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에 다시 하얼빈으로 돌아온 후 거의 하루에 한 편씩 정신없게 쓰촨성 여행기를 올렸다. (중국어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이미 HSK 11급도 문제없이 땄을거다...! ㅠ.ㅠ)
쓰촨 먹거리 관련 포스트로 사실상 쓰촨성 여행기는 끝난 셈이다. 하지만 8월 21일에 하얼빈으로 돌아온 뒤 지금까지 열심히 써내려간 여행기를 그만 접으려니 섭섭한 생각이 들어서, 쓰촨성 여행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여행과는 직접 관련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번 포스트를 올린다.
하얼빈으로 귀환...!
일단, 더양에서 하얼빈으로 돌아오며 겪은 2박 3일간의 기차여행에 대해서는 굳이 쓰지 않겠다. 장거리 기차여행의 지루함에 대해서는 '쓰촨성으로 출발 - 장거리 기차여행(http://blog.daum.net/jha7791/15790540)'에서 이미 구구절절 썼으니까... ^^
하지만 재미있는 사연이 두 가지 있었다.
먼저 첫번째 사연...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진쥔의 침대와 내 침대 아래의 두 침대를 할머니, 할아버지, 손자가 함께 썼다. 이제 예닐곱살 정도로 보이는 손자는, 그 또래 남자애들이 흔히 그렇듯이 아주 활발하고 기운이 넘치는 장난꾸러기였다.
그런데 어찌어찌 하여 이 애가 내가 한국인임을 알게 되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외국인을 처음 보는 이 애가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한국인...! 정말 한국인이에요? 한국인 맞아요?'하고 말을 했다. (무슨 운동회에서 응원하는 수준으로 큰 목소리였다. -.-;;) 덕분에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도 다 나를 쳐다보고... ㅠ.ㅠ 정말 무안해 죽는 줄 알았다.
그리고 두번째 사연...
더양에서 선양(瀋陽)까지 기차를 타고 와서 다시 하얼빈행으로 갈아탔는데, 입석표 밖에 없었다. 우리는 이미 장거리 기차여행으로 지쳐서 도무지 6시간을 서서 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진쥔이 꾀를 내어 식당차로 가자고 했다. 거기에서 맛이나 양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음식을 시킨 덕에 편히 앉아서 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음식을 가져다주던 여직원이 진쥔에게 '23, 24살 정도로 보인다. 맞냐?' 라고 물었다. 진쥔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이번에는 나를 보더니 '이쪽은 20살 정도로 보인다.'라고 하고는 갔다. (같은 동양인이라도 기후 탓인지, 한국인은 중국인에 비해 기본적으로 5살, 운 좋으면 10살 정도 젊어보임. ^^) 진쥔이 기막혀 하면서 '어째서 저 사람은 너를 나보다 더 젊게 보는거냐?' 라고 하기에 '내가 젊어보이는 게 아니라, 네가 늙어보이는 거야.' 라고 했더니, 진쥔이 (-.-;;) ← 딱 이런 표정을 지었다. ^^
이번 쓰촨 여행은 이전에 했던 두 차례의 중국배낭여행과 여러가지로 달랐다.
일단 이전의 배낭여행 때는 출발 한 달 전부터 책이란 책은 다 읽고, 인터넷 자료란 자료는 죄다 찾아가며,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쓰촨성 여행기' 카테고리에 올라간 첫 포스트 제목인 '갑작스레 쓰촨성(四川省) 여행 떠나게 된 사연(http://blog.daum.net/jha7791/15790537)'에서 알 수 있듯이, 너무 갑작스럽게 아무 준비없이 떠났다. 덕분에 현지에 가서 시행착오도 많았고 시간낭비도 많았다. 한여름에 장거리 여행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라 더위에 많이 지치기도 했고...
그러나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
이전 배낭여행 때와는 달리 현지인의 집(진쥔네 집)에서 장기간 머물렀던 것은 분명히 쉽게 겪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황당한 일을 많이 겪기는 했지만 내 인생 최초로 패키지 여행이란 것에, 그것도 몇몇 사람 빼고는 온통 현지인들만 있는 외국 패키지 여행에 참여해봤고...
