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여행기/'09년 쓰촨(사천)성

삼성퇴(三星堆) 박물관

Lesley 2009. 8. 24. 00:51

 

 

  진쥔과 진쥔의 친구인 커칭과 함께 석각공원을 다녀온 다음 날인 8월 5일, 더양에서 버스로 1시간 채 못 가면 있는 광한(光漢)시에 있는 삼성퇴(三星堆 : 산싱두이) 유적지에 갔다.

 

  사실 삼성퇴에 대해서는 아는 바도 거의 없고 해서, 굳이 꼭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그 전날 진쥔, 커칭과 함께 훠궈를 먹고나서 훠궈집을 나오면서 커칭이 '내일 뭐 할거냐?'라고 물었는데, 얼떨결에 '삼성퇴 박물관에 가려고 한다.' 라고 대답했다. (지금도 내가 왜 그렇게 대답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는... -.-;;)  내가 삼성퇴 박물관에 갈거라고 하자, 진쥔이 삼성퇴를 어찌 가야하는지 설명하면서 다음 날 아침 식사 끝내자마자 함께 가자고 했다. 

  하지만 더위를 엄청나게 타는 진쥔이 이미 남방지역의 습한 날씨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고, 또 오래간만에 집에 왔는데 계속 내 옆에만 붙어있는게 미안하기도 해서, 혼자 가겠다고 했다.  사실 이미 두 차례의 배낭여행을 해봐서 말이 잘 안 통하는 곳이라도 혼자 돌아다니는데 익숙하기도 했고, 또 진쥔에게도 나 없이 따로 자기 친구를 만나는 등 자기만의 시간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

  혼자 가겠다는 내 말에 좀 불안해하면서도 굳이 따라나서겠다고 강하게 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진쥔 역시 쉬고 싶어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래도 불안한건 어쩔 수 없는지 '너 혼자 못 가. 그 곳(광한) 사람들은 쓰촨성 사투리 쓰는데, 넌 못 알아듣잖아.'라고 했다.  그런 진쥔에게  '어차피 그 사람들이 보통화(중국 표준어) 써도 잘 못 알아들으니까 상관없어.'라고 받아쳤더니, 말문이 막히는 표정이었다... ^^;;  

 

  하여튼 그렇게 다음날인 8월 5일 오전에 광한으로 가려고 시외버스터미널로 갔다.

  시외버스터미널까지 배웅나온 진쥔은 영 불안한지 '소매치기 당하지 않게 짐 관리 잘 하고, 도착한 다음에 나한테 꼭 핸드폰 문자 보내고, 광한에는 시외버스터미널이 두 군데 있으니 돌아올 때 더양행 버스가 있는 터미널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 라면서, 아침 식사 하면서도 이미 했던 주의사항을 반복했다.  내가 '난 어린애가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없다.' 라고 했더니 도무지 못 미덥다는 표정으로 '난 걱정돼...!' 라고 했다. -.-;;  그런 진쥔을 뒤로 하고 버스를 탔다. (네가 보기에는 내가 그렇게 못 미덥니? 나는 너보다 나이도 많고, 여행 경험도 많단 말이야...!!! ㅠ.ㅠ)

 

 


 

 

  삼성퇴(三星堆 : 산싱두이) 박물관

 

  1980년대 중반, 산싱두이 지역에서 우물 공사라고 했던가, 하여튼 무슨 공사를 하던 중 우연히 발견된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로 세운 박물관이다. 

  20세기에 전세계에서 발굴된 고고학적 발견 중 1위를 다툴 정도로 유명한 유적지이고, 이 유적지 덕분에 중국의 선사시대에 대한 기존의 학설을 몽땅 갈아치워야 했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으로부터 3000~5000년 전 번성했던 이 문명의 주인공들은 현재 중국의 주류세력인 한족의 황하문명과 완전히 다른 독자적인 문명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민족인지, 그리고 당시 한족들보다 고도의 문명을 이루었음에도 어째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인지, 전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5000년간의 수많은 역사 기록 중 이 문명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이 없을 정도로(이 책의 이 대목이 이 문명에 대한 것일 것이다... 식의 추정은 제외 ^^), 이 문명과 이 문명을 이룬 이들의 정체는 완전히 오리무중이다.
  약 1000년간 번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명을 두고, 영국 대영박물관의 어떤 역사가는 '서안(西安)의 진시황 병마용보다 더 가치있는 유적지이다' 라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삼성퇴 유적지에서 발굴된 토기 등에서 보이는 각종 부호와 문양

 

  이것을 단순한 디자인으로 봐야 하는지, 일종의 문자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모양이다.

