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09년 쓰촨(사천)성

쓰촨성의 먹거리와 환환(歡歡)

Lesley 2009. 9. 9. 14:50

 

 

  같은 중국이라도 지역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당연히 음식도 다르다.

  내가 지금 공부하고 있는 둥베이(東北 : 동북) 지방의 음식이 짠데 비해, 쓰촨성의 음식은 굉장히 맵고 자극적이다. (기름지다는 얘기는 빼겠음. 이 지방 음식이고 저 지방 음식이고, 결국 한국인 입에 무척 기름지기는 마찬가지니까... ^^)

 

 

※ 참고

 

  보통 쓰촨 음식, 광동 음식, 산동 음식 등 성(省) 단위 또는 베이징 음식, 상하이 음식 등 도시 단위로 음식을 구별함.  그런데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동북 3성(헤이룽장성, 랴오닝성, 지린성)의 경우는 그냥 세 지역의 음식을 하나로 묶어 '둥베이(東北 : 동북) 음식'이라고 말한다.

 

 

 

1. 공포의 투토우(兎頭 : 토두, '토끼 머리')

 

  쓰촨 요리 중 하나인 투토우를 소개합니다...!

(하얀색으로 보이는 게 토끼의 이빨임. ㅠ.ㅠ)

 

  전에 진쥔에게서 쓰촨 사람들이 여름에 맥주와 함께 투토우를 즐겨 먹는다는 소리 듣고 기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진쥔과 진쥔의 엄마, 고모, 고모 아들과 함께 더양을 가로지르는 강가에 있는 투토우 가게에 가서 투토우를 먹었다.  난 너무 무서워서 먹고 싶지 않았는데, 다들 맛있다고 먹어보라고 하도 열심히 권해서 아주 조금 먹어봤다... ㅠ.ㅠ  그래도 다행인 것이, 진쥔이 투토우를 무서워하는 나를 위해 토끼의 이와 뇌(腦) 부분을 피해서 뜯어줘서, 그나마 덜 무서운 부분을 먹을 수 있었다. ^^;; 

 

 

  우리가 투토우를 먹은 강변에 자리잡은 투토우 요리집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진쥔 엄마의 얼굴은 해바라기로 살짝 가려주는 센스를~~ ^^)

 

  그런데 이 투토우란 것이 중국인 모두가 즐겨먹는 음식은 아니다.

  마치 한국에 보신탕이나 곱창구이 같은 음식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한국인이 먹는 게 아니 듯이 말이다.  보아하니, 이쪽 북방지역에서는 잘 안 먹는 음식인 듯 하다. 

  나중에 하얼빈에 돌아와서 하얼빈 등 북방 출신 중국학생들에게 투토우 먹은 얘기를 했더니, 대부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말?' 하는 반응을 보였다. ^^  '너희는 중국인인데도 먹어본 적 없냐' 고 물었더니, 그런 음식이 있는 것은 알지만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했다.  심지어 어떤 중국학생은 어떻게 그런 걸 먹느냐며 나를 좀 징그럽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기까지 하고... ^^;;

 

  그리고 투토우에 얽힌 사연 한 가지...

  내가 구채구 가려고 진쥔네 집을 떠나 청두의 멍즈뤼 유스호스텔에 머물렀던 때, 그 방안의 중국인 룸메이트들 사이에서 이 투토우를 두고 토론이 벌어졌다.
  선전에서 왔다는 여자는 쓰촨성 사람들이 투토우 먹는 것을 보니 역겹다면서, 투토우를 먹는 사람들은 변태라고 했다. (나도 투토우를 보고 기겁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뭐 변태씩이나... ^^;;)  하지만 상하이에서 왔다는 남자는 쓰촨성에 미녀들이 많은 이유는, 쓰촨성 여자들이 투토우를 먹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니, 이건 또 무슨 독특한 이론? ^^;;)
  그렇게 열심히 그 문제에 대해 토론을 벌이더니만, 나중에는 토론의 주제가 '선전과 상하이 중 어디에 미녀가 더 많은가'로 변했다.  꽤 재미있는 얘기여서 끝까지 듣고 싶었지만, 그 날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잠들어서 결론이 어찌 났는지 듣지 못 했다. ^^;;

 

 

 

2. 훠궈(火鍋 : 화과, '중국식 샤브샤브')

 

  이 쓰촨의 유명한 훠궈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포스트(http://blog.daum.net/jha7791/15790546)에서 다루었지만, 이왕 쓰촨 음식 얘기가 나온 김에 다시 한 번 소개할까 한다.  

 

  더양에서 마파두부와 함께 쓰촨 요리의 대명사인 훠궈를 두 번 먹어봤다.

  첫 번째는 더양에 도착한 다음 날 진쥔과 진쥔의 친구와 함께 먹으러 갔고, 두 번째는 하얼빈으로 돌아오기 며칠 전에 진쥔의 엄마와 진쥔과 셋이서 먹으러 갔다.

  첫 번째 쓰촨 훠궈를 먹을 때는 '둥베이 지방의 훠궈와 비교도 안 되게 맵구나. 혀가 마비되는 것 같다.'라는 느낌만 강렬했다.  두 번째 먹을 때는 매운 것도 매운 거지만, 재료의 다양함에 놀랐다.  물론 첫 번째 먹을 때 이미 돼지 배껍질을 넣어 먹는 것을 보고, 고기, 채소, 어묵, 두부, 면 등 평범한 재료를 넣어 먹는 둥베이 훠궈와 다르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하지만 두 번째 먹을 때는 재료가 더 다양해졌다.