여행 때는 이런 저런 일로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하얼빈으로 돌아와 여행기를 블로그에 올리면서 다시 돌이켜보니 재미있고 유익했던 여행이었다. 여행 때는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여행기 쓰다 보니 정작 여행 때는 미처 생각 못 했던 느낌이나 생각들이 떠오른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도 이번 여행은 계속 기억에 남을 듯 하다. ^^
그리고 이번주 화요일(9월 8일)에 진쥔의 엄마가 하얼빈에 오셨다.
진쥔의 엄마가 회의 참석차 베이징으로 올라오신 김에, 딸을 보러 하얼빈까지 오셨다.
쓰촨에 갔을 때 열흘 넘게 진쥔네 집에서 신세를 졌으니,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그래서 진쥔에게 엄마 오시면 언제 나와 식사할 수 있는지 날짜 정해서 알려달라고 말해놓았다. 그런데 나는 연락이 오더라도 수요일이나 목요일쯤 올 줄 알았다. 베이징에서 하얼빈까지 제일 빠른 기차로 와도 8시간인데, 오시는 그 날(화요일)은 피곤해서 푹 쉬고 싶어하실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화요일에 만날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상일은 언제나 예측불허...!
화요일 저녁에 진쥔이 갑자기 전화를 하여 '오늘 저녁 어떠냐?' 라고 물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날 따라 점심을 대충 먹어서 배가 많이 고파, 5시 밖에 안 되었는데도 저녁밥을 먹던 중이었다. -.-;;
내가 당황해하자, 진쥔도 눈치채고 이미 밥 먹은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 짧은 순간에 얼른 머리를 굴려 얻은 결론은 '진쥔 엄마가 오시면 진쥔과 함께 백두산 여행가신다 했으니, 어쩌면 오늘 아니면 식사 대접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라는 거였다. 그래서 간단하게 간식 먹고 있었던 것 뿐이라고 괜찮다고 대답하고, 한국식당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사실은 이미 밥그릇의 밥을 3분의 2는 먹은 상태였음... ㅠ.ㅠ)
그렇게 한국식당 '아지트'에서 진쥔과 진쥔 엄마를 만나 삼겹살, 순두부찌개, 김밥을 시켜서 먹었다.
처음 한국 음식 드신다는 진쥔 엄마 입에 한국음식이 잘 맞을까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맛있게 잘 드셨다. ^^ 그런데 정말 슬픈 사실 하나... 이미 저녁밥을 먹었는데도, 삼겹살이 잘도 입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ㅠ.ㅠ
지난 3주일 동안 방학 말미와 학기초라는 점을 이용해서 평균 하루에 한 편씩 포스팅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개학 2주가 다 가고 있어서 다시금 숙제에 치여사는 일상이 시작되어(ㅠ.ㅠ), 지금처럼 자주 포스팅을 할 수가 없다. 이제 쓰촨성 여행기 마무리 짓는 김에, 블로그에 포스트 올리는 시간 간격도 다시 지난 학기 수준으로 되돌려야 할 듯 하다. (일주일에 두 편 정도...) 안 그러면 블로그 관리만 하다가 남은 중국어학연수 기간을 다 보낼 듯 하다... ^^;;
하지만 개학한지 이제 2주일을 거의 채워가는 지금, 언제나 그렇듯이 나의 하얼빈 생활은 하루 하루가 아~~주~~ 스펙터클하다. '쓰촨성 여행기'를 이제 끝내게 되었지만, 벌써부터 '하얼빈 생활기'에 포스팅할 거리가 넘쳐흘러서, 무엇을 포스팅할지 고르는 것도 만만치 않을 듯 하다. 그 만큼 새 학기의 시작이 요란벅적 하다. (정말 나 귀국하기 전에 '이제야 일상이 일상답게 평범하군.'하고 느낄 날이 오긴 올런지 모르겠다. ^^;;)
'- 중국 여행기 > '09년 쓰촨(사천)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쓰촨성의 먹거리와 환환(歡歡) (0) | 2009.09.09 |
---|---|
덕양(德陽) 종고루(鍾鼓樓)에 얽힌 사연 (0) | 2009.09.08 |
두보초당(杜甫草堂), 영릉(永陵) (0) | 2009.09.06 |
금사(金沙 : 진사) 박물관 (0) | 2009.09.06 |
구채구.황룡 (3) : 구채구(九寨溝) - 下 (0) | 2009.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