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문수방을 돌아다니다가 무더운 날씨에 지치기도 했고, 이왕 차관(茶館 : 우리식으로 말하면 전통찻집 ^^)으로 유명한 청두에 왔는데 한 번 들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규모가 큰 차관을 찾아 들어섰다.
우리가 들어선 차관의 입구
저 차관의 입구 안 쪽으로 보이는 사람 얼굴 모양의 벽화같은 것이 그저 평범한 그림인 줄 알았다.
차관 입구의 모자이크
하지만 문 안쪽으로 들어서니 그냥 그림이 아니라 모자이크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런데 모자이크의 재료가 뭔가 색달라 보인다 싶어서 가까이 갔더니...
모자이크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마작패
놀랍게도 모자이크의 재료가 마작패였다...!
이 차관은 그냥 차만 마시는 곳이 아니라 '차 역사 박물관' 겸 '마작 역사 박물관'을 겸하고 있는 곳이었다. 입구에서 돈을 내고 들어서니 마치 미술관의 큐레이터 같은 복장과 자세를 갖춘 여직원 한 사람이 달라붙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차와 마작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3층에서 내려다 본 2층의 모습 - 손님들이 차를 마시는 로비 바닥의 타일도 마작 무늬로 되어 있음.
쓰촨성의 차 문화는 마작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한다.
옛날에는 길거리의 허름한 차관에서 차를 몇 잔씩 마시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작을 즐겼고, 지금은 예전에 비해 그 숫자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차와 마작을 함께 즐기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공원 같은 곳을 둘러보면, 야외 차관에서 차와 마작을 즐기는 중.노년층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우리에게 설명을 해 준 여직원은 한바탕 마작 예찬론을 펼쳤다.
'마작 자체는 장기나 바둑처럼 훌륭한 정신적 스포츠다, 다만 돈이 걸리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라는 게 그 열변(?)의 요지였다. 하긴 마작 그 자체야 무슨 잘못이 있겠나, 마작을 도박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문제겠지...
그 여직원이 한국에도 마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냐고 물어서, 한국 사람들은 보통 마작을 할 줄 모르고 마작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도박꾼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일본에서는 마작을 즐기는 이들이 굉장히 많은데, 한국은 중국보다도 강한 유교 문화 때문에 마작을 안 즐기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으잉? 한국에서 마작이 인기없는 이유가 유교의 영향 때문인가? -.-;;)
내 눈길을 확 잡아 끌었던 인골(人骨)로 된 마작패...!
저 마작패를 사람뼈로 만들었다는 말에 나는 소름이 확 끼치는데, 그 여직원은 아주 태연한 모습으로 예술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마작패라고 설명했다. ㅠ.ㅠ
이 사람뼈로 된 마작패의 유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는데, 중국어 실력이 짧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했다. 대충, 어떤 도박꾼이 마작을 끊기 위해(아니, 마작을 해서 졌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 자기 팔인지 다리인지를 잘라내어 마작패를 만들었다던가... 무슨 그런 내용이었던 듯 한다. (아니면 말고~~~ ^^;;)
차로 된 벽돌로 장식된 방
각종 차를 전시해놓은 이 방 안에 들어서자 진한 풀냄새 같은 곳이 코를 찔렀다.
놀랍게도 저 방의 벽을 이루고 있는 벽돌 같은 것들이 모두 차로 만든 덩어리였다...! @.@ 이 방 안에서 진쥔과 죽엽차를 마셨는데, 차 향기에 둘러쌓여 차를 마시는 기분은 정말 색달랐다. 끔찍한 더위로 땀을 잔뜩 흘린 뒤라, 무한 리필해준다는 찻물을 계속 받아다가 4잔이나 마셨더니, 진쥔이 놀려댔다. ^^
나들이 나오신 할머니 부대 ^^
차관 밖으로 나왔더니 할머니 부대가 오손도손 담소를 나누며 지나가시고...
역시 이런 고풍스런 거리에는 노인들이 있어야 분위기가 사는 듯...^^
문수방의 한가로운 풍경
이 고답스런 거리에, 역시나 고답스러운 커다란 분재들도 분위기 조성에 한 몫 하고... ^^
문수원(文殊院) 연못의 연꽃
점심 먹고서 드디어 들어선 문수원의 연못에서 혼자 활짝 피어난 연꽃을 발견했다.
그러고보면 어째 한국에서는 연꽃을 못 본 듯 하다. 분명히 연잎은 수도 없이 본 듯 한데, 어째서 연꽃은 못 봤을까나... 내가 신경 안 쓰고 지나쳐서 기억 못 하는 건가...
문수원 내부에 있는 천불평화탑(千佛平和塔)
전에 중국배낭여행 하면서 중국 절을 여러 번 가봤고 저 탑과 비슷하게 생긴 탑도 이미 많이 봤지만, 역시 아열대성 수목에 둘러쌓인 탑은 처음이라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코끼리 석상
천불평화탑 앞에서 마치 탑을 수호하는 것마냥 코끼리의 석상이 서 있는데, 아열대성 식물들과 함께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천불평화탑 옆으로 나 있는, 붓글씨가 새겨진 비석이 늘어선 회랑
진쥔은 서예에 일가견 있는 자기 아버지가 이 곳을 좋아할 거라며, 나중에 함께 오겠다고 했다.
중국식 단청
이름은 잊었는데, 이 절에서 가장 중요한 전각으로 보이는 3층짜리 누각의 꼭대기층 천장의 단청이다.
우리나라 단청과는 달리 초록색과 푸른색 위주로 되어 있고, 붉은색은 적어 이채로왔다.
위의 사진의 단청이 있는 바로 그 3층짜리 누각
안에 말하는 것을 금한다는 표지판이 있어서, 이 절의 승려들은 물론이고 우리 관광객들도 안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착한 관광객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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