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09년 쓰촨(사천)성

문묘(文廟)

Lesley 2009. 8. 25. 00:03

 

 

  내가 아열대 기후의 남방지역에 왔다는 걸 팍팍 느끼게 해주는 푹푹 찌는 8월 6일, 진쥔과 더양시 한복판에 있는 문묘(文廟, 공자와 그 제자들의 위패를 모신 사당)에 다녀왔다.

  더양시 한복판에 있는 문묘에 가겠다고 하자, 진쥔이 의아한 표정으로 더양에 문묘가 있는 걸 어찌 알았느냐고 물었다.  바로 전날 삼성퇴 박물관이 있는 광한시에 가려고 시외버스터미널 가는 길에 버스 안에서 문묘 표지판을 봤다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도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문묘 입구에서 표를 살 때 조금 황당한 일을 겪었다.

  문묘 입장료가 30위안(한화 약 5800원)인데, 바깥에서 보기에는 그렇게 볼거리가 많은 곳 같지 않아서 들어가야 하나 망설였다.  중국의 어지간한 관광지에는 다 있는 학생할인을 해준다는 안내판도 안 보여서, 여기는 할인 받을 방법도 없나 싶었는데...  진쥔이 매표소 직원에게 학생증 보이며 할인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아주 당연하게 된다고 한다. -.-;;  그래서 12위안만 냈다.

  혹시나 하고 물어봤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할인받을 수 있는 자격 갖추고도 할인 못 받을 뻔했다.  표 가격 써놓은 안내판에 학생할인 가격도 같이 적어놓으면 누가 잡아먹기라도 하는지...  아니면 그렇게 안 써놓음으로써, 사정 모르는 관광객들에게 제 값 다 받아내겠다는 심산인건지, 원... -.-;;

 

  더양시의 관광지도에 의하면, 더양의 문묘는 중국 각 지역에 있는 문묘 중 보존상태가 좋아서 중국 3대 문묘 중 하나로 꼽힌다고 했다.

  더양시의 문묘는 공자의 고향이며 유학의 발상지인 취푸(曲阜 : 곡부)의 문묘보다 차라리 나았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첫 배낭여행 때 갔던 취푸의 문묘는 이미 완전히 상업화되어 엄청나게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더양의 문묘는 그 날 관람객이 우리 두 사람 뿐일 정도로 한산한대다가, 전체적으로 낡은 것이 오히려 고답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진쥔 말로는 전에는 무료 입장이어서 많은 시민들이 드나들었는데, 문묘를 수리한다고 그 비용 충당하느라 입장료 받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안 오게 되었다고 했다.  물론 그 전에 문묘를 좋은 산책 장소로 삼았던 이들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다시 더양에 올 일이 있을지 알 수 없는 나로서는 차라리 그렇게 한산해진 문묘가 마음에 들었다.   

 

 

문묘 바깥에 서 있는 공자의 상

 

  지금까지 내가 본 공자상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다른 공자상은 좀 과장된 모습이라 웃기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이 공자상은 근엄하고 당당해 보인다. ^^

 

 

문묘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문

 

  진쥔은 이 문묘가 여러 해 전부터 수리에 들어갔는데, 저 문이 여전히 낡은 상태라고 의아해했다.

  하지만 나는 괜히 천연색 페인트로 떡칠 해놓는 것보다, 차라리 저렇게 낡은 상태로 두는 게 더 마음에 들었다.  문 주위의 바닥에 잔뜩 낀 이끼도 옛스런 기분을 자아냈고... ^^

 

 

위의 사진에 보이는 문의 한쪽면을 장식하고 있는 동물상

 

  내가 보기에는 '해태' 같은데, 진쥔은 '사자'일 거라고 했다.

  해태든 사자든 간에, 이 동물이 각각 다른 모습으로 여러 마리가 조각되어 있었다.  그 중 혓바닥 내밀고 있는 이 녀석이 가장 귀여워서 찍어봤다. ^^ 

 

 

바로 위의 사진의 문을 지나면 보이는 수목

 

  이런 아열대성 수목들을 볼 때마다, 내가 북방의 하얼빈을 떠나 남방의 쓰촨성으로 온 게 맞긴 맞구나 하며 실감했다.  

 

 

정체모를 남방의 식물 ^^

 

  뭔지 알 수 없는 독특한 모양의 꽃이 피는 나무가 있어 찍어봤다.

  진쥔에게 이 나무의 이름을 물어보니 자기도 모른다고 했다.  다만 남방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라 했다. 

 

 

독특한 꽃나무 근처 등나무 아래에 있던 양(羊)으로 보이는 동물의 상

 

  그런데 이 양(..으로 추정되는 동물 ^^;;)의 콧구멍이 어찌나 크던지... ^^

  그리고 저 콧구멍 안에 사람들이 담배 꽁초나 휴지 같은 쓰레기를 쑤셔넣어놨다... -.-;;  문묘 관람 초장부터 사람 질리게 하는 더위에 지쳐버린 진쥔은, 등나무 아래 그늘에 엎어져 있는 이 양을 보면서 '정말 편해보인다.'라고 부러워했다. ^^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솟은 지붕

 

  건축쪽으로는 완전히 문외한인 내 눈에도, 같은 동양 건축물이건만 한국 전통 건물과 중국 전통 건물은 달라 보인다.

  그렇게 달라 보이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저 기와의 색깔이다.  기와 하면 당연히 검푸른 색인 우리나라의 기와와는 달리, 중국 기와는 황색을 띠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성전(大成殿)

 

  공자와 그 제자들, 그리고 맹자와 주자 등 공자 사후에 유학의 맥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유명한 유학자들을 모신 전각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공자가 학문 쪽으로 일가를 이룬 인물이다 보니, 공자상  주위에 '대학입학시험에 합격하게 해주세요.', '학업성취', '내년에는 성적 좀 올려주세요.' 등 학업 관련 소원을 적은 종이들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그 중 최고의 대박은 '하버드 대학에 가게 해주세요.' 라는 어떤 초등학생이 쓴 듯한 비뚤비뚤한 글씨로 적인 종이였는데, 진쥔이 그것을 보고 '정말 포부가 크다.' 며 막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