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09년 쓰촨(사천)성

멍즈뤼(夢之旅) 유스호스텔과 팬더카드

Lesley 2009. 8. 29. 09:46

 

 

  8월 10일 오전, 진쥔의 집을 나와 청두로 떠났다.

  그 동안 더양 머물면서 인터넷 통해 연락이 닿은 한국 유학생 S와 함께 구채구.황룡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이 날 청두에 있는 멍즈뤼 유스호스텔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포스트의 주제인 유스호스텔과 팬더카드를 소개하기 전, 구채구.황룡 투어에 대해 먼저 말하자면...

 

  나는 배낭여행객이고, 다른 배낭여행객이 그러하듯이 나도 당연히 단체여행에 끼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단체여행이라는 것은 고등학교 때 경주로 수학여행 다녀온 것만으로도 질렸기 때문이다.  수학여행 때 본 것은 엄청나게 많은 듯 하다.  학교에서 2박 3일간 학생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보이겠다는 식으로, 쉴 새 없이 계속 여기저기 학생들을 끌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 것은 많은데 기억나는 건 하나도 없다.  주마간산식으로 정신없이 여기저기 따라다닌 기억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 때 결심했다.  두 번 다시 단체여행 같은 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내가 쓰촨성에 갔을 때는 도무지 개별적으로 구채구.황룡을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일단 작년 5월에 발생한 쓰촨성 대지진의 복구작업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 여기저기서 도로를 뒤집고 있는 중이었다.  게다가 내가 쓰촨 가기 전에 한동안 폭우가 쏟아져서 구채구.황룡으로 가는 도로가 유실된 상황이라, 버스를 이용하기가 곤란했다.  그래서 중국 현지인들조차 여행사의 버스 투어에 참가하는 사람이 적고, 돈을 2배 반이나 더 주고서 비행기 이용한 투어에 참가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이 세상에 아예 불가능한 일은 없는 법이라, 개별적으로 시외버스 이용해서 구채구.황룡 다녀왔다는 글이 인터넷 중국여행동호회에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읽어보니 청두에서 구채구까지 원래도 10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를 17시간이나 갔다고 한다. -0-;;  그 17시간 중 절반 이상이 거의 도로사정 안 좋은 것 때문에 버스가 멈춰 서있는 시간이었다니 말 다 했다.  게다가 툭하면 험준한 산에서 낙석이 떨어져 아슬아슬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안 좋은 상황 때문에 청두와 구채구를 잇는 버스 숫자가 많이 줄어서, 버스마다 대만원이라 사람들 틈에 끼인 상태로 17시간 가느라 죽는 줄 알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임. -.-;;) 

 

  게다가 위에서도 말한 폭우로 인해, 뉴스에서는 각종 사고 소식이 계속 나오고... 

  진쥔의 엄마는 내가 처음에 비용 문제 때문에 버스여행을 고집했더니, 안전하지 않아서 안 된다고 계속 반대하셨다.  그러던 어느 날, 진쥔네 집 컴퓨터를 쓰고 있던 나를 숨이 넘어갈 지경으로 다급하게 부르셨다.  무슨 일인가 급하게 가봤더니만, TV에서 뉴스를 하는데 배낭여행차 쓰촨성으로 왔던 일본 여행객 두 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었다는 소식이었다. ㅠ.ㅠ  진쥔의 엄마는 그것 보라는 식으로, 혼자 하는 여행은, 더구나 여자 혼자 하는 여행은 위험해서 안 된다며 무조건 여행사 통한 단체여행에 참가라하고 강권하셨다.

