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잘못된 한글 표지판
'나는 돌에 주의하고 통행인은 조심하십사오' 라니, 도대체 이게 무슨... ㅠ.ㅠ
'나는 돌' 이란 것은 아마도 낙석을 의미하는 듯 하다. 그리고 '조심하십사오'란 말은, 참... -.-;; 세종대왕께서 아신다면 지하에서 벌떡 일어나실 일이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듯 한 호수의 모습
구채구에 있는 여러 호수의 신비함은 환상적인 물의 색깔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렇게 많은 수목과 수풀이 물 안에 가라앉은 채 맑은 물을 통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새파랗다 못 해 형광색으로 빛나는 호수
위의 초록빛과는 달리 밝은 파란색이라, 마치 일부러 파란색 조명을 비춘 듯 하다.
장족 마을을 본 딴 기념품 거리
최근에 뚝딱뚝딱 지은 게 너무 티가 나는 마을이다.
정확히 말하면 마을이 아니라 기념품 파는 가게들이 즐비한 거리이다.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급조한 티가 너무 나서 마음이 끌리지 않았지만, 일행 중 S가 너무 가고 싶어해서 잠시 둘러보기로 했다.
장족이 믿는 티벳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법경을 돌리며 걷는 사람들
온갖 기념품 가게가 즐비한 거리
제법 예쁘장한 작은 수제 가방들이 많았다.
다만, 가방마다 앞면에 커다랗게 '구채구'라고 빨간색 실로 새겨놓은 게 흠이었다. -.-;; 그 글씨만 없었어도 한 개 쯤 구입했을 듯 한데...
팬더 전문점(?)
소수민족의 분위기를 내는 거리에 잔뜩 늘어선 팬더 관련 상품이 너무 안 어울렸다.
그리고 저 팬더 얼굴 모양의 가방들... 저건 마치 팬더 머리들을 잔뜩 잘라다가 쭉 늘어놓은 듯 해서, 어째 기분이 좀... ^^;;
잠시 한담을 나누는 셔틀버스의 가이드들
구채구 안을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에는 저렇게 장족 복장을 한 가이드들이 한 명씩 타고서, 승객들에게 버스가 지나치는 지역에 대해 설명해준다.
그런데 저 가이드에 얽힌 작은 사건 하나...
나와 S, S2가 오전 10시부터 5시 넘어서까지 온종일 돌아다녀 꽤 지친 상태에서 셔틀버스를 탔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상당수 관광객이 이미 출구 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는데, 우리는 나가기 전에 하나라도 더 보겠다고 구채구 안쪽으로 들어선 것이다. 그래서 버스 안에 승객이 우리 밖에 없었는데, 장족 가이드가 '어디서 내릴 거냐?'라고 물었다. 승객이라고는 우리 밖에 없으니 우리가 내리지 않을 정류장은 그냥 지나칠 생각이었던 듯 했다.
그런데 하루종일 구채구 안을 돌아다녀 몸은 몸대로 지치고, 아무리 멋진 풍경이라지만 온종일 물만 바라봤더니 좀 질리는 느낌도 없지 않았고... 세상만사 귀찮아진 우리는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니 수이볜(당신 마음대로 해요)', '주자이고우(구채구)', '런허디팡 도우 커이(아무데나 괜찮아요)' 등등 정말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했다. -.-;; 지금 생각하면 질문을 한 사람이 기분 나빠할 정도로 성의 없이 대답한 듯 한데, 그 때는 우리 세 명 모두 '에라, 모르겠다.' 식의 기분이었다. 우리의 황당한 대답에 가이드는 '뭐 이런 이상한 것들이 다 있지?' 하는 표정을 지었고... -.-;;
결국 가이드는 우리에게 '이 곳에서 내리면 폭포도 있고 호랑이 호수도 있다' 하며 우리를 폭포 근처에 내려주고 갔다. ^^;;
시원스레 쏟아지는 폭포수
저 폭포는 실제로 보면 웅장한 편이다.
하지만 내 디카가 워낙 비루하고 졸렬한 자동 카메라인지라, 저 정도 사진 밖에 건지지 못 했다. ^^;;
구채구 호숫가에 핀 이름 모를 들꽃
사실 한국에 있을 때는 꽃 같은 것에 대해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하얼빈에서 지내면서 봄이 절반 이상 지나가도록 봄꽃을 못 보는 일을 겪었더니, 갑자기 꽃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꽃도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들꽃이지만, 하루종일 온갖 색깔의 물만 쳐다봐서 마침내 지친 나의 눈을 달래기에는 충분했다.
이 구채구.황룡 여행은 여기에 쓰지 않은 자잘한 사연까지 합치면 정말 파란만장했는데, 청두로 돌아가기 위해 구채구 공항에 간 마지막 순간까지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
예의 그 무책임한 가이드는 승객들이 비행기 탑승 수속 받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지도 않고, 그냥 공항에 데려다만 주고서 훌쩍 떠나버렸다. -.-;;
우리는 수속을 다 밟고서 2시 좀 넘어 출발한다는 비행기를 기다렸는데, 계속 연착이 되어 무작정 대기하는 상태가 되었다. 한국인, 중국인 할 것 없이 모두들 고산증과 감기 기운이 겹쳐 파김치가 되어, 노숙자 마냥 공항 의자에 길게 누워 비행기 타는 순간을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저 쪽이 와글와글 해지는 것이다.
무료하던 차에 무슨 일인가 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갔더니, 여러 중국인들이 비행기 탑승할 때 거치는 게이트에서 항공사 여직원 한 사람을 둘러싸고 거칠게 항의하고 있었다. 사연인즉슨, 그 날 아침 8시에 뜨기로 되어 있던 비행기가 오후 3시가 다 되도록 계속 연착이 되니, 승객들이 잔뜩 화가 난 것이다. 졸지에 그 많은 승객의 항의를 혼자 감당하게 된 여직원은 눈물 줄줄이 흘려가며 서류를 뒤적이고 있고...
안 됐구나 하는 생각 하며 뒤돌아 서는데, 뒤쪽이 아까보다 더 시끄러워졌다.
이번에는 또 뭔가 싶어 가봤더니, 아까 그 여직원이 땅바닥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헐~ 이럴 수가...! @.@) 아마도 승객들이 거칠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여직원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경기를 일으킨 듯 했다. 같은 항공사 직원으로 보이는 어떤 남자와 여자가 각각 팔을 주물러주고 뺨을 가볍게 두드리는 동안, 공항 의료진이 달려와서 산소호흡기를 달아줬다. 공항 경찰은 경찰대로 그 여직원을 그 지경으로 몰아세운 사람 찾는다고 출동하고, 아까 막 항의하던 사람들은 일이 커지자 바람처럼 사라져버렸고... -.-;;
정말 난리 북새통이 따로 없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어찌나 간사한지...
그 여직원이 안 됐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계속 공항에서 대기하는 게 너무 지겨웠기 때문에, 그 사건은 내가 시간 죽이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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