에서는 수압이 너무 낮고, 밤 11시쯤 되면 물이 아예 끊겨서 학생들이 많이 불편해했다.  하지만 내가 사는 9층은 사람이 적다 보니 그런 문제가 없었다. (한밤중에 내 방 왔던 애가 화장실에서 물 틀었다가 깜짝 놀랄 정도로, 다른 층과 수압 수준이 달랐음 ^^)  다른 층은 황당하게도 뜨거운 물은 펑펑 쏟아지면서 차가운 물은 툭하면 끊겨서, 이 사람 저 사람 할 것 없이 샤워하다가 데어죽을 뻔한 경험을 몇 번씩 해봤을 정도다. -0-;;  하지만 난 그런 황당한 경험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결국 기숙사측에서 갑자기 6층 또는 7층으로 가라 한 일이 계기가 되어, 학교 밖으로 이사하기로 했다. 
  사실 이 일 말고도 한국인이 우글거리는 기숙사의 환경, 학교 밖에서 집을 얻는 경우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기숙사비, 가깝게 지내던 아이들의 귀국을 앞두고 어수선해진 마음 등 여러가지 이유로,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2. 첫번째 시도 실패

 

  그렇잖아도 엄청나게 넓은 학교인데, 오가는 거리라든지 안전문제 등을 고려할 때 학교 안에서 집을 얻는 게 나을 듯 했다.
  그래서 학교 안에 있는 교직원 아파트인 '자수로(家屬樓 : 가속루)'를 우선순위로 찍고 알아봤다.  다행히 한국인 유학생 중 가족단위로 하얼빈에 왔거나 또는 연세가 높으신 분의 경우는 기숙사가 아닌 자수로에서 사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그 분들을 통해 알아봤다.  마침 한 분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빼고 더 넓은 곳으로 옮겨갈 거라 하셨는데, 그 집에 가보니 크기나 시설이 내 마음에 꼭 들었다.
 
  하지만 집주인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구구절절 쓰지 않겠다.  다 설명하자면 너무 장황해 질 듯 하여...  어찌되었거나 내가 그 집으로 이사하려면 8월말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당장 7월에 이사하기를 원했던 나는 그 집으로 이사할 수 없었다.

 

 


3. 두번째 시도 성공

 

  학교 안에서 집 구하는 것을 실패한 뒤로, 학교 바깥으로도 눈을 돌렸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쉐푸화위엔(學府花園 : 학부화원)이란 이름의 아파트 단지에서 세를 놓는다는 광고지를 보고, 연락을 했다.


  그런데 집주인이라는 사람이 어찌나 바쁜지...

   전화할 때마다 무슨 기관총을 쏘아대듯이 정신없이 말을 했다.  그리고 방을 보러 가겠다고 약속을 잡아놓은 게, 주인의 사정으로 2번이나 취소되었다.  그러자 진쥔은 집주인이 나에게 집을 빌려줄 생각 없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 시작했고... (알고보니 정말로 바쁘긴 바쁜 사람이었음. 여행사 직원인데 언제나 여행관련 문의하는 고객의 전화를 응대하느라 다른 일은 아무 것도 못 할 지경이었음.)

  그러다가 대통령보다도 더 바쁘신 이 집주인이 드디어 시간을 내어 진쥔과 그 집을 찾아갔는데, 시설이나 가격이나 모두 괜찮은 편이었다.  주인이 집값을 올릴 심산으로 좀 튕기기는 했지만, 며칠 기다려도 다른 세입자 후보가 안 나타났는지, 결국 계약을 하자고 나에게 연락을 했다.

 

  계약서를 작성하러 간 날, 정말 진쥔 없었으면 아무 것도 못 할 뻔했다.
  내 중국어 실력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여서 진쥔과 함께 간건데, 진쥔은 나 뿐 아니라 집주인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집주인이란 사람이 계약서도 준비 안 해서, 진쥔이 들고 온 진쥔이 사는 집 계약서 없었으면 우리는 그 날 계약 못 했을지도 모른다. -.-;;  진쥔은 내가 미리 부탁한 것도 아닌데 자기 계약서를 들고 왔고, 집주인은 그 계약서를 모델 삼아 세부적인 내용만 내가 살 집의 상황에 맞춰 수정해가며 계약서를 작성했다.
  나는 두 사람이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계약서 작성하는 동안, 지루함을 참아가며 컴퓨터 모니터만 노려볼 뿐이고... -.-;;  진쥔을 따라온 진쥔과 함께 사는 친구는 난생 처음 온 남의 집에서 TV 틀어놓고 깔깔대고 웃으며 너무 즐거워 할 뿐이고... -0-;;
 
  다만, 이 날 계약할 때, 한 가지 애매한 문제가 있었다.

  장기출장 간 남편이 돌아오면 다시 이 집으로 들어와 살아야 한다면서, 남편이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일단 3개월만 계약하자고 했다.  사실 이 부분은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했다. (그리고 결국 이 3개월짜리 계약기간에 걸려, 결국 지금 이렇게 다시 이사를 준비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음. ㅠ.ㅠ)
  하지만 이 때는 마음이 정말 급했다.  일단 이미 한 번 계약하려던 집을 못 얻은 일 때문에도 그랬고...  또 내가 집을 구하려는 것을 안 중국학생들이 '지금 중국도 취업난이 심해서, 취업 대신 대학원 시험이나 유학 준비하는 졸업생이 많다. 그런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고향으로 안 가고 학교 근처에 집을 얻어 공부를 하기 때문에, 집 구하기가 힘들다.  그러니 마음에 드는 집을 보면 무조건 계약해라.  안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뺐긴다' 라고 충고했기 때문에, 더욱 더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래서 3개월짜리 계약서에 싸인을 했다. (결국 내가 내 무덤을 판 셈이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