  그리고 몇 년 전 구채구를 버스 투어 이용해 다녀온 진쥔도, 당시 10시간 넘게 버스에 몸을 싣고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갔는데(쓰촨성의 산은 우리나라 강원도의 산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으로 험준함.) 자신은 물론이고 승객들 모두 심한 차멀미로 토하는 등 고생이 심했다며, 비행기 투어를 권했다.  진쥔의 말인즉슨, 지금도 구채구 여행을 돌이켜보면, 구채구의 아름다운 풍경보다는 오히려 버스 안에서 계속 토했던 기억이 더 선명하다고 했다. ^^;;

 

  게다가 결정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한국인 S가 먼저 청두에 도착해서 이것저것 알아보고는 전화해서 하는 말이, 여행사마다 죄다 '버스 투어가 있기는 하지만 외국인은 참가가 불가능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ㅠ.ㅠ

  이 여행사 저 여행사 모두 외국인은 비행기 투어만 가능하다 라고 했단다.  인터넷 다시 뒤져봤더니 중국정부에서 그런 방침을 여행사에 전달한 모양이었다.  이런 방침이 외국인을 보호하기 위함인지, 외국인이 중간에 사고 당하면 그 처리에 자신들도 골치 아플테니 그런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함인지는 모르겠지만... -.-;; 

  나중에 하얼빈 돌아가서 중국친구 주뺘오을 만나 이 얘기를 했더니 '외국인은 위험하다고 버스 타지 말라면서, 왜 중국인은 버스 타게 해? 중국인은 죽어도 되는 거야?'  하며 황당해했다. -.-;;  나는 외국인은 비싼 비행기 투어에만 참가해야 한다는 말에 그저 차별대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친구 말을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다.  그렇게 위험하다면 외국인은 물론 자국민도 못 가게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자국민은 죽거나 말거나 버스 타게 하다니, 무슨 이런 정부가 다 있나...!!! -0-;;

 

  이래저래 나는 구채구 여행 때 쓰려던 예상금액을 초과해가면서 비행기 투어를 신청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서도 타본 적이 없는 국내선 비행기를 중국에 와서 타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 

 

  

  하여튼 그렇게 청두에 가서 기차역에서 멍즈뤼 유스호스텔까지 버스로 이동하는데, 무겁고 큰 배낭 때문에 고생했다.

  무거운 큰 배낭을 등에 짊어지고 가슴과 배쪽으로는 작은 책가방을 들쳐매고 버스에 올랐더니, 역시나 대도시답게 버스에 사람이 꽉꽉 들어차는데, 다들 내 짐 때문에 자기들이 움직이는데 지장이 있으니까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 (조금 서러웠다... 어흐흑... ㅠ.ㅠ)   

 

  그렇게 낑낑거리며 유스호스텔에 도착해서 S와 만났다.

  이 유스호스텔은 내가 처음으로 묵는 유스호스텔이다.  이전에 두 차례 배낭여행을 할 때만 해도 환율 상황이 좋기도 했고, 낯가림 심한 내 성격상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게 어색하기도 해서, 유스호스텔 말고 일반 숙소에 묵었었다.

 

 

 

 멍즈뤼(夢之旅) 유스호스텔을 소개합니다

 

 

  멍즈뤼 유스호스텔의 입구

 

  유스호스텔 안쪽에서 바깥을 향해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만 보면 꽤 깔끔하고 산뜻해 보이지만, 밖에서 보면 들어오는 입구 근처에 허름한 식당과 자전거 수리점 같은 게 있어서 꽤 어수선해 보인다.  심지어 S는 그런 것들 때문에 유스호스텔을 못 찾아 헤매기도 했다는데, 나 역시 입구가 어디인지 몰라서 한참 기웃거리다가 들어왔다. ^^

 

 

 

  유스호스텔의 1층 로비

 

  유스호스텔 전체에 무선인터넷망이 설치되어 있어서, 많은 여행객들이 요즘 유행하는 작은 넷북을 들고 와 인터넷 서핑을 즐기고 있었다. 

 

 

  4층에 있는 옥상

 

  꾸며놓기도 잘 꾸며놓고 해서, 저녁이 되면 성격 활발한 여행객들이 여기에서 맥주 한 잔 걸치며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TV로 축구 중계를 보기도 한다.