 

두 번째로 먹으러 갔던 훠궈식당에 나온 훠궈

(누가 매운 쓰촨 요리 아니랄까봐, 국물에 고추를 잔뜩 넣어서 시뻘건 색임. ^^;;)

 

  사진에 나오는 검은색 사각형 나무통 안에 색깔이 적갈색인 젤리나 푸딩 비슷한 음식이 빨간색 소스 비슷한 것과 함께 들어있었다.

  진쥔에게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소의 피란다...! (허걱...! @.@) 즉,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바로 선지였던 것이다...! ㅠ.ㅠ 

  그러더니 선지 덩어리를 훠궈 국물 안에 넣어 익혀서는 내 그릇에 덜어주며, 맛을 보라고 계속 권했다.  나는 무서워서 안 먹겠다고 하는데, 옆에서 진쥔 엄마까지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고 거들고 나서시고...  덕분에 한국에서도 징그럽다고 안 먹어본 선지를 중국에 와서 먹어봤다. -.-;;

 

 

 

3. 야토우(鴨頭 : 압두, '오리 머리')

 

  이건 쓰촨에서 경험했던 일은 아닌데, 쓰촨 요리 이야기 쓰는 김에 여기에 함께 쓸까 한다.

 

  7월에 귀국한 M, 진쥔, 나 그렇게 세 명이서 '트랜스포머'를 보러 영화관에 갔다가, 영화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남아 간단하게 요기를 하기로 했다.

  그 때 진쥔이 사서 먹은 것이 야토우, 즉 오리 머리였다...!  진쥔의 말로는 쓰촨에서는 여름이 되면 저녁 때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 야토우나 투토우를 먹으며 시원한 맥주를 마신다 했다. 

  영화관이 있는 백화점의 지하 식품매장에서 진쥔이 야토우를 샀다.  그 옆에서 나와 M은 빨간색으로 된 정체불명의 음식을 보면서 '도대체 이게 뭐냐?' 라고 했다.  오리 머리라는 것을 알고서 우리 두 사람은 완전히 얼어붙어버렸는데, 그런 우리 눈 앞에서 주인 아줌마는 진쥔이 고른 야토우 두 세 개를 손도끼 비슷하게 생긴 칼로 한 번에 양쪽으로 쩍쩍 갈라 주셨다. -.-;;

 

 

야토우를 이미 열심히 먹고 있는 진쥔과 어색하게 손에만 들고 있는 M. ^^

 

  영화 시작하기 전에 남는 시간에 산 야토우를 진쥔이 하도 열심히 권해서 일단 받아들기는 했는데, 먹을 엄두가 안 나서 그냥 손에 들고만 있는 M양의 모습이다. ^^ 

 

 

M양의 손에 들린 반으로 갈린 야토우

 

  사진이 조금 흔들려서 흐릿하게 나온 게 유감이다.

  M양의 손에 잡힌 부분이 오리의 튀어나온 입 부분이고(입과 머리가 닿는 부분에 콧구멍도 보임. 콧구멍을 통해 배경의 화분에 있는 식물의 잎사귀도 보임. ..^^), 머리 부분에 흐릿하게나마 보이는 구멍 같은 것이 오리의 눈 부분이다.

 

 

 

 

* 환환(歡歡)

 

 

  '환환(歡歡)'은 진쥔의 집에서 키우는 개다.

  이미 12살이나 13살이라고 하니, 사람으로 치면 환갑, 진갑 다 보낸 상노인이다. ^^

  내가 처음 진쥔의 집에 갔을 때는 당장이라도 나를 물어 찢어놓기라도 할 것마냥 무섭게 짖어대더니, 그 날 식사 때 나온 고기를 몇 점 준 뒤로는 어찌나 살갑게 굴던지... (사람이나 동물이나 뇌물 좋아해서 큰일이다...^^)  진쥔의 엄마는 종종 이 환환을 가리켜 '우리집 경비원'이라고 하셨지만, 고기 몇 점에 혹해서 낯선 사람에게 꼬리치며 애교 떠는 녀석이 경비원은 무슨 경비원... ^^;; 

 

 

자신의 보금자리인 바구니 속에 들어가 있는 환환

(위의 사진은 꽤나 요염한...? ^^)

 
  어찌되었거나 이 녀석은 내가 거기에서 지내는 동안 점점 나를 좋아하게 되었다.

  내가 몇 시간 나갔다가 돌아오면, 마치 몇 달 헤어졌던 애인 반기듯이 격렬하게 반겼다. ^^


  심지어 환환이 올라오는 게 금지된 계단을 올라와 내 방까지 들어왔는데, 그 때는 정말 놀랐다.
  침대 위에 누워 여행책자 읽고 있었는데, 인기척도 없이 문이 스르르 열렸다.  진쥔이나 진쥔의 부모님은 반드시 노크를 하거나 내 이름을 불러서 내가 대답한 후에야 들어오셨기 때문에, 놀라서 문을 쳐다봤더니 문은 열렀건만 사람이 안 보이는 것이다...!

  한 밤에 혼자 있을 때 그런 일이 생기니, 무슨 공포영화 속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다... ㅠ.ㅠ  그런데 작게 '타닥타닥'하는 소리가 들려 문 아래쪽을 봤더니 환환이었다...! -0-;;  아마 방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었는지, 환환이 자기 몸으로 문을 밀어 열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문을 열고서는 꼬리치며 반갑게 다가서는 녀석을 번쩍 들어다가 거실 바닥에 내려다놓고, 매정하게 방문을 꽉 닫아버렸다. ^^

 

 

PS. 

  환환(歡歡)은 중국에서 흔한 여자이름이다.

  내가 아는 흑룡강대학 여학생 중에도 이런 이름을 가진 학생이 하나 있는데, 그 애는 자기 이름이 개 이름으로 쓰이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