  만일 이것이 문자이고 해독이 가능하게 된다면, 삼성퇴의 비밀도 한꺼풀 벗겨질텐데...

 

 

신비스러운 사람 모습의 도안

 

  삼성퇴 유적지에서 발굴된 각종 유물에 있는 사람 모습의 도안을 그림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 문외한의 눈에는 중남미의 마야나 아스테크 문명 쪽 그림과 비슷해 보인다.

 

 

삼성퇴 박물관의 제2전시실의 모습

 

  내가 지금까지 들린 중국 박물관 중 최고였던 상하이 박물관보다 규모는 작지만, 내부의 시설은 오히려 상하이 박물관을 능가했다.

 

 

삼성퇴에서 발굴된 청동 안면상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한 것이 아무리 봐도 현대 중국인의 모습과 너무 달라서, 이 문명의 주인공들이 지금의 서양인들과 연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견이 힘을 얻는 모양이다. 

  하지만 내 눈에는 이 안면상은 '중국인'과 다른 게 아니라 아예 '지구인'과 달라 보인다. -.-;;   실제로 이 문명의 기원을 두고 '외계인 기원설'까지 나오고 있는 판국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문명의 주인공들이 누구인지, 언제 어떤 경로로 그런 문명을 이루었으며, 언제 어떻게 사라지게 되었는지 밝혀진 게 하나도 없다.  게다가 기존의 중국 고고학계의 통설을 완전히 뒤집어놓는 갑작스런 발견이니, 외계인이 관여한 문명이란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또 다른 청동 안면상

 

  역시나 아무리 봐도 지구인처럼 생기지 않았다.

 

 

박물관에 전시된 '산해경(山海經)'의 발췌문

 

  중국 고대 지리서인 '산해경'에 이 삼성퇴 문명에 대한 설명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 하여, 박물관측에서 그 부분을 발췌하여 전시해놨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서북쪽 바다 바깥에 장미산이라는 곳에 신(神)이 있는데, 얼굴은 사람이고 몸은 뱀의 형상이어서 몸 길이가 천리에 이르고...' 하는 이 부분을 삼성퇴 문명과 연관짓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해석일 뿐이다. -.-;;  더구나 이 산해경이란 책이 사실적인 지리서가 아니라 고대인의 풍부한 상상력이 바탕이 된 문학적인 성격이 짙은 책이고, 저작 시기나 작가도 불분명한 채 오랜 세월 동안 이 사람 저 사람이 이 내용 저 내용을 덧붙인 책이라 하니 말이다.

 

 

삼성퇴 박물관 제1전시관의 모습

 

  제2전시관의 모습도 그러했지만, 삼성퇴 발물관은 그 소장품도 소장품이지만, 건물 그 자체의 디자인만으로도 정말 독특하다. 

 

 

삼성퇴를 대표하는 독특한 청동 안면상

 

  삼성퇴 문명의 상징처럼 알려진 청동 안면상이다.

  이 청동 안면상은 눈에서 광채가 나는 모습을 형상화 한건데, 삼성퇴 관련 기념품이나 책자에 하도 자주 쓰이는 통에 이제는 삼성퇴 문명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다.  안내판의 설명을 보니 저것을 '천리안'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모양이다.

 

 

신성한 닭

 

  이들은 닭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새를 숭배했다.

  마치 고대 북방민족들이 세 발 달린 까마귀를 신성한 동물로 숭배한 것처럼 말이다.  고대인들에게 새는 하늘의 신과 땅의 인간을 연결시켜주는 사자 역할을 하는 신성한 생물이었다.

 

 

말인지 개인지 도통 알 수 없는 동물의 모습. -.-;;

 

  수천년 전에 청동으로 이런 정교한 물건을 만들 수준의 문명을 이루었던 이들은 모두 어디로 가고, 그들이 만든 물건만 이렇게 후대에 남았는지...