  그리고 사진에 나온 곳을 지나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빨래를 널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언제나 많은 여행객들의 온갖 옷들이 잔뜩 널려있다.  옷이 너무 많아 공간이 부족해서 때때로 빨래 널 공간 쟁탈전도 벌어진다.  ^^

 

 

  4층 옥상 한쪽 벽면에 있는 메모판

 

  흰 페인트 칠 한 벽 위에 많은 여행객들이 빼곡히 인삿말이나 이런저런 사연을 써놓거나 그림을 그려놨다.

  뒷모습을 보이며 서 있는 저 처자는 나와 함께 이 곳에서 만난 S양. ^^

 

 

  위의 메모판의 빼곡한 내용 중 가장 재미있던 그림

 

  쓰촨성, 그 중에서도 청두에서 유명한 팬더 그림인데, 팬더가 훠궈, 양꼬치 구이, 밥, 단단면(쓰촨성에서 유명한 비빔면)을 생각하고 있는 그림이다. ^^

  누가 그렸는지 정말 재치있게 잘 그렸다.  그리고 이 그림은 팬더를 무척 좋아하며, 동시에 이런저런 먹거리 먹는 것도 즐기는 진쥔을 떠올리게 했다.  나중에 이 사진 보여주며 '이거 보니까 너 떠오르더라.' 했더니 진쥔이 뒤집어지고... ^^

 

 

  4층 복도 끝에 있던 막 해산한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들

 

  월요일인 이 때만 해도 저 새끼 고양이들이 눈도 못 뜨고 고물거리더니, 금요일에 구채구.황룡 여행 끝내고 다시 이 곳으로 돌아왔더니 그 새 발발거리며 잘 돌아다녀서 놀랐다. ^^ 

 

 

  8월 10일부터 구채구.황룡 떠나기 전까지 이틀밤을 머물렀던 도미토리식 방

 

  왼쪽 침대 중 하단(큰 검은 배낭 바로 옆)이 내 침대이다.

  오른쪽에 양치하는 여인네는 나의 동행이었던 S이고, 그 뒤로 보이는 노란색 티셔츠 입은 남정네는 오른쪽 침대 2층의 주인장이다. (우리 방은 우리 한국인 두 명과 중국인 네 명이 함께 썼고, 중국인 중 2명은 남학생들이었음.) 

 

  그런데 광동성의 광저우(廣州 : 광주)에서 왔다는 저 남자애는 어찌나 말이 많고 남의 일에 참견도 잘 하는지, 어떤 때는 입을 확 틀어 막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 

  이런 기분을 나 혼자 느낀 게 아니었다.  사진에는 안 나오지만 2층 침대가 하나 더 있어서, 광동성 선전(深圳 : 심천)에서 왔다는 여자와 말을 나눠본 적 없는 여자가 그 침대를 썼다.  그 두 중국여자애들은 저 남자애 때문에 아주 미칠려고 했다.  밤 1시가 지나도 끊임없이 떠드니, 선전에서 온 여자애가 차마 대놓고 말은 못 하고 나를 쳐다보며 표정과 입모양으로 '쟤 때문에 도무지 잠을 못 자겠어' 하는 뜻을 전했고, 나는 나대로 '어쩔 수 없잖아' 라는 뜻을 입모양으로 전하고... -.-;; 

 

 

  14일 금요일에 구채구에서 돌아와 새로 배정받은 도미토리 방. (내 발이 찬조출연했음...^^)

 

  먼저번 방이 6인실이었던데 비해, 여기는 무려 10인실이었다...!

  하지만 모두 여자들이고 성격도 다들 비교적 차분한 사람들이라 오히려 더 조용했던 듯...  그런데 먼저번 6인실은 남녀혼숙이었는데, 여기 10인실은 여자들만 쓰게 하니, 도대체 남녀혼숙식 방과 남녀구별식 방을 나누는 기준이 뭔지 알 수가 없다. 

