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09년 쓰촨(사천)성

구채구.황룡 (1) : 황룡(黃龍)

Lesley 2009. 8. 30. 23:07

 

 

  이번 구채구.황룡 투어는 내 인생 최초의 패키지여행이며, 동시에 외국에서 참가하는 최초의 현지인 패키지여행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마도 내 인생의 마지막 패키지여행이 될 것이다. 틀림없이...!

 

 

 

심상치 않은 시작

 

  이 여행은 초장부터 일이 꼬였다.

  우선, 우리 세 명의 한국인(S말고도 그 전날 S2가 합류해서 한국인이 세 명이 되었음. 공교롭게 두 사람의 이름을 영어 이니셜로 표기하면 같아서 S2로 표시하기로 함. ^^)을 픽업하기로 한 여행사 직원이 감감 무소식이어서 우리끼리 청두공항으로 가야했다.  그리고 공항에 도착해서 정확히 어디서 집합하는 거냐고 인솔자에게 전화했더니, 우리가 외국인인 걸 뻔히 알면서 일방적으로 따다다~~~ 엄청나게 빠르게 대답을 했다.  그것도 모자라 우리가 다시 천천히 말해달라고 하니 전화를 팍 끊어버렸다. -0-;;

 

  그리고 비행기는 1시간 반 이상을 연착해서 겨우 출발한 통에, 그렇잖아도 빡빡한 현지일정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하지만 이 부분은 결과만 놓고 보면 오히려 잘 된 셈이다.  3일 동안의 일정 중 하루에 한 번씩 배정되어 있던 쇼핑(쇼핑 없는 단체여행은 토핑 없는 피자나 마찬가지... -.-;;)이 마지막 날로 전부 미뤄진 덕에, 이틀 동안 쇼핑 같은 거 신경 안 쓸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원래 일정대로라면 첫날은 구채구, 둘째날은 오전에 구채구를 보고 오후에는 황룡을 보는 걸로 되어 있었는데, 차라리 첫날 황룡을 보고 둘쨋날 하루 종일 구채구를 보는 걸로 변경된 것이 효율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결정적으로 가이드가 정말 무책임하고 돈만 밝히는 사람이었다...!
  21명의 패키지여행단 사람들 중 우리 세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 관광객이었는데, 이 사람들도 가이드의 행동에 대해 불만이 보통이 아니었다.  가이드는 관광지의 입장표를 구입한다든지, 숙소 체크인 하는 것 외에는 고객을 돌보는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  여행객들을 무슨 대관령 목장에 방목해 놓은 젖소로 생각하는지, 완전히 방치해뒀다...!

  처음에는 그 무책임함에 화가 났지만, 나중에는 차라리 그런 가이드의 태도가 편했다.  사실 가이드 꽁무니 졸졸 쫓아다니는 여행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니까, 가이드가 그렇게 우리를 방치해 준 덕분에 가이드가 정해준 시간까지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서 좋았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운해(雲海)의 모습

 

  구채구 공항이 해발 3500미터에 위치하고 있다더니, 비행기가 정말 높이 올라갔다.

  비행기 탈 때마다 운해를 보기는 했지만, 저렇게 짙은 운해를, 저렇게 높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역시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구채구의 모습

 

  과연 듣던대로 구채구와 그 주변의 산세는 정말 험준하고도 장관이었다.

 

 

 

황룡(黃龍)

 

  오후 3시 반쯤이었던가...  드디어 구채구 공항에 도착해서 가이드와 패키지여행팀의 다른 일행들과 만나 관광버스를 타고 황룡으로 갔다.

 

 

손 대면 톡 하고 터질 듯한 그대...가 아니고 초코파이...^^

 

  역시나 고산지대다 보니, 기압차 때문에 일행 중 한 사람이 가져온 초코파이의 겉봉투가 터질 듯이 빵빵하게 부풀어올랐다.

