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09년 쓰촨(사천)성

석각공원(石刻公園)과 돼지 배껍질 사건

Lesley 2009. 8. 23. 19:43

 

 

 석각공원


  쓰촨성에 도착한 당일은 새벽 기차 타고 왔기에 너무 피곤해서 진쥔네 집에서 DVD 보면서 빈둥거렸고, 그 다음날인 8월 4일부터 본격적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진쥔이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석각공원(石刻公園 : 스커공위안)이란 곳을 가자 했을 때, 솔직히 좀 시큰둥한 기분이었다.

  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나온 여행이라지만, 그리고 전에 중국배낭여행 하면서 중국의 공원문화가 우리나라보다 발달한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쓰촨성 여행의 첫 목적지가 집 근처에 있는 공원이라니, 이건 좀 아니지 않나...! ㅠ.ㅠ  하지만 어쩌겠나...  사실 너무 갑작스레 떠난 여행이라, 쓰촨성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도 계획도 없었다.  쓰촨성 현지에서 이것저것 알아보며 여행계획을 짜야 할 판국이니, 그 전에는 그냥 가자는대로 갈 수 밖에...

 

  이 날은 나와 진쥔 뿐 아니라, 진쥔의 중.고등학교 시절 절친한 친구라는 '커칭' 도 따라나섰다.

  커칭은 8월 중순 영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원래 진쥔은 이번 여름방학에는 하얼빈에 쭉 머물며 대학원 시험을 위해 열공을 하려 했다.  그런데 예정에 없이 갑자기 집에 돌아가게 된 제일 큰 이유가, 곧 외국으로 떠날 이 친구를 만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별 기대없이 간 석각공원이 예상외로 멋진 곳이어서 놀랐다.
  남방지역답게 각종 아열대 지역 나무가 우거진 곳에 규모가 크고 멋진 석각이 한 가득 있는데, 대도시라면 모를까, 더양처럼 작은 도시에 멋지고 운치있는 그런 공원이 있을 줄 몰랐다.  중국에서 아주 유명한 조각가가 설계했다는 이 석각공원은 이 작은 도시의 휴식처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청두를 둘러보기에 시간이 넉넉한 여행자라면, 청두에서 기차로 1시간이 채 안 걸리는 더양에 가서 이 석각공원에 들려 구경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

 

 

 

  역시나 남방지역이라 아열대성 수목이 많아서, 하얼빈과 너무 다른 풍경에 마치 다른 나라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사진으로만 본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를 축소시켜놓으면.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런지... ^^

 

 

 

  우거진 수목과 석각이 어우러져 멋진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진쥔의 말로는 저 조각은 중국 소수민족의 전설을 소재로 한 것이라 한다.

 

 

 

  이 석각은 다음 포스트에 소개할 산싱두이(삼성퇴) 유적을 주제로 한 것이다.

  산싱두이 유적은 80년대 발견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고학적 유적인데, 중국의 주류 문명인 한족의 문명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신비에 쌓인 문명이다. 

 

 

 

  중국의 전설을 소재로 한 석각이다.

  고대에 10개의 태양이 있어 사람들과 동물들이 뜨거워 살 수 없어 세상이 멸망할 지경이 되었을 때, 뛰어난 활솜씨를 지닌 영웅이 나타나 9개의 태양을 화살로 쏘아 없앴다는 내용이다. 

 

 

 

  위에서 설명한 전설 이외의 중국의 각종 전설(황제와 치우의 전쟁, 산을 옮긴 우공 이야기 등)을 소재로 한 석각들이 나열된 회랑이다.

  동남아적인 분위기도 나고, 서양적인 분위기도 나는 독특한 곳이었다.

 

 

 

 

  공원 한 쪽 끝에 있는 십이지신상의 모습인데, 사람키보다도 훨씬 큰 열 두개의 신상이 원을 이루며 서 있다.

 


 

  십이지신상이 둥글게 둘러선 모습은 마치 영국의 스톤헨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밤에 달빛 아래 혼자서 이 원 한 가운데에 서 있으면, 한편으로는 으스스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신비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 듯 하다. ^^

 

 

  공원 안에서 우연히 마주친 엄마 잃고 혼자 헤매는 어린 새 한 마리...

  우리를 어미새라고 생각했는지 계속 쫓아와서 난감했는데, 어떤 아저씨가 발을 구르자 날라갔다.  그래도 날 수 있을 정도로 자랐을 때 어미와 헤어져 다행이다. 

 

 

 

  이건 공원을 나서면서 본 과일과 땅콩을 바구니에 넣어 파는 행상인의 모습이다. 

  같은 중국이라도 내가 살고 있는 하얼빈 등 북쪽 지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생소하고 옛스런 모습이다. ^^

 

 

 

  북방지역 보다 경제적으로 더 윤택해서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일인지 인력거가 제법 눈에 띄었다.

  그것도 베이징처럼 신기한 경험을 찾는 관광객 상대로 하는 인력거가 아니라, 더양의 일반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력거라 더 신기했다.

 

 

 

돼지 배껍질 사건

 

  석각공원을 나서서 진쥔이 저녁으로 훠궈를 쏜다고 해서 함께 진쥔네 집 근처에 있는 훠궈집에 갔다.

  훠궈는 하얼빈에서도 몇 차례 먹어보긴 했다.  하지만 전에 진쥔에게서 원래 훠궈가 쓰촨성 음식이고 하얼빈의 훠궈는 원래 훠궈의 맛과 너무 다르다는 말을 들었기에, 정말 띠다오(地道 : '원래의 맛인, 정통의, 그 지역 특색의'의 뜻)한 훠궈를 꼭 먹어보리라 마음 먹고 있었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따라 나섰는데...

 

  과연 듣던대로 쓰촨요리는 매운 한국음식에 길들여진 한국인 혀에도 정말 매웠다...!    

  그냥 매운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마라(痲辣 : '마비될 정도로 맵다')한 맛이었다...! ㅠ.ㅠ 

 

 

혓바닥이 얼얼하다 못 해 마비될 정도로 매운 쓰촨 훠궈를 소개합니다! (국물 색깔만 봐도 맵게 생겼다. ^^)  

  

  그런데 이 쓰촨 훠궈를 먹으면서 내가 황당한 실수를 하나 저질렀다.

  

  바로 위의 훠궈 사진 오른편 하단에 보이는 배추와 함께 접시에 담긴 회색 물질...!!

  진쥔이 저것에 대해 뭐라고 설명을 하면서 훠궈 국물에 익혀 먹으라 하는데, 진쥔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 한 상태에서 '처음 보는 건데, 이게 뭐지? 건두부 비슷하게 생겼네.' 하며 그냥 생으로 입에 넣었다.  처음 보는 음식 재료라 맛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 진쥔과 커칭이 기겁을 하면서 얼른 뱉어내라고 했다. 

  두 사람이 왜 저 난리인가 의아해 하면서도, 두 사람 안색이 확 변하는 걸 보고 시키는대로 얼른 휴지에 뱉어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게 바로 돼지의 배껍질이었다...! -0-;;  나는 돼지 뱃가죽을 생으로 입에 넣었던 것이다...! ㅠ.ㅠ  다시 보니 오톨도톨한 돌기가 잔뜩 나있는 것이 짐승의 가죽이 분명하건만, 무슨 생각으로 그걸 생으로 입에 넣었던 건지... (나 아무래도 정말 바보인가봐~~~~ ㅠ.ㅠ)

 

  어찌되었거나 한낮에 근사한 석각으로 눈을 호강시켰던 이 날은, 이렇게 돼지 배껍질을 생으로 입에 넣는 사건으로 막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