 

 

 

 팬더카드를 소개합니다 

 

  청두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을 여행하실 분들을 위해 좋은 정보를 하나 올릴까 한다.

 

  다름 아닌 팬더카드(중국어로는 '슝마오 카(熊猫 卡)'라고 함)다.

  작년 쓰촨성 대지진으로 쓰촨성으로 오는 여행객이 대폭 줄자, 여행객이 뿌리는 돈이 지역경제에 상당한 몫을 차지했던 쓰촨성에서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외지인(외국인 뿐 아니라 쓰촨성 이외의 지역 중국인 포함)에게 비싼 관광지 입장료를 무료로 해주는 방법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으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팬더카드인데, 이 카드 한 장이면 청두시내에 있는 관광지와 청두 근처에 있는 관광지 11곳을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만일 이 카드 없이 일일이 돈 낸다면 그 11곳 들리는데 600위안 이상(한화 약 11만5천원)은 들 것이다.  그러니 여행자 입장에서는 아주 유용한 제도인 셈이다.  이 팬더카드는 한시적으로 배포하는 거라서 올해(2009년)까지만 쓸 수 있다니, 지금 청두 가실 분들은 꼭 만들어서 유용하게 쓰시기를...

 

 

  내가 팬더카드를 구입한 유스호스텔 근처의 홍치롄숴(紅旗連鎖)라는 슈퍼마켓

 

  슈퍼마켓 유리창 주위의 사람들은 지금 팬더카드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인데, 저 사진 찍을 때가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적었다.

  낮에는 아주 바글바글 거려서, 팬더카드 한 장 구입하려면 난리 북새통을 겪어야 한다. ^^;;

 

  팬더카드는 청두공항이라든지 기차역 주변의 삐끼를 통해서도 구할 수 있지만, 청두 시내 곳곳에 있는 체인점 슈퍼마켓인 홍치롄숴 앞에서 구하는 경우가 제일 많은 듯 하다. 

  원래 청두 여유국(旅游局 : 우리로 치면 관광청 정도 부서)에서는 무료로 배포한다는데, 시간 남아도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거기까지 가겠나...  그래서 이렇게 길거리에서 1위안(한화 약 195원)을 주고 구입한다.  관광지의 원래 표값 생각하면 1위안은 거저나 다를바 없다.

  내가 처음 인터넷에서 이 팬더카드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진쥔에게 물었더니, 이 카드에 대해 못 들어본 진쥔은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그 비싼 표값을 단돈 1위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사기일지도 모른다고... ^^

 

  팬더카드를 구입할 때는 반드시 신분증을 들고 가야 한다.

  위에도 썼듯이 이 카드는 쓰촨성 사람이 아닌 사람들을 관광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카드이기 때문에, 호구(일종의 주민등록.  우리나라의 주민등록과는 비교가 안 되게 사람들의 생활을 구속(?)하는 제도이긴 한데, 일단 팬더카드 구입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의 주민등록 개념으로 생각하시면 될 듯...)가 쓰촨성으로 되어 있으면 구입할 수 없다.  그러니 외국인은 반드시 여권을 들고 가시오~~

 

 

  내가 유용하게 사용했던 팬더 카드

 

  황금 팬더카드와 은 팬더카드로 구분되는데 그 차이가 뭔지는 모르겠고, 1위안과 신분증 주면 그냥 이 황금 팬더카드를 준다. 

  진쥔은 더 멋지게 생겼을 줄 알았는데 너무 안 예쁘게 생겼다고 투덜대던데, 나로서는 나를 1위안으로 여러 관광지에 입장시켜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카드가 너무 예쁘게 보인다. ^^

 

  이 카드를 사용하기 전에 반드시 전화 또는 인터넷을 통해서 자신의 이름, 여권번호, 전화번호를 등록해야 한다.  안 그러면 관광지에서 사용할 수 없다.  전화번호는 사진에 나오는 카드 뒷면에 있고, 인터넷은 중국인만 사용 가능하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 여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