  참고로 한국 오리온이 중국에 진출해 제조, 판매하고 있는 초코파이의 중국 이름은 '하오 펑요우(好朋友 : '좋은 친구'란 뜻) 파이'인데, 중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먹거리이다. (참고로 오리온의 중국 브랜드명도 하오 펑요우임. ^^)

 

 

  황룡 입구의 표시석

 

  황룡은 해발 3198미터나 되는 고산지역이다.
  여기서부터 이 단체여행 참가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머리가 아프다는 둥, 춥다는 둥, 가슴이 답답하다는 둥 하며 약한 고산증세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게 우리 일행을 괴롭힌 고산증세의 시작이었다...!)  

 

 

독특한 색깔의 돌과 물의 모습

 

  황, 동 같은 광물질이 많은 탓에 저런 노란색의 돌과 초록색의 물이 되었다고 한다.

 

 

기괴한 모양의 바위와 다양한 색깔의 물  

 

  물 색깔이 모두 같은 초록색이 아니라, 위치에 따라 색깔의 농도가 다르다.

 

 

  돌과 물의 색이 대비를 이루어 뿜어내는 독특한 분위기

 

 

신기하다 못 해 기괴한 느낌마저 주는 황룡의 바위의 모습과 색깔

 

 

고산지역 답게 너무 깨끗하고 맑은 하늘

 

 

  가이드가 이른대로 저녁 6시까지 황룡 입구로 돌아갔는데, 몇몇 사람이 시간을 안 지켜 7시가 넘어서야 겨우 숙소로 출발하게 되었다. 

  황룡을 오르내리며 광동성 포산(佛山 : 불산)에서 왔다는 일가족과 말을 트고 함께 사진도 찍고 했다.  그런데 그 가족의 가장인 아저씨가 가이드보고 '사람들 계속 기다리는데 뭐하는 거냐? 어서 가서 그 사람들 찾아와라.' 라고 화를 내자, 그제서야 느릿느릿 마지못해 버스 밖으로 나가던 게을러터진 가이드...  아저씨는 못 봤지만, 우리 한국인 일행 중 S2는 가이드가 아저씨를 째려보는 걸 봤다고 한다. -.-;; 

 

  하여튼 그렇게 버스를 타고 숙소로 가는데, 겨우 1시간 반 남짓 버스 탄 것이 그렇게 괴로울 수가 없었다.

  저지대인 청두에서 고지대인 구채구로 한 번에 비행기 타고 온 덕에, 몸이 고도 변화에 적응할 시간이 없어서 모두들 이미 약한 고산증세를 겪기 시작한데다가, 우리나라 강원도 산길은 저리 가라 싶을 정도로 심하게 구불거리는 산길을 차를 타고 가려니 멀미까지 겹친 것이다.  게다가 고산지대라 해가 지자 기온이 급강하해서 모두들 벌벌 떨게 되었다.

  나 역시 낮에도 서늘해서 8월인데도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다녔는데, 밤이 되자 그런 점퍼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반바지 입은 다리에 한기가 들어 견딜 수가 없어서, 여행 중 땀 닦을 수건으로 쓸 겸 혹시나 목에 두르고 다닐 일 있을까 싶어 가져온 버프를 다리에 감고 있어야 했다. -.-;; (여행책자에서 구채구에 가려면 한 여름이라도 반드시 긴바지 가져가라고 써있는 것을 무시하고, 점퍼 하나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나의 안일함에 나 스스로가 미워질 지경이었음... ㅠ.ㅠ)  몸에는 그렇게 지독한 한기가 드는데, 머리는 머리대로 깨질 듯이 아프고...  정말이지, 8월 중순에 벌벌 떠는 경험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ㅠ.ㅠ

 

  기어이 포산에서 온 가족의 엄마가 버스 안에 있던 쓰레기통으로 쓰는 플라스틱통에 왝왝거리며 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이드는 어떤 조치는 커녕, 나 몰라라 하며 예의상 '괜찮냐?' 라고 묻는 것조차 없었다.  마침내 열 받을대로 받은 그 아줌마의 남편이 마구 따지자, 그제서야 잠시 들여다보는 척 하던 가이드... -.-;;  한 사람이 토하기 시작하고 그 토사물의 냄새가 버스 안에 퍼지자, 여기저기서 사람들 신음소리가 들리고... ㅠ.ㅠ

    

  결국 그 날 나는 저녁밥도 거른 채 아스피린 두 알을 먹고, 세수와 양치질만 대강 하고서 일찌감치 